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 10

1964년 도쿄 올림픽과 일본 민족주의의 부활

1964년 도쿄 올림픽과 일본 민족주의의 부활 메이지 유신(Meiji Restoration) 이후, 서양의 근대화 모형은 일본의 정치 엘리트들에게는 모방해야 할 대상이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 둘 사이의 줄타기는 20세기 후반 이후 약화되었어도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근대화에 대한 일본 정치 엘리트들의 관점 변화는 자국의 경제적 상황, 정치적 변동 및 국제 사회 질서에서 자국의 위치 등에 의존적이었다. 일본 민족주의(Japanese nationalism)는 부분적 변화를 겪으면서 그러한 변화들의 공통 기반처럼 작동했다. 일본 민족주의는 천황의 종교화, 국가 주도 민족주의라는 점에서 문화 민족주의, 민중 민주주의 등과는 다르다. 전후 일본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1964년 도쿄에서 올림픽 ..

이시무레 미치코의 서사 구조 비판

* 정말 인간이 합리적 동물이라면, 합리적 판단 능력의 발휘는 유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집단적 실천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합리적 판단 능력은 인간의 한계와 항상 공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 주는 체계적 방법론의 개발, 그러한 방법론을 뒷받침해 주는 이론적 시도를 도외시한 그 어떤 담론도 현실 속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999419229 이시무레 미치코의 서사 구조 비판 * 인간이 합리적 동물이라면, 합리적 판단 능력의 발휘는 유사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집단적 실천 속... blog.naver.com

<세속화> 후기: 세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막스 베버)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를 가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인물들 중 베버 형제가 있다. 특히 축의 시대에 형성된 종교를 ‘주술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기는 야스퍼스의 관점은 막스 베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베버는 야스퍼스와 달리 기독교의 모든 종파를 ‘주술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가톨릭은 주수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종교였다. 베버는 가톨릭 미사의 설교 시간이 개신교의 설교 시간보다 짧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신교의 설교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관련된 도덕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반면, 가톨릭 미사의 제의에는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초자연적 힘에 호소하는 주술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한 주술성과 가톨릭 성체의 의미, 곧 ‘초자연적인 것에 자신을 내맡겨..

세속화와 근대화 7. 근대화 과정의 재평가

이제 근대화 과정을 재평가하기 위해, 그 과정의 ‘산업화’, ‘계층 분화에 따른 권력 이동’, ‘인종주의의 쇠퇴’라는 세 성향이 이 땅에 나타난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A1) 식민지 팽창을 주도한 서양 국가들과 달리, 이 땅의 산업화는 자생적으로 출발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시절을 이 땅의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을 때, 일제 강점기와 경제 성장기의 관계는 ‘필연적이거나 상부 주도적 의미’가 아니라 ‘잠정적이고 민중적 의미’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A2) 서양의 경우와 달리, 이 땅의 산업화는 기술 진보와 평등 사이의 근대적 긴장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킨 해방 이후의 산업화 과정에서 그러한 긴장감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부와 정치적..

세속화와 근대화 6. 인종주의의 쇠퇴

지동설은 신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천체에 지구를 속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지동설의 출현으로 자연에서 인간의 지위도 재해석되어야만 했다. 그러한 재해석 문제를 놓고 ‘진보론’, ‘회의론’, ‘종말론’이 나타났다. 제 4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진보론’은 ‘인간 중심 사상’, ‘확실성 추구의 시대정신’, ‘자율적 인간상’이라는 특징들을 갖는 ‘인간의 천사화 계획’을 태동시킨 모태와 같다. ‘인간의 천사화 계획’의 연장선에 서 있는 계몽주의는 이성과 신앙을 분리하는 관점 속에서 회의론을 극복하고 종말론과 공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몽주의를 둘러싼 여러 상반된 입장들이 ‘우리 유럽’이라는 이념 아래 공존할 수 있도록 해준 실질적 기반은 ‘백색 도덕 제국주의’였다. 백색 도덕 제국주의를 구성하는 세 특징은 ‘인..

세속화와 근대화 5. 계층 분화에 따른 권력 이동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에 대응하는 것이 이 땅에도 있었다는 가정 아래 가상의 역사를 논했다. 그 곳에서 기득권층을 형식적 기득권층과 실질적 기득권층으로 나누었다. 계층 분화에 따른 권력 이동 방식을 근대화와 맞물려 평가할 때, ‘여기’와 ‘저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절대적 의미의 기득권층의 소멸’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절대적 의미의 기득권층’이란 ‘실질적 기득권층이 동시에 형식적 기득권층으로 보장받는 집단’을 뜻한다. 실질적 기득권층과 형식적 기득권층의 규정 방식을 고려할 때, 절대적 의미의 기득권층이 소멸되기 위해서는 형식적 기득권층이 먼저 붕괴되어야 한다. 하지만 절대적 의미의 기득권층의 소멸이 실질적 기득권층의 소멸까지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분명히 하는 것은 계층 간 갈등이 ..

세속화와 근대화 4. 고전적 사회학 전통의 역사 읽기 방식 비판

이제 계층 분화에 따른 권력 이동이라는 근대화의 성향을 살펴볼 차례다. 그 전에 ‘고전적 사회학 전통의 역사 읽기 방식’이 갖는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자. 이것이 이후의 논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군주가 지배했던 과거 사회와 현대 사회의 차이점을 묻는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 다수는 라인하르트 벤딕스(R. Bendix)의 책 제목이 암시하듯 다음에 동의할 것이다. • 친족, 혈연, 신분 중심의 소수 지배층이 지배했던 과거 사회가 민중의 정치적 참여를 허락하는 방식의 시민 사회로 변화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위에 동의할 때, 그들 다수는 ‘근대화’를 마치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는 필연적 과정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여기는 경우, 현대적인 것을 ..

세속화와 근대화 2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을 논할 때 세속화 과정은 빼먹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은 어디에나 해당하는 것이지만, 이 땅은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에 직접 대응시킬 수 있는 과정 없이도 세속화된 곳이다. 물론 지적으로 성숙한 무종교인을 ‘그 어떤 이념에도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경우, 그러한 무종교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는 아직 없다. 이 땅도 이에 대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땅은 어느 정도 세속화된 곳일까?’라는 물음이 여전히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것은 일단 뒤로 미루자. 여기서는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에 근거해 이 땅의 현실을 진단하는 것은 명백한 한계를 갖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만으로 족하다. 서양의 오랜 세속화 과정과 같은 것을 거..

세속화와 근대화 1

현대적인 것을 규정하는 방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유 확대’, ‘이성의 강조’, ‘가치 체계의 다원화’, ‘세계화’ 등이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로 자주 거론된다. 그러한 특징들이 상황과 무관한 보편성을 지향하는 이론적 논쟁 속에 종속될 때, 그것들은 현재를 과거와의 단절로 규정하는 논리를 정당화하거나, 아니면 기독교적 가치관과 같은 전통을 적절히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한 정당화 시도 자체가 역사적 증거를 결여한 것임을 논하는 데 이 작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고, 현대적인 것을 대표하는 특징들의 실제적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 실제적 양상들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혹은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