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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력: 보편 법칙의 이념 탄생

착한왕 이상하 2015. 11. 1. 22:40

 

 

속력

- 보편 법칙의 이념 탄생 -

 

물체의 평균 속력은 그 물체가 이동한 전체 거리를 이동 시간으로 나눈 것으로 정의된다.

 

평균 속력 = 전체 이동 거리 / 이동 시간

 

순간 속력은 운동 중인 물체가 한 순간에 갖는 속력을 뜻한다. 자동차의 속력이 150km/h라고 할 때 속력은 일반적으로 순간 속력을 말한다. , 그 순간 속력으로 1시간을 달린다면 150km를 이동한다는 것이다. 물체의 평균 속력과 순간 속력에 공통된 속력 개념물체가 움직인 거리의 시간 변화율로 규정된다.

 

속력 = 거리 / 시간 (v=d/t)

 

속력에 대한 규정 방식에는 고전 역학 체계의 보편 법칙(universal law)’의 이념이 깔려 있다. 물론 속력의 정의 자체는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대표되는 보편 법칙은 아니다. 그렇다면 속력의 정의 속에 보편 법칙의 이념이 배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속력의 정의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속력의 정의 방식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교과서를 보면, 그렇게 단순한 속력의 정의는 갈릴레이와 연관되어 언급되곤 한다. 이러한 교과서의 서술 방식을 따를 경우, 학생들은 그렇게 단순한 속력의 정의가 마치 갈릴레이 시대에 와서야 가능해졌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물체가 움직인 거리의 시간 변화율로 속력을 정의하는 방식을 갈릴레이 이전 시대 사람들 중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으려면, 속도의 정의가 갈릴레이 시대 이전의 과학, 기술, 수학을 고려할 때 도저히 생각하기 힘든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렇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과학사적 증거는 없다. 따라서 속력의 단순한 정의는 갈릴레이 시대의 전 사람들에게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방식이 아니라, 주목받지 못한 방식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를 받아들이면,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속력의 단순한 정의 방식이 갈릴레이 시대의 전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갈릴레이 시대에 이르러 객관성개념은 정당한 과학적 설명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물질을 분류하고 그 본성을 전제하여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과학적 설명에 속하지 않게 되었다. 만약 물질의 종류를 분류하고 각 종류에 따른 본성을 가정하고, 그런 본성이 어떤 식으로 현상 속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과학적 설명의 목적이라고 해보자. 이때 속력의 단순한 규정 방식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무용지물이 된다. 속력의 단순한 정의 방식을 살펴보면, 그것은 운동 중인 물체가 어떤 물질로 구성되었는지, 혹은 그런 물질의 본성이 무엇인지와 같은 문제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펴본 속력의 정의 방식 궁극적 진리로 여겨졌던 물질의 본성을 밝히고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에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

 

물체가 움직인 거리의 시간 변화율로 속력을 정의하는 방식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지동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이다. 지동설의 정착과 함께 지구도 천체의 일원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지구가 천체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면, 지구도 천문학의 탐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때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들과 천체를 구성하는 물질을 구분해주는 본성들을 가정하고 각 본성에 따라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더 이상 과학적 설명 방식이 될 수 없다.

 

지금은 누구나 지구가 천문학의 탐구 대상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당연한 사실도 한때는 믿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한때 부정된 것이 나중에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된 사례는 많다. 지구는 정지해 있다는 지구 정지설이 지배한 시대가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물체의 가라앉는 성질을 가정하여 지구상의 지유 낙하 운동을 설명했다. 이러한 시대에 당신이 살았다고 해보자. 당신이 물질의 가라앉는 본성을 가정하여 지구상의 낙하 운동을 설명하는 경우, 지구 정지설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름의 근거를 갖는다.

 

<지구 정지설>

지구상의 물체의 상당 부분은 지구 중심을 향해 가라앉는 성질을 가진 물질, 실례로 흙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가 움직인다고 가정해 보자. 실례로 지구가 자전한다고 가정해 보자.

머리 위로 던져진 돌멩이는 던진 자리 근처로 떨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돌멩이가 운동하는 동안 지구는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리 위로 던져진 돌멩이는 항상 던진 자리 근처로 떨어진다.                                          

따라서 지구는 정지해 있다.

 

논증 <지구 정지설>일상적 의미에서의 귀류법(reductio ad absurdum)’에 근거하고 있다. 일상적 의미에서의 귀류법은 어떤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으로 그 주장을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부정한 것으로부터 모순적 결론이나 결과, 혹은 양립 불가능한 결론이나 결과를 이끌어 내어 원래 주장하려고 했던 것을 정당화하는 논증 방식이다. 논증 <지구 정지설>에서 최종적으로 주장하려는 것은 지구는 정지해 있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구가 자전한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물질의 가라앉는 본성을 가정하여 머리 위로 던져진 돌멩이는 던진 자리 근처로 떨어질 수 없다는 예측을 이끌어 냈다. 그 예측은 머리 위로 던져진 돌멩이는 항상 던진 자리 근처로 떨어진다는 경험적 사실에 반한다. , ‘머리 위로 던져진 돌멩이는 던진 자리 근처로 떨어질 수 없다는 예측과 머리 위로 던져진 돌멩이는 항상 던진 자리 근처로 떨어진다는 경험적 사실은 서로 모순 관계를 맺는다. 논증 <지구 정지설>은 이를 바탕으로 지구는 정지해 있다는 주장을 최종적으로 이끌어낸 것이기 때문에 일상적 의미애서의 귀류법에 근거하고 있다.

 

논증 <지구 정지설>이 타당하다고 할 때, 이것은 주어진 전제나 가정들을 참으로 받아들인 경우에 국한된다. 그렇게 전제나 가정들을 받아들인 경우에 논증의 결론을 부정하기 힘들다면, 해당 논증은 타당한 것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내용적으로 타당한 논증을 반드시 받아들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어진 전제나 가정들 모두가 정말 참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논증 <지구 정지설>에서 지구상의 물체의 상당 부분은 지구 중심을 향해 가라앉는 성질을 가진 물질, 실례로 흙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전제는 중력의 발견과 함께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지구 정지설>이 사라지는 과정에는 다음이 함축되어 있다.

 

물체의 운동을 설명할 때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이 물, , , 공기 중 무엇인가?’ 그리고 그런 물질의 본성은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와 함께 속력을 규정하는 정의 방식은 보편적인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속력이 물질의 종류 및 본성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정의 가능하다면, 운동 현상 역시 물질의 종류 및 본성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운동에 대한 보편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념의 토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