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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5. 브라우버르의 직관주의와 연속체, 밀의 예상 반응

브라우버르, 힐베르트 모두 기하학을 수학의 기초로 간주하기 어려운 시대를 경험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현 때문이었다. 브라우버르도 힐베르트와 마찬가지로 산수를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으로 여긴다. 하지만 브라우버르는 공리 체계에 근거한 수학의 형식화를 불필요하다는, 그리고 논리학이 수학의 일부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셈을 경험과 무관한 타고난 능력으로 여겼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셈 능력 발휘에 시간이라는 선험적 조건을 전제했다. 다시 말해, 마음에는 경험 이 전에 경험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선험적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이 시간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선험적 조건으로서 시간은 물리적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선험적 조건이기 때문에 직접 경험할 수도 없다. 만약 그것을 직접 ..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4. 힐베르트, 형식주의, 구조주의 그리고 질문들

직관주의 논리 체계에 근거한 구성주의의 일반적 흐름을 간략히 살펴보려면, 힐베르트(D. Hlbert)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공리 체계에 근거한 힐베르트의 형식주의(formalisms)는 종종 20세기 초 브라우버르(L.E.J. Brouwer)의 직관주의와 무조건 적대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회자되곤한다. 하지만 그 형식주의에 담긴 힐베르트의 수학적 유한주의를 살펴보면, 그와 브라우버르 사이의 공통점도 드러난다. 둘 다 수학적 플라톤주의를 수용하지 않았고, 경험의 유한성을 인정한다. 또한 수학을 논리학의 일부로 정착시키려는 논리주의(logicism)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힐베르트는 브라우버르와 달리 구성이 수학적 작업에 필수적이라도 그것을 수학의 본질로 파악하지 않는다. 힐베르..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3. 귀납과 임의적 확장 가능성

열거적 귀납에 대한 밀의 입장을 좀 더 분석해 보자. 열거적 귀납은 유한개의 관찰 사실들이라는 특수한 것에서 좀 더 많은 양의 특수한 것으로 계속 이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임의적 확장 가능성’을 함축한다. 밀에게 ‘모든’은 그러한 임의적 확장 가능성을 숨기는 기능을 가진다. 그러한 임의적 확장 가능성의 한계로 무한의 양을 가정할 수 있다. 밀의 시대에는 가산 무한과 불가산 무한을 구분하는 현대적 집합론이 없었기 때문에, 밀은 아마도 그러한 한계로 가정 가능한 무한을 가산 무한, 즉 자연수들의 집합과 일대일 대응 가능한 무한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인류가 멸망하는 일이 없다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인구의 수는 자연수만큼이다. 지금까지 논의에 따를 때, 무한 양의 보편적인 것에서 특수한 것으로의 추론은 불..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2. 표면적, 실질적 추론 그리고 귀납

표면적 추론은 표면적 명제와 마찬가지로 논리적 연결사의 정의 방식에만 기대어 가능한 추론이다. 반면에 실질적 추론은 논리적 연결사의 정의 방식만으로는 불가능한 추론이다. 밀은 실질적 추론에는 경험에서 직접 근거하는 경우 또는 관찰 가능한 사실들로부터의 일반화의 경우가 개입되어 있다고 본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무모순률과 배중률을 실질적 명제로 규정하는 데 밀은 열거적 귀납을 사용했다. 따라서 밀에게 무모순률과 배중률을 규정하는 방식은 실질적 추론이다. 표면적 추론과 실질적 추론의 구분은 이렇게 단순해 보여도 여러 논쟁거리를 발생시킨다. 먼저 다음 논증을 분석해 보자. 첫 번째 사탕은 달고, 두 번째 사탕도 달다. 따라서 첫 번째 사탕은 달다. 위 논증에는 다음과 같은 타당한 논증 형식, 즉 전제들을 참으..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1. 표면적 명제와 실질적 명제

추론에 관한 밀의 입장 는 존 스튜어트 밀(J.S. Mill)을 대표하는 연구서 중 하나이다. 를 저술한 밀의 동기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밀은 아버지 제임스 밀(J. Mill), 밀 부자의 재정적 후원자이자 공리주의의 기초를 마련한 벤담(J. Bentham), 사회 개혁가 플레이스(F. Place), 파크스(J. Parkes), 역사학자 그로트(G. Grote), 정치가 로벅(J.A. Roebuck), 불러(C. Buller), 몰즈워스(W. Molesworth), 극작가 트렐로니(E.J. Trelawny) 등과 함께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영국의 급진적 개혁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이들 모두는 당시 휘그(Whig)와 토리(Tory) 당에 맞서 투쟁했으며, 공리주의의 원리를 도덕과 사회 개혁의 원리로..

경제와 윤리 (윤곽)

* 다음은 기획이다. 이 기획을 실행에 옮겨 라는 책을 쓸 생각은 없다. 다만 다음 기획안을 15장 정도로 확장시킨 것은 다른 원고의 부록으로 사용될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서 경제와 윤리의 관계가 주목받게 되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신고전주의 경제학(1870~1914)의 출현 이후, 경제 이론을 ‘엄밀한 기술적 의미의 예측 가능성’을 갖춘 지식체계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알프레드 마셜(A. Marshall)을 논외로 한다면,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탄생시킨 인물들은 리카르도(D. Ricardo)로 대표되는 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났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학을 예측성을 갖춘 학문으로 정초시키려는 입장은 리카르도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