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비판적 사고

다수 영향 이론이 지배하는 문화: 애쉬와 페스팅거를 중심으로

착한왕 이상하 2020. 9. 16. 20:09

소수 대 다수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관통하는 사회 정치적 문제이다. 과거에나 현재에나 정치적 권력은 소수가 갖고 있다. 다수가 어떻게 소수의 권력을 제어할 것인가 혹은 정치가 집단의 기득권화를 제어할 것인가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일단 특정 소수 집단이 권력을 쥐게 되면, 다시 말해 그 집단의 규범 체계가 사회에 확산되게 되면, 그것이 계속 재생되는 것을 다루는 것이 사회학의 주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와 맞물려 토크빌 이후 군중 사회(mass society)’는 현대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상징하는 용어로 정착했다. 또 한편 그 어떤 정치 체제든 결국 소수 엘리트층에 의한 전체주의 아니면 과두 정치 체제로 귀결된다는 입장도 유행했다. 사회의 혁신적 변화는 생각만큼 사회학의 중심 주제가 아니었다. 다수 민중에게 희망을 거는 담론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알 수 없는 변화의 종착점을마치 확실한 것처럼 가정하는 유토피아 환상가들이 이끌었다. 마르크스처럼 말이다. 사회 변화는 보편성을 가장한 거대 담론 속에 포섭될 수 없다. 그것은 문화 의존적인 집단들의 역동적 관계 속의에서 기능하는 효과적 전략들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적 특수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런 지역적 특수성을 다루는 담론은 고전에 물든 대중의 심금을 울리기 힘들다. 고전이라는 것은 대부분 그런 담론과 상반된 방향성의 문화적 양식 속에서 굳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심리학은 어떠한가? 위에서 언급한 양상은 사회 심리학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실례로 20세기 중반에 고점을 찍은 다중 영향 이론(theory of majority influence)을 들 수 있다. 다중 영향 이론과 관련해 많이 언급되는 것은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인터넷과 신문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논객들은 툭하면 인지 부조화 이론를 강조한다. 태극기 부대에 인지 부조화, 대깨문에 대해서도 인지 부조화를 언급하며 비판을 가하면서, 인지 부조화로 인해 개인들이 근거나 증거가 불충한 것에 맹신한다고 질타한다.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사회의 혁신적 변화를 논하려면, ‘소수 영향(minority influence)’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의 혁신적 변화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규범 체계를 확산시키는 과정이기도 한데, 그런 새로운 사고방식과 규범 체계의 생성은 처음에는 소수의 몫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보 교류가 원활해진 현대 사회에서 그 소수가 항상 권력에 욕심을 가진 정치적 엘리트층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기존 종교를 대체할 세계관을 꿈꾸는 니체류의 철학자들은 아니기 때문에, 소수의 영향을 과거처럼 소수 지배 대 다수 수용 관점에서 다룰 수 없다. 다시 말해, 소수의 영향은 긍정적, 부정적 두 관점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 과거처럼 부정적 관점에서만 그 영향을 다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100여 년 갓 넘은 사회 심리학의 역사에서 소수 영향을 긍정적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시점은 20세기 말로 보아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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