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쓰레기 입시 논술, 면접, 수능언어

마지막 서울대 정시 논술 팁

착한왕 이상하 2014. 1. 6. 04:50

 

 

약 1주일 후 S대 정시 논술로 올해 입시는 끝난다. 블로그 방문자 중 혹시 S대 논술 준비하는 학생이 있을지 몰라 몇 가지  팁을 주고자 한다.

 

1. 누가 S대 논술에 대해 문의를 한다면, 우선적으로 수능 성적을 묻는다. S대 정시 1차 합격자는 2배수로 뽑는다. 올해 그 대학 마지막 논술 비중이 30%라고 해도, 그 대학은 우선적으로 수능 성적 상위권을 선호한다. 논술은 상위권에 속한 학생들 중 '아주 못 쓴 학생'만 걸러내는 여과기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그 다음 점수권 학생 중 잘 쓴 학생을 보충하는 식이다. 그래서 수능 점수부터 되묻는 것이다. 수능 점수가 합격권 끝자락이라면, 가급적 요청을 거절한다. 합격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그래도 하겠다면, 요청에 응한다. 이 팁에 '설마' 하고 반응하는 학생이 있다면, '다 된 밥에 숟가락 얹지기' 관행이 S대가 다른 대학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라.

 

2. 그렇다면 '정말 못 썼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주변을 살펴보면 수능 점수 S대 합격권의 학생들 중 떨어진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K대 Y대 논술 준비를 오랜 기간 동안 했었고, 또 강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 학생들이 있다. 글도 매끈하게 쓰는 편이고 어휘력 구사도 좋은 편인데, 왜 떨어졌을까? 사실 논술은 서울대 입시에서 가장 약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약 3~4년 전부터 문제 성격이 K대나 Y대와는 많이 다르다. 단순히 채점 기준이 다르기보다는 문제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데 주의하라.

 

'명확하게 상반되는 두 입장 A와 B가 주어지고 그 중 무엇이 C를 설명해준다'는 식의 딱 떨어지는 방식의 포멧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은 S대 논술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다중적으로 해석 가능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답안 분량이 훨씬 길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 Y대 논술은 그 성격이 많이 바뀌기는 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간접적으로나 체험하고 싶은 사람은 '정형화된 글쓰기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사용한 나의 우화 '돈왕과 병녀(http://blog.daum.net/goodking/541)'를 보라. 돈왕과 병녀를 단순히 상반된 입장에서 누구는 성공적 삶을 살고, 누구는 아니라는 식의 해석은 최근 연대 논술에서는 우수한 답안으로 평가될 수 없다. 과거 Y대와 K대 논술 문제는 '앞서 언급한 그런 포멧 방식에 따른 답안'을 요구한다. 그런 요구가 S대 논술에서는 먹히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하라. 아무리 어휘력 구사력이 좋아도 그런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급급한 글쓰기는 S대 논술에서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차라리 K대 Y대 논술 준비를 않했으면 나았을 것을 ...' 이 말의 뜻이 뭘까?

 

3. 사실 약 5년 전부터 논술 시장에서 S대는 학원 강사들 밥줄이 아니었다. 그 밥줄은 K대와 Y대였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시문을 가지고 놀 정도의 실력을 갖춘 강사는 해당 학교 문제보다 더 정교한 문제를 제작할 능력과 배경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강사는 거의 없다. 그들이 가르치는 방법은 K대와 Y대에 맞춰져 있다. 물론 그들에게 수업을 들은 학생들 중 S대 합격자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대의 경우 그 합격률은 최소 50% 이상이다. 학원 강사가 잘 가르쳐셔 학생들이 합격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대부분 아주 잘 써서 합격한 것이 아니라 높은 수능 점수를 받은 상태에서 '아주 못 쓰지는 않아서' 합격한 것이기 때문이다.

 

4. 그렇다면 어떻게 단기간 내에 S대 논술 준비를 할까? 이 물음은 학원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 다룰 필요가 있다. 먼저 학원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가급적 2~3년 내 기출 문제들만 다루는 강사를 찾아라. 만약 2회 정도 기출 문제만 다루고, 서울대 문제보다 더 정교한 유사 문제를 스스로 제작하여 활용하는 강사라면 더 좋다. 여기에 한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답안을 써보도록 유도할 수 있는 강사라면 그를 찾아가라. 이런 식의 단기 코스를 만든다면, 4~6회면 족하다. 하지만 교육보다는 돈벌이에 눈이 먼 대형 학원들은 적어도 8회 이상 코스를 깐다.

 

며칠 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재수생 딸이 서울대 정시 1차를 합격해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수능 성적을 물어봤더니, 1차 합격 끝자락에 걸린 학생이더라. 부모 왈, 그냥 찔러 본 것이 됐다나 ...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응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떨어질 각오를 하고 하겠다고 해서 강사 한 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그 부모는 절대 그 강사에게 가지 않을 것이다. 아직 시장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콘텐츠의 질을 따질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들은 대형 학원에서 K대 Y대 논술을 담당하거나 짜라시 일간지에 기고를 하는 강사들이 정말 실력있는 강사들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한 착각에서부터 비극의 시작일 수 있음을 경고한다. 어차피 S대는 논술 비중이 낮다. 그냥 그날 가서 자신있게 자기 마음대로 쓰면 합격할 학생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5.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준비하는 경우에 대해 언급한다. 먼저 자신있게 임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훌륭한 어휘력 구사, 매끈한 문장 실력 등은 서울대 논술에서는 그 비중이 크지 않다. 딱 지난 2년 동안 기출 문제만 반복해서 풀되, 다음에 유의하라. 가급적 길게 써보려고 하라. 대신에 억지스러운 내용을 집어넣어 길게 만들지 말라. 실례로 제시문에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 제시문과 연관해 상식적인 배경지식을 잘 활용해 글을 길게 만들어 보려고 하라.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것이 뭐 별 건가? '관찰과 실험을 중시하는 과학적 방법론은 ... 블라 블라...' 이런 식으로 글을 늘려 보려고 하라. S대 문제는 다중적 해석이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성된 답안을 놓고 혹시 다른 관점으로 써볼 여지가 있었는지를 따져보라. 이때 직접 글을 써보는 것도 좋지만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과 같은 것을 해보는 것도 좋다. 아울러 두괄식, 양괄식과 같은 포멧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런 것은 상반된 입장 찾기 등 명확한 포멧에 따른 글쓰기가 좋은 답안으로 평가되는 문제에 대해 효과적일 뿐이다. 가장 좋은 글 구성은 연결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글 구성 방식에는 개인 차도 있다. 자신의 개성을 죽여가며 논술 문제에 답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이 점은 S대 논술에 임할 때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특정 포멧에 따라 답안을 작성해야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대학들이 여전히 더 많다. S대는 그런 대학들에 속하지 않는다.


* 덧글: S대 논술 문제는 그나마 다른 대학보다 양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S대 교원들이 더 뛰어나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10년 전 S대 문제는 정말 최악 중 최악이었다. 최근 S대 논술 문제가 그나마 나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아무튼 S대 정시 논술은 올해로 마지막이다. 내년보다는 후년부터 입시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그 파장은 뭘까? 시간이 날 때, 이 물음과 관련된 약간의 정보를 흘려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