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진단기들이 수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오늘 뉴스를 보면, 청와대가 정부의 노력(?) 덕에 UAE에 진단기 키트 5만 여개를 수출했다고 한다. 고개가 갸우뜽 했다. 왜냐하면 아직 UAE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19 감염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UAE에 키트 수출한 중소기업은 노블바이오이다. 그런데 노블바이오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19 검사 진단기를 만드는 5개 업체에 속하지 않는다. 전자뉴스에 따르면, UAE가 수입한 것은 검사 진단기가 아니라 검체 채취 및 수송용기, 일명 검체 수송배지들이었다. 잡음이 심해지자, 청와대는 수송배지도 바이러스 진단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진단기 키트를 수출한 것은 맞다고 한다. 미꾸라지 같은 발언이다. 검체 수송배지는 새로 개발된 것이 아니며 바이러스 진단에 사용되는 보조 기구이다.
이 판국에 검사 진단기 키트를 언급하면, 그것은 새로운 검사기 키트를 뜻한다. 검체 수송배지는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 검사에 사용되는 범용 검체 채취 기구이다. 반면에 검사기 진단 키트는 바이러스의 특정 DNA 혹은 RNA에 대해서만 효력을 갖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유전자 증폭 과정을 통해 검체 속에 해당 바이러스의 DNA 혹은 RNA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도구이다. 과거 메르스 사태를 겪은 우리나라는 검사기 진단 키트 부족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겪었고, 질본과 식약청은 이 번에 과감하게 5개 회사 제품을 승인했던 것이다.
현재 추세를 보면, 사스로 골머리를 앓았던 동남아, 메르스로 골머리를 앓았던 우리나라 등이 신속하게 대처하는 면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낫다. 과거의 쓰라린 경험 덕이다. 신종플루는 전세계에 창궐했다고 하나, 치사율도 더 낮고 기존 플루 치료제도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신종 플루 유행 당시에는 지금처럼 각국 주가 하락은 크지 않았고, 또 강력한 국경 봉쇄 조치도 거의 없었다. 이 번 코로나바이러스 19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아직 미국, 유럽 국가들의 백신 개발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백신도 빨리 개발될 것이라고 본다. 사스나 메르스는 창궐 조짐을 보이다 수그러 들었고,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지 않다보니 백신 개발도 흐지부지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19 검사 진단 키트는 각국의 식약청과 같은 곳의 승인을 얻어야 수출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남아 의료 기술을 깔보는 데, 웃기는 얘기다. 이들 국가들도 바이러스 검사 진단 키트 정도는 만들 수 있다. 물리학, 화학과 달리, 분자생물학은 20세기 중엽 이후 전세계적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동남아 인적 자원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막강하다. 특히 싱가폴, 태국, 동남아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대만 등의 의료 기술 수준은 많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실례로 태국은 우리보다 앞서 HIV 치료제를 이번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사용했다. 각국의 코로나바이러스 19 검사 진단 키트는 정확도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미국이 스위스 로슈 것을 사용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의 검사기 키트가 정확도도 높고 검사 속도도 줄여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그런지는 더 기다려 보아야 알 것이다.
우리나라 검사용 진단 키트를 수입해 가는 곳이 몇 국가라도 나왔으면 한다. 하지만 문어벙 산하 청와대의 쇼질은 정말 해도 너무 한다. 검사용 진단 키트를 수입하는 나라가 공식적으로 나온 이후 쇼질을 한다면, 내가 이런 글 안 쓴다.
그렇다면 UAE는 왜 우리나라 노브바이오 검체 수송배지를 5만 여개나 수입했을까? 수송배지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기업은 미국의 비디(BD)와 이탈리아의 코판(COPAN)이다. 중국 사태 덕에 이들 기업들의 재고는 현재 바닥이 났다고 한다. 노브바이오는 향후 다른 나라들에게도 많은 검체 수송배지를 수출하게 될 것이다. 노블바이오 주식을 사야할 때인가? 노블바이오는 코스닥 상장 기업이 아니다. 2017년 직원 12명, 매출 34억, 영업이익 2억 정도의 작은 중소기업이다. 직원 수에 비해 알찬 기업이다. 현재는 직원수가 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노블바이오는 검체 수송배지를 만드는 우리나라 유일 기업이기 때문에, 이 번 사태는 기업을 키우는 데 결정적 기회이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공급가를 올리지 않은 채 대량 생산하여 국내 공급을 하고 있다. 비디, 코판 검체 수송배지 재고가 거의 바닥 난 상태라, 노블바이오가 없었다면 신속한 진단이 어려웠을 것이다. 노블바이오 대표이사와 같은 사람들 한 명 한 명 기여가 현 사태를 넘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 집단은 그저 정권 유지에 유리한 것이 뭘까만 고민하고 숟가락 얹기 쇼질하는데,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쇼질을 하려면 말이야, 이 시국에 국민 통합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서 청와대 일정 급 이상 직원들 월급 반이라도 기부금으로 쓰란 말이야. 위에서의 희생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판국에 국민 통합이 가능하겠나. 아무튼 검체 수송배지뿐만 아니라 국내 검사용 진단 키트도 수입하는 국가가 생겨나, '아 써보니 이거 가성비 갑이네' 하는 외신이 떴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음 사진은 노블바이오 검체 수송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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