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같은 고유 명사와 달리 일반 명사는 개별적인 특정 대상, 즉 개체를 지칭하지 않는다. 실례로 ‘개’는 지금 존재하거나 과거에 존재했거나 심지어 미래에 존재할 모든 개별적인 개들의 모임을 뜻한다. 일반 명사가 지칭하는 그러한 모임을 해당 일반 명사의 외연이라고 한다. 개와 같은 일반 명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개에 대한 특징들을 알고 있다. 그러한 특징들에 대해 모른다면, 개라는 일반 명사는 의사소통에서 사용될 수 없다. 개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된 특징들을 개의 내연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일반 명사들은 실제 존재하는 대상들에 적용된다. 이 경우, 내연과 외연의 비대칭성이라는 것이 성립한다. 개와 포유류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이에 대해 알아보자. 개의 외연은 포유류의 외연에 포함된다. 그런데 포유류를 정의하기 위해 반드시 개의 일반 특징을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개를 정확히 정의하기 위해서는 포유류의 일반 특징을 거론해야 한다. 이는 개의 내연이 포유류의 내연보다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개와 포유류 사이에는 외연이 증가할수록 그 내연은 줄어드는 비대칭적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한 비대칭적 현상을 내연과 외연의 비대칭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내연과 외연의 비대칭성이 모든 일반 명사에 대해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일상생활을 살펴보면, 실재하지 않는 존재들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들이 있다. 실례로 ‘괴물’과 ‘도깨비’를 들 수 있다. 모든 도깨비는 괴물이라는 공통 특징을 갖지만, 모든 괴물이 도깨비라는 공통 특징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도깨비의 내연은 괴물보다 크다. 그런데 도깨비와 괴물 모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둘의 외연은 공집합으로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도깨비와 괴물 사이에는 외연은 동일하면서도 내연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한 현상은 내연과 외연의 비대칭성에 대한 반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깨비를 괴물의 일종으로 간주할 때, 대부분 사람은 도깨비와 괴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가정한다.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을 존재 도입이라고 한다. 도깨비와 괴물에 대해 존재 도입을 허락한 이야기 속에서 도깨비와 괴물의 관계는 내연과 외연의 비대칭성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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