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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구출 작전 2-1] 벌거숭이 아인슈타인 1

착한왕 이상하 2010. 1. 17. 17:45

벌거숭이 아인슈타인

 

 

 

착한왕은 모니터를 키고 온갖 스위치를 정신없이 눌러댔다. 그의 손놀림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같았다.

 

“검은 병아리야, 지금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미국의 동네로 갈 수 있겠지?”

 

“물론이죠, 주인님.”

 

갑자기 모니터 화면이 꺼졌다. 웅웅거리는 진동 소리가 한참을 맴돌더니 병아리의 좁은 공간 중심에 밝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무름아 저 눈동자에 정신을 집중하렴. 그렇게 하면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동네로 가게 되는 것이란다.”

 

“그런데 아인슈타인 박사는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우주선의 속도가 빨라지면, 우주선의 시계는 늦게 가는 것으로 관측돼요. 하지만 우주선이 과거로 가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물론이지.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럼, 뭐죠?”

 

착한왕의 설명은 이러했다. ‘@$%563352721’의 계란 속에 담긴 아인슈타인의 기억이 저 눈동자를 통해 입체적으로 다시 구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무름이는 눈동자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작은 도시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자동차, 가로수, 사람들이 보였다.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하여 가짜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저 가로수에 달린 사과를 따먹고 싶니?”

 

“예”

 

“저기 지나가는 사람과 얘기하고 싶니?

 

“응”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 잠깐만 무름아 ...”

 

무름이가 갑자기 길거리에 나타나는 바람에 놀란 사람들이 무름이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삐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도시가 사라졌다.

 

“무름아, 아무리 기억을 되살린 도시라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단다. 사람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면 안 되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놀라고, 계란에 담긴 기억은 혼란스러워 한단다.”

 

“아 ... ”

 

“항상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기억의 장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단다.”

 

착한왕은 무안해 하는 무름이를 웃으면서 쳐다봤다. 그리고는 검은 병아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인슈타인 박사의 기억을 다시 살려내 다오.”

 

길거리는 한적했지만 나름 생동감이 넘쳤다.

 

“저 집이 아인슈타인 박사가 사는 곳이야.”

 

무름이는 착한왕이 가리킨 집에 마음을 집중시켰다. 거실에는 아인슈타인의 부인 엘자가 이웃집 할머니와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할머니 아인슈타인은 정말 못 말려요. 글쎄, 지난주에는 짝짝으로 양말을 신고 중요한 회의를 참석했더군요.”

 

“천재라서 그래. 한 가지 일에 집중하다 보니, 주변에 신경쓸 틈이 없는 것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심해요.”

 

엘자의 말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종종 자기 주변에 무관심한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착한왕이 알려주기를, 심리학자는 그러한 상태를 ‘방심 상태’로 부른다고 한다.

 

“할머니, 제가 오죽 답답했으면, 서점에 가서 방심 상태를 다룬 책들을 죄다 사왔어요. 책을 보니,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이 있더군요.”

 

“그게 뭔데?”

 

 

 

 

 

 

•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라.

 

•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는 법이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

 

• 주간 계획표를 만들고, 그 계획표대로 실천하라.

 

•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자신의 두뇌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독서 클럽 등에 참가하라.

 

• 주변 환경을 자주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자.

 

 

 

 

 

 

“다른 것은 몰라도,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이 들어요. 아인슈타인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거든요.”

 

무름이는 엘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이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진다는 것이 그의 단점이라고 하자. 그래도 그는 천재 과학자이잖아.

 

“할아버지 퀴즈 하나 낼게요. 다음에서 괄호를 채워 보세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 ( ) 아인슈타인의 단점

 

“흠 ... .”

 

“괄호에는 ‘>’가 들어가야 해요. 3은 2보다 크잖아요. 이를 ‘3>2’로 나타내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아인슈타인의 모든 단점을 다 합한 것보다 크다니까요.”

 

“그렇다면, 천재가 아닌 사람은 ... .”

 

그때 와장창 소리가 났다.

 

“헉 ... .” 

   

아인슈타인이 윗도리를 걸치지 않은 채 반쯤 내려온 바지를 질질 끌고 거실로 나온 것이다. 엘자와 이웃집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인슈타인을 쳐다보기만 했다.

 

아인슈타인은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볼일을 보고 바로 자기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보셨죠, 할머니. 아인슈타인이 가끔 저래요.”

 

“조금 민망하기는 하네. 그런데 방심 상태의 저런 행동은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말씀 마세요.”

 

“그러니까, 방심 상태의 행동은 천재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거야.”

 

무름이는 할머니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입체 영상이 사라지고 깜깜해졌다.

 

“무름아, 오늘은 이쯤하고 나가자.”

 

“좀 더 있고 싶어요.”

 

“집에서 걱정한다니까.”

 

착한왕은 오늘 있었던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무름이에게 부탁했다.

 

“무름아, 아까 너도 나에게 퀴즈 하나를 냈으니, 이제 나도 너에게 임무 하나를 맡겨야 하겠다.”

 

“어떤 임무요?”

 

“일명, 아인슈타인 구출 작전!”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지는 것은 정말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반영하는 것일까? 착한왕은 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야말로 아인슈타인을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름이는 착한왕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지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건 그를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것이야. 많은 사람들이 방심 상태를 가지고 아인슈타인의 특별함을 강조하지. 이제 너는 그런 사람들이 만든 구렁텅이에서 아인슈타인을 구해 내야해. 이것이 너의 임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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