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잡세상 잡글

으뜸가전 환급사업? 국내 기업들만 불리하게 만든 정책

착한왕 이상하 2025. 7. 23. 19:36

경제 정책은 세밀한 부분까지 들여다 보며 짜야 한다. TV를 보자. 중국산 저가 LCD TV 공세에 밀린 국내 삼성이나 LG는 OLED 스마트 TV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으로 상대적 영업 이익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지능형 어쩌고 저쩌고 여러 기능들이 들어가 있다. OLED 패널 자체는 LCD보다 저전력 구현이 가능하다고 하나 이건 아직까지 이론적으로 그런 것이고, 국내산 고급 TV들은 에너지 1등급 효휼을 맞추기 힘들다.

친환경 좋다. 또 내수 활성화 정책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에너지 1등급을 갖춘 가전제품에 대해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10% 환급해 준다. 이런 식으로 친환경과 더불어 내수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느 대가리에서 나온 것일까? 이게 황당한 정책인 이유는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만 불리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국내 고급 TV들이 에너지 1등급 효율을 맞추기 힘들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현재 기술적 제약으로 고급 OLED 스마트 TV들을 당장 그 기준에 맞추어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 우위의 여러 기능들을 빼고 에너지 1등급 효율을 맞춘 경우, 고급화 전략을 통한 우위 선점 전략은 그냥 개소리가 된다. 그렇다고 LCD TV로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 기업 손실까지 국가가 메꿔 주는 방식으로 중국 LCD 산업은 성장했고, 지금도 그 연장선에 서 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LCD 생산 공장을 사실상 다 매각한 상태다. LCD TV를 파는 국내 중소기업들 패널도 다 중국산이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으뜸가전 환급 사업이 마련된 것이다. 국내 산업 업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2025년 7월 4일부터 시행된, 으뜸가전 환급사업의 결과는?

당연히 에너지 1등급 효율 마크를 단 중국 LCD TV들이 득을 보게 된다. 가격도 국내 종소기업들보다 훨씬 저렴한데, 우리나라 정부가 10% 환급까지 해 주니, 으뜸가전 환급사업 시행일 7월 4일부터 중국산 LCD TV 판매량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건 TV뿐만 아니라 모든 세탁기, 청소기 등 실생활 관련 거의 모든 가전 제품에 해당한다. 으뜸가전 환급사업이란 결국 중국산 가전제품에 이 나라가 국민 혈세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각종 업황 통계 수치, 경쟁국과의 상대 비교표, 이런 것은 도대체 어디에 사용하는지 묻고 싶다. '으뜸가전 환급사업'에서 '으뜸가전'은 어느나라 가전제품이냐? AI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현 대용량 데이터 기반 AI 기술 확장은 친환경과 쉽게 어울릴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 정책 짜기에서 아마추어 수준의 인간들로 정계와 공공기관이 꽉 차 있는 판인데,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나라는 결국 골로 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