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디니와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윌리엄 고드윈(W. Godwin)은 19세기 영국의 정치 철학자이자 언론인이다. 고드윈은 19세기 무국가주의(anarchism)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곤 한다. 그의 영향력은 공리주의 형성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벤담(J. Bentham)의 공리주의가 쾌락들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관점에 근거한다면, 고드윈의 공리주의는 그러한 차이를 중시한다. 벤담의 합리적 개인이 선택과 행위에서 이득 계산을 중시한다면, 고드윈의 합리적 개인은 거기에 더해 자기 발달 혹은 능력 극대화 동기를 가진 존재이다.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는 무국가주의적 입장을 논외로 한다면, 정의와 자유에 대한 고드윈의 입장은 존 스튜어트 밀(J.S. Mill)의 입장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 점은 현대 정치 철학사에서 깊게 연구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고드윈의 부인은 19세기 여성 운동을 이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 Woollstonecraft)이다.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1818)>의 저자 메리 셸리(Mary Shelley)는 이들 부부에서 태어났다.

 

울스턴크래프트가 셸리에게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 셸리가 태어난 후 한 달 지나 출산 부작용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고드윈은 셸리의 교육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고드윈은 당대 영국 지성을 대표한 여러 인물들과 교류했는데, 그들 중에는 험프리 데이비(H. Davy)와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E. Darwin) 등 화학자, 박물학자, 자연철학자들도 있었다. 어린 셸리는 데이비와 다윈과 직접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들의 저술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과 자연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과학과 자연철학은 그녀와 남편 퍼시 비시 셸리(P.B. Shelley)의 대화 주제 중 하나였다. 시인으로 명성을 날렸던 퍼시는 화학과 전기 현상, 자연철학에 관심을 가진 시인이었다. <무신론의 필요성(The Necessity of Atheism)>이라는 소책자를 돌린 대가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쫓겨난 퍼시 셸리는 당시 19세였던 메리 셸리와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제네바 호수에 위치한 바이런(G.G. Byron) 경의 휴가지 빌라 디오다티(Villa Diodati)로 향했다. 때는 1816년 6월이었다.

 

디오다티에 합류한 인물들은 셸리 부부, 클레어 클레어몬트(C. Clairmont), 바이런의 주치의 존 윌리엄 폴리도리(J.W. Polidori)였다. 클레어 클레어몬트는 울스턴크래프트가 사망한 후 고드윈과 재혼한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의 딸이다. 크레어 클레어몬트는 바이런의 딸 알레그라의 생모이기도 하다. 디오다티에 모인 이들은 바이런의 제안에 따라 독일 유령 이야기들을 읽고 각자 고딕풍의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창작하기로 했다. 메리 셸리는 생명의 원리를 놓고 남편과 바이런 사이에 벌어진 토론을 듣고 <프랑켄슈타인>의 창작 동기를 얻었다고 한다. 프리도리는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스토커(B. Stoker)의 <드라큘라>의 모태가 된 <뱀파이어>를 완성하게 된다.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의 핵심 아이디어인 ‘사체 부활’을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얻었을까? 아니면 그것은 그녀만의 상상의 결과물이었을까?

 

<프랑켄슈타인>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3판(1831)의 서문에는 위 질문에 답해볼 수 있도록 해 주는 두 가지 단서가 등장한다. 서문에는 ‘갈바니즘(Galvanism)’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갈바니즘’은 이탈리아의 화학자 볼타(A. Volta)가 당시 발전 중에 있던 전기 치료 요법을 통칭하려고 만든 용어였다. 또 다른 단서는 메리 셸리가 사체 부활의 아이디어를 ‘어느 독일의 생리학자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여러 과학사가들은 카를 아우구스트 바인홀트(K.A. Weinhold)가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갈바니즘과 바인홀트를 이어주는 또 다른 단서는 19세기 초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탈리아 물리학자 지오반니 알디니(G. Aldini)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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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디니와 프랑켄슈타인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