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역사의 단편들

힌두교(수정)

착한왕 이상하 2016. 4. 19. 00:11

 

힌두교

       

오늘날 베다(Veda) 경전의 전통적인 제의(祭儀)) 방식은 사라졌지만, 인도의 힌두교가 베다 전통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고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베다 문화의 흔적은 기원전 3600년에서 1900년까지 지속된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진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많은 벽화는 시바(Shiva)’와 일명 ‘7명의 어머니들(Seven Mothers)’로 치장되어 있다. 문헌학적 측면에서 볼 때 베다의 주 경전은 리그 베다(Rig Veda)이다. 기원전 1500년경 인도에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진 리그 베다는 신들을 경배하는 찬가들과 우주 생성론을 담고 있다. 최고의 신은 비와 천둥을 주관하는 인드라(Indra)이며, 그 다음은 불의 신인 아그니(Agni)이다. 그러나 후기 힌두교에서는 비슈누(Vishnu), 루드라(Rudra), 시바 등이 강력한 신이나 여신으로 등장하게 된다.

 

리그 베다의 찬가들은 지역별로 특성화되면서 좀 더 제의적인 텍스트로 발전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야유 베다(Yajur Veda)와 삼마 베다(Sama Veda)이다. 이후 인도의 전통 의술을 지배하게 되는 아유르 베다(Ayuruveda)의 기원인 아타르바 베다(Atharava Veda)가 나타났다. 리그 베다에 담긴 신들에 대한 찬가와 우주 생성론이 서로 양분된 형태로 발전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아타르바 베다가 아유르 베다로 발전했다는 사실에는 인간을 우주에 유비한 사고방식이 반영되고 있다. 이렇게 리그 베다에서 갈려져 나온 여러 베다들은 15세기 이후에나 문자로 기록된 만큼 구전 문화의 정점에 서 있다.

 

베다는 일반적으로 진언(mantra)과 브라마나(Brahmana)로 구성되어 있다. 브라마나는 진언의 마술적 힘을 뜻하지만, 그 실제적 의미는 진언의 다각적 해석에 가깝다. 이러한 이유로 브라마나는 인도 사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힌두교 형성 과정에서 여러 브라마나가 나타나는데, 그 중 하나가 우파니샤드이다. 우파니샤드가 널리 퍼지면서, 전생의 업보가 환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카르마(Karma) 개념도 명확해지고 인도 전역에 퍼지게 된다.

 

서기전 6세기에 이르러 브라만 승려들의 정치적 권력에 대한 반동 운동이 일어났다. 불교와 자이니교가 그 주 세력이었으며, 싯다르타와 자이나교의 창시자 마하바라다(Mahabharata)는 서로 정치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하지만 불교와 자이나교에 의해 베다 전통이 사라지게 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새로운 베다 경전들이 탄생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힌두교라고 부르는 것에 좀 더 근접한 종교 형태가 생겨나게 된다. 그런 베다들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라마야나(Ramayana)와 마하바라다(Mahabharata)이다. 시바, 비슈누, 크리시나가 강력한 신으로 등장하고, 여신 샥티가 대중의 숭배 대상이 되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r)는 마하바라다 경전의 한 구성물이다.

 

힌두교는 단일신교(henotheism)’로 분류된다. 그런데 'henotheism'단일신교로 번역하는 것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뒤따른다. 그러한 번역은 다신교인 힌두교의 특성을 가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힌두교의 오랜 발전사에서 신들의 위계질서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어떤 신이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다른 신을 밀어내고 최고의 지위를 얻기도 했으며, 또 넓은 인도의 일부 지역은 새롭게 등장한 강력한 신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양상은 갈등의 불씨가 되었고, 지역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역사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신들의 위계질서를 논할지라도, 각 지역의 신은 해당 지역에서 만큼은 최고의 신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신교 내에서 각 신에게 지역별로 최고의 신성을 부여한다는 것이 단일신교이다.

 

단일신교가 일상생활 깊숙이 정착한 인도에서 사람들이 무함마드나 예수를 대하는 태도는 유럽인들이 힌두교를 대하는 태도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인도인들은 무함마드나 예수를 이슬람이나 기독교가 번창한 지역에 부여된 최고의 신성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주저 없이 힌두교 전통 내로 끌어 들여 그들 또한 찬미하는 것이다.

 

베다 경전은 아리안족의 인도 침공 과정에서 인도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그 가설은 지금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사실 베다 경전의 아리안족 유래설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물론 베다 경전과 아리안족의 신화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 실례로 세상을 가시계와 비가시계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베다 경전에 직접 대응하는 아리안족의 경전이 발견된 적은 없다. 베다 경전의 아리안족 유래설을 부정한다고 하여, 베다가 오로지 파키스탄 지역의 고대 문명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고대에도 문명 간 거래가 매우 활발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의 베다 전통이 아리안족에게서 넘겨받았다는 기존의 가설은 유럽인의 고안품이었을 가망성이 크며, 지금 그 가설은 인도계 토종 학자들의 고고학적, 문헌학적 연구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