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 저기와 여기 8

고착화된 구조의 증후군

화석처럼 고착화된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며 성장하는 것이라면, 고착화된 것은 개인 차원이든 집단 차원이든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착화된 것이 정치적 전략 및 정책 선별과 추친에서 어떤 구조성을 보여 ‘고착화된 구조’로 불릴 수 있는 경우 특히 그렇다. ‘변통’을 ‘세태에 적합하도록 변화시키는 것’으로 규정할 때, 고착화된 구조는 변통을 가로막는다. 그것이 정치적 인맥, 결탁 등을 통해 부패 양상을 띤다면, 해당 사회는 치명적 병에 걸린 사람에 비유 가능하다. 먼저 사고방식의 고착화가 어떻게 개인 차원에서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다음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9..

신문맹 시대의 이벤트: 도킨스 대담 (+ 월리스의 <말레이제도>)

나는 무신론자다. 그런데 무신론자에 앞서 무종교인이다. 서양의 세속화 과정을 무신론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논리적으로 유류다. 이에 대한 종합적 이유는 <세속화 '저기'와 '여기': 무종교인의 관점> 590-594쪽을 참조하라. 여기에서 그 이유를 논하기는 귀찮다. 급작스..

<세속화 '저기'와 '여기'> 머리말 완성본

* 과거에 올린 머리말은 삭제했다. '원고 구성 방식'에 해당하는 도식 이하 부분은 새롭게 덧붙여진 것이다.지금 올린 것을 약간 수정해 의 머리말로 사용할 것이다. 머리말 세속화(secularization)는 일반적으로 ‘과학이나 정치 등의 분야가 종교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는 상태’를 뜻한다. 종교 교리가 특정 이념으로 해석될 때, 세속화는 ‘그 어떤 이념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끌려가지 않게 된 상태’를 뜻한다. 세속화된 사람이란 ‘어떤 이념에 관심을 갖더라도 그것에 종속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을 뜻한다. 따라서 그 어떤 종교 교리에 ‘삶의 지도’를 내맡기길 거부하는 무종교인(無宗敎人)은 적어도 종교에 대해서만큼은 세속화된 사람이다. 무신론자가 무종교인일 수 있지만, 무종교인이 무신론자일 필요는 없..

<세속화> 후기: 세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막스 베버)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를 가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인물들 중 베버 형제가 있다. 특히 축의 시대에 형성된 종교를 ‘주술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기는 야스퍼스의 관점은 막스 베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베버는 야스퍼스와 달리 기독교의 모든 종파를 ‘주술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가톨릭은 주수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종교였다. 베버는 가톨릭 미사의 설교 시간이 개신교의 설교 시간보다 짧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신교의 설교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관련된 도덕적 요소’가 들어가 있는 반면, 가톨릭 미사의 제의에는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초자연적 힘에 호소하는 주술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한 주술성과 가톨릭 성체의 의미, 곧 ‘초자연적인 것에 자신을 내맡겨..

<세속화> 후기: 두 번째 종류의 독단적 지성사(E. von 라조)

* 다음 글은 의 후기에 해당한다. 650여 쪽의 본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음 글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듦을 밝혀 둔다. 두 번째 서술 방식의 독단적 지성사는 지나칠 정도로 세계 이해 방식들 사이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두 번째 서술 방식은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좁은 의미의 두 번째 서술 방식의 독단적 지성사는 다음과 같다. • 두 세계 이해 방식 W1, W2를 골라내어 주제 및 사고방식의 측면에서 둘 사이의 유사성을 과장한 맥락 속에 고정시켜 버린다. 그렇게 고정된 W1, W2가 선후 관계를 맺는 경우, W2는 W1에서 파생된 것으로 간주된다. 위 두 번째 서술 방식의 독단적 지성사는 첫 번째 방식에 대비되는 까닭에, 첫 번째 방식에 대한 일반적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