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구원 7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6. 행복의 지속성과 기억의 문제

로크에게 기억 중심의 의식은 합리적 판단 능력의 한계 설정과 사용법, 개인의 정체성, 행복의 지속성과 사후 구원, 시민의 규정 방식을 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로크의 사고방식과 홉스의 사고방식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로크와 홉스 모두 확실성 추구의 시대정신 속에서 이성 혹은 합리적 판단 능력의 한계 설정에 관심을 가졌다. ‘이성’은 추리와 추상화 능력을 대표하는 합리적 판단 능력을 경험적으로 연구할 수 없었던 시절 그러한 능력의 작인으로 가정된 것이며, 그것의 궁극적 원인은 종종 신으로 여겨졌다. 이성과 합리적 판단 능력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은 추리와 추상화 능력이 아직 경험적 연구 영역에 들어오지 않았던 고대, 중세, 근대에 국한된다. 합리적 판단 능력의 한계 설정에서 로크는 홉스..

사후 구원의 논리: 기독교편 1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독교의 유일신 개념은 유대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고대 유대교 교리에는 사후 구원 개념이 명확히 등장하지 않는다. 사후 구원을 암시하는 유대교 문구들도 사실은 구약의 다니엘서 대목 등을 빌려온 것이다. 유대교도들의 삶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현세를 중시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삶의 목적 중 하나는 유대 전통을 계승 지속시키는 것이다. 사후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물음은 고대 유대교도들의 삶에서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선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모든 종교에 공통된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또한 그러한 물음에 긍정하는 방식으로 모든 종교 교리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는 그러한 물음에 긍정하는 방식으로 형성된 여러 종교들 중 하나일 뿐이다. 사..

<세속화> 후기: 독단적 지성사와 거리 두기 2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X는 현재 대세인 세계 이해 방식 W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X는 인간, 자연, 사회 그리고 그것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W의 핵심 전제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시켜야 한다. X가 역사를 존중하는 인물이라면, 특정 세계 이해 방식이 아니라 ‘세계 이해들의 세계’가 변화해온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그는 W와 대립 관계를 맺는 W′들에 주목하게 된다. X가 W′들에 근거해 W″를 만들었을 때, W″는 기존 ‘세계 이해 방식들의 세계’의 일부를 재구성해 변형한 것이라는 점에서 ‘생성된 것’이다. 더욱이 모든 세계 이해 방식들은 일상 경험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속화> 후기: 독단적 지성사와 거리 두기 1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인간, 자연, 사회,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세계 이해 방식의 변천 과정을 다루는 것을 지성사라고 할 때, 여기서 펼쳐진 세속화 담론은 새로운 세계 이해 방식을 제시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그것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무종교인의 관점에서 세속화 과정을 서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현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종교인이 종교적 교리들의 진위에 무관심하다고 할 때, 그는 그러한 교리들 속에 반영된 그 어떤 세계 이해 방식에도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그가 지적으로 성숙한 무종교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에게 세계 이해 방식..

구원의 의미: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후 세계

구원의 의미 -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후 세계 - 기원전 2700년 바빌론의 통치자 길가메쉬(Gilgamesh)의 이야기는 사후 세계에 대한 고대인들의 관심을 보여 준다. 영생의 비밀을 찾던 그는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는 신탁을 받게 된다. 사후 세계란 없다는 것이다. 사후 세계가 없다면, 사후 구원의 가능성도 없다.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선과 악, 공평함과 부당함,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구분하고 전자를 추구하려는 노력도 죽음과 함께 덧없는 것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죽음은 삶을 허무한 것으로 만든다는 입장은 유대교를 이해할 때 필수적인 전도서 코헬렛(Qoheleth)에서 엿볼 수 있다. 코헬렛은 일반적으로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고대 유대인들의 종교서로 규정된다. G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