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왕 이상하 19

리홍장의 1889년 다윈 에세이 논제

* 다음은 서양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동북아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과학화’의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해 선별한 사례들 중 하나를 분석한 함축적이고 짧은 글임을 밝혀 둔다. 리홍장의 1889년 다윈 에세이 논제 마테오리치가 소개한 서양 천문지리는 그 정확한 계산법으로 일부 중국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의 중국 선교사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테오리치의 중국 선교사가 실패한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마테오리치가 중국에 소개한 예수회 천문지리는 당시 유럽의 발전상을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의 천문지리는 여전히 중세의 것에 머물러 있었다. 더욱이 당시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유럽을 압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럽 과학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마테오리치는 과학을 선..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개념: 철학적 물음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개념 우주가 창조되기 전 오로지 신만이 존재했다면, 왜 하필이면 전지전능한 신은 특정 순간에 우주를 창조했을까? 신만이 존재했을 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신은 우주를 창조한 것일까?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의 시간 개념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철학적으로 무의미함을 보이려는 동기에서 구성된 것이다. 즉, 시간은 신의 피조물인 인간 마음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론적 시간 개념(idealogical concept of time)의 주창자로 알려진 아우구스티누스는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거는 더 이상 없는 것이고 미래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이라면, 시간의 세 가지 구분인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떻게 과거와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의 진화 가능성 1. 논의 윤곽, 절차적 민주주의

* 이 글은 과거에 올렸던 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때문에, 해당 글은 삭제시켰다. 특정 지역에서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파악된 정치 체제가 다른 지역에서는 아닐 수 있는 까닭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규정하기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 가능하다. 그 하나는 정치적 권력의 평등한 분배, 즉 정치적 평등(political equality)과 자치(self-rule)를 시민에게 보장하는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관점이다. 다른 하나는 공평하고 자유로운 선거권, 표현의 자유와 같은 시민권, 다수결에 의한 의사 결정의 원칙 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관점이다. 전자를 ‘정치적 평등 보장 민주주의’로, 후자를 ‘절차적 민주주의’로 부..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5. 블라스토스의 TMA 구성 방식

5.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에 따르면, OM과 U는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TMA의 무한 후퇴 논증을 발생시키는 과정에 UI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 과정은 OM, SP, NI에만 근거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블라스토스의 TMA 구성 방식에 따르면, OM은 U를 전제한다. 물론 이때 그 전제 방식이 단순히 OM과 U의 형식적 결합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OM에 U가 내용적으로 이미 함축되어 있음을 의미하는지는 논의거리가 될 수 있다. 전자의 전제 방식은 OM과 U의 분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반면, 후자의 전제 방식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OM이 U를 전제하는 방식은 논외로 하자. U를 전제한 OM 방식을 OMU라 할 때, OMU는 다음과 같다. • OMU 임의로 주어진 n개..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3.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

3. 현재 대세인 TMA의 구성 방식은 다음의 절차를 따른다. • 첫째, OM, SP, NI를 바탕으로 하나의 형상 도입이 결국 무한개의 형상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무한 후퇴 논증을 건설한다. • 둘째, 무한 후퇴 논증의 결론이 U와 모순되기 때문에, U, OM, SP, NI는 하나의 무모순적인 체계를 이룰 수 없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직접적 결론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보조 정리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현재 대세인 TMA 구성 방식의 핵심은 첫 번째이다. (i) OM에 따라 o1, o2, ..., on 모두 F일 때 o1, o2, ..., on들이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F와 관련된 F-ness’가 있다. (ii) NI에 따라 F와 관련된 그러한 어떤 F-ness는 각 oi(1≤i≤n)..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2. OM, SP, NI, U 이해하기

2. 제 3의 사람 논증을 ‘TMA’로 표기하자. TMA의 구성 방식과 해석 방식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현재 논리학자나 논리학을 무기로 한 고대 철학 연구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을 알려면, 먼저 다음 네 가지를 숙지해야 한다. • OM(One over the Many) 임의로 주어진 n개의 서로 다른 대상들 o1, o2, ..., on에 대해, F(o1), F(o2), ..., F(on)일 때 그 대상들이 참여하는 적어도 하나의 ‘F와 관련된 형상 F-ness’가 있다. (여기서 ‘F(oi)’는 ‘oi는 F’를 뜻한다. 실례로 ‘아름다움(땡칠이)’는 ‘땡칠이는 아름답다’를 뜻한다.) • SP(Self-Predication) F와 관련된 모든 형상들 F-ness에 대해, F-ness는 F이다. • NI(N..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1. 논의의 전체 윤곽

* 다음 글은 추후에 수정되어 나의 원고 의 부록 중 하나로 사용될 것임을 밝혀 둔다. 파르메니데스의 제 3의 사람 논증 - 왜 아리스토텔레스는 ‘제 3의 아름다움 논증’과 같은 것 대신 ‘제 3의 사람 논증’이라는 용어를 택했을까? - 1. 파르메니데스는 변화의 실재성을 부정하고 ‘불변하는 하나됨’이 세계의 본 모습이라고 주장한다(Owen에 의해 널리 퍼진 이러한 해석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해석이 거의 통념처럼 굳어져 여기서는 그냥 차용함을 밝혀 둔다). 파르메니데스와 제논의 역설들은 불변하는 것들을 가정하여 양적 변화 및 질적 변화 모두를 설명하려는 시도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다. 젊은 소크라테스는 제논의 책을 읽고 그의 역설들을 비판한 후 파르메니데스와 대화를 나눈다...

운동에 관한 제논의 역설 이해하기

운동에 관한 제논의 역설 이해하기 1. 고대 그리스 자연 철학의 주류 입장에 따르면,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스인들은 변화 속에서 불변하는 것을 찾으려 했고, 역으로 불변하는 것을 바탕으로 변화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한 설명 방식은 ‘변화의 실재성(reality of change)’을 전제한다. 제논과 파르메니데스로 대표되는 엘레아(Elea) 학파는 일상 경험에 비추어 당연해 보이는 그러한 변화의 실재성을 부정한다. 또한 현상의 다원성(plurality)을 부정한다. 제논의 역설들은 변화의 실재성 및 현상의 다원성을 부정할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67340458 운동에 관한 제논의 역설 이해하기 * 컴퓨터에 이..

먹는 글자

먹는 글자 동네에 신기한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청색 개구리가 울 때마다 등에 노란 글자들이 나타났다. 그 개구리를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소문을 들은 재상도 그 개구리를 보려고 가마를 타고 행차했다.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야 ... . 개구리 등에 새겨진 글자는 도대체 어느 나라 글자일까?” 재상은 동네에서 현명하기로 소문난 거사를 불렀다. 거사의 말에 따르면, 개구리는 ‘글자 나라’에서 왔다고 한다. 글자 나라에는 종이가 없다고 한다. 종이가 없으니 책도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글자 떡’이라는 것을 먹는다고 한다. 글자 떡을 먹으면 떡 속에 담긴 지식이 사람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재상에게는 골칫거리 외아들 ‘영특’이 있었다. 열을 가르쳐도 하나만 기억하고,..

히포크라테스 계보의 생리학(내부 중심설)

히포크라테스 계보의 생리학 오로지 하나의 물질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물질의 밀도 차나 성질의 강약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경우, 변화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 되어 버린다. 그런 것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변화의 다양성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유기체는 발생, 성장, 죽음이라는 단계적 발달 과정을 보여 준다. 더욱이 유기체의 기능은 그러한 발달 과정에서 안정적 상태와 불안정적 상태 혹은 정상 상태와 비정상 상태를 반복해서 보인다. 단 하나만의 물질을 가정하고 유기체의 발달 과정, 정상 및 비정상 상태를 설명하기란 힘들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히포크라테스 계보의 생리학’에서 엿볼 수 있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045605760 히포크라테스 계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