송강 정철의 훈민가, FZ: Brain Police

간만에 인터넷 라디오로 국악 방송을 듣는데, 송강 정철의 시조 훈민가가 나왔다. 들으면서, '이 사람 브레인 폴리스구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분 곳 아니시면 이몸이 살았을까

하늘같은 가엾은 恩德을 어디 다하여 값아오리

 

훈민가의 위 도입부는 주세붕의 오륜가와 비슷하다고 한다. 뭐 사실 그것을 모방한 것에 가까운데, 의문이 드는 것은 아버님이 날 낳았다고? 요새 관점으로 본다면, 웃기는 소리다. 어머니가 낳았지 뭘 아버지가 날 낳아! 위 도입부에는 유교의 가치관이 배어 있다. 어머니가 날 낳아도 나의 실제 주인은 아버지라는 것이다. 막말로 표현한다면, 어머니는 아버지의 정자를 전달받아 보관해 나를 아버지에게 선물해 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유교를 경전 중심이 아니라 삶 속에 침투한 세계 이해 방식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경우, 유교적 가치 체계는 '중심과 주변의 구분 맥락'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 구분 맥락은 '관계 중심의 인간 관점', '우열 구분의 관점', '엄격한 신분 구분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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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의 훈민가, FZ: Brain Pol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