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서의 시선 2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시선들 2. 처칠의 민주주의

처칠은 1874년에 태어나 미국에서 흑인 투표권이 보장된 1965년에 생을 마감했다. 처칠과 함께 따라다니는 수식어들로는 ‘토리 민주주의자(Tory democrat)’, ‘점진주의자’, ‘의회 민주주의 옹호자’, ‘자유주의자’, ‘민주주의와 군주제 양립 가능성 옹호자’ 등을 들 수 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러한 수식어들은 현재 민주주의 시각에서 처칠을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자유주의자’ 또는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로 규정하도록 만든다. 개인 간 거래 활성화 장소로 시장을 가정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를 기준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를 구분하는 경우, 개인의 소유권을 사회적 분배보다 중요하게 여긴 처칠은 자유 민주주의자로 분류된다. 또 부의 불평등 해소에서 경제적 성장을 통한..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시선들 1. 세 가지 시선들

SF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 보면, 미래의 지구 정치 체제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외계 종족의 침략에 대항하려고 지구 전체에 걸친 정치 연합이다. 그러한 정치 연합은 현재의 UN 체제의 확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미래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마치 봉건제 시대를 연상시키는 귀족주의 정치 체제의 부활이다. 그러한 부활은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붕괴를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 사회에서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붕괴되는 가상의 과정을 그럴듯하게 묘사한 SF 소설은 없다. 그러한 소설을 구상하는 경우, 민주주의 정치 체제 붕괴 과정의 첫 시발점은 아마도 투표의 비밀성 혹은 익명성과 평등성이 이런저런 이유로 위협받게 되는 가상의 상황일 것이다. 투표의 익명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