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를 인정했습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매수한 분들 축하드립니다. 왜냐구요?
증선위 감독 인터뷰에서 보듯,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폐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빠르면 한 달 후 다시 거래됩니다. 길게는 거래 정지가 1년까지 갈 수 있습니다. 아마 권력은 대중의 눈치를 보다가 적정선에서 풀어 줄 겁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부담해야 할 과징금은 고작 80억입니다. 더욱이 분식회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었습니다. 물론 회계 감사로 자산이 축소되어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있는데, 저는 그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고 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나라 의료 서비스 체계를 장악 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면 실적이 나빠도 기업 가치를 떨어트리지 말아야 하기에 유증은 없을 겁니다. 삼성, 쌓아놓은 돈도 많구요.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거래 개시 시점에는 하락하더라도 조금 지나 급상승할 것이라 판단합니다.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할런지는 의문스럽기 때문에, 이 번에 매수한 분들은 거래 시작 후 타이밍을 조절해 잘 먹고 빠지면 될 것입니다.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식시장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합니다. 분식 규모가 너무나 크고 온갖 편법이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번 증선위 결정을 가지고 문어벙 정부를 칭찬합니다. 그나마 현 정권이니까 삼성을 건드렸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런데 왜 이재용 승계와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1년 7개월이나 질질 끌었을까요? 삼성증권 위조 주식 발권 사건도 그냥 넘어갔을까요? 그 1년 7개월 기간 동안 연기금은 실적 없는 바이오 거품을 키운 1등 공신입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만 매년 5% 수익을 내던 곳이 연기금이었는데, 기존 매매 전문가들은 다 잘렸고, 연기금은 공매 세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리고 별 실적 없이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40만원을 훌쩍 넘어섰죠. 반면에 실적 좋은 기술주들은 반토막났습니다. 또 명견만리라는 개쓰레기 책에 뽕간 문어벙은 허구한날 4차 혁명을 외치고 돼도 않는 각종 주가 부양 정책을 내세우면서, 주식 시장은 실물 경제와는 무관하게 완전히 왜곡되었습니다. 주식 시장이 실물 경제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둘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부정적 결과들이 나타납니다. 제조업 영역 중소기업들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은행에서 융자받기도 힘들어져 선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현 정권은 삼성과 싸우는 척 하면서 적폐청산 논리의 정당성을 확보할 뿐 실제로는 싸울 용기조차 없습니다.
다음은 과거 기업들이 분식 회계를 저질렀다가 처벌받은 수위를 보여 주는 금감원 도표입니다.
처벌 수위가 너무나도 약합니다. 위 도표를 보면, 효성 그룹이 5000억 분식 회계로 과징금 20억을 냈군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합니다. 효성 그룹과 비교할 때, 과징금이 200억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징금이 고작 80억입니다. 사실 과징금 200억도 터무니 없이 약합니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분식 회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이렇게 낮다는 것은 결국 '걸리지 말고 잘 헤쳐먹어'라는 것입니다. 기업 측에서 보자면, '뭐 걸려도 그만이네'라는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수위의 처벌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사건으로 2001년 엘론 분식 회계 사건이 다시 회자되더군요. 미국 7대 기업에 속했던 엘론은 1조 5천억 분식으로 사실상 파산했습니다. 당연히 주식 시장에서 퇴출되었구요. 또 분식 회계를 주도한 자들은 약 25년 형을 받아 지금도 복역 중입니다. 삼성바이로직스 분식 회계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이재용과 삼성바이로직스 사장은 몇 년 형을 받게 될까요? 분식 규모가 5조인데가 가중 처벌이 더해져 최소 100년 형은 받게 될 겁니다.
이 번 삼성바이로직스 분식 회계 사건에 대한 처리 방식은 우리나라의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개차반'인지를 여실히 보여 줍니다. 최근 코스피 하락을 놓고 외인 세력의 단타성 투기 성향이 공매도와 함께 거론되곤 합니다. 그런데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 정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나라에 외인 세력이 바보가 아니고서는 장기 투자를 하겠습니까! 진짜 적폐는 시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도록 만드는 후진적 금융 시스템, 복잡한 다단계 유통구조, 방만한 공공 기관 운영, 공무원, 선생 등의 사회 기여도를 훨씬 높게 잡아 특수 직역으로 규정하는 구시대 산물의 연금 제도 등입니다. 이런 것들 개혁 없이 적폐를 외치는 것은 가증스러운 것입니다. 그렇게 외치는 것은 그저 특정 인물들에 대한 증오를 이용해 자신들의 세력을 강화하겠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물론 쥐와 닭이 사익을 위해 개판을 친 것에 비추어 현 정권은 실수를 하더라도 사회를 개선시키려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현 정권, 벌써 3년차에 들어갔습니다. 고쳐야 할 것을 고치지 않고 내버려 둡니다. 결국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시스템이 점점 고착화됩니다. 계속 다수는 개돼지 취급받고 살 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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