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논(Zenon), 클레안테스(Cleanthes), 크리시포스(Chrysippus) 등에 의해 학풍이 마련된 스토아 사상에 따르면, ‘행복하다는 것’은 운명과 우연의 변덕에 굴복하지 않고 ‘좋은 것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것’에 대한 합의는 힘들다. 제논의 역설, 크리시포스의 역설 등 스토아 사상에는 많은 역설들이 있는데, 이는 원리로 가정된 것들을 의심하는 회의적 사고방식이 스토아 사상에 짙게 깔려 있음을 보여 준다. 회의적 사고방식 틀 내에서 ‘좋은 것’에 대한 합의는 더욱 어려워진다. 합의의 어려운 점은 집단적 의사 결정을 저해하고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인류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손쉬운 방법을 채택해왔다. 그것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위를 규격화하는 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