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착한왕의 개념 사전

기회(Chance)

착한왕 이상하 2010. 1. 5. 04:01

 

고대 그리스어 ‘tukè’에 기원을 둔 개념 ‘기회(chance)’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 우연한 만남, 예상치 못한 행운, 예측 불가능한 것 등을 뜻한다. ‘기회’의 이러한 다양한 의미에 공통된 것은 ‘필연성(necessity)’과 혼용되어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회 개념이 필연성 개념과 혼용되어 사용될 수 없는 까닭에, 기회적인 것은 필연성에 대비된 우연성(contingency)과 관련을 맺게 된다. 어떤 사건 및 상태가 다른 사건 및 상태의 필연적 원인이라고 할 때 후자의 사건 및 상태의 발생은 그 원인이 주어진 한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만약 물질의 세계가 필연적 인과 관계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결정론은 불가피하다. 즉, 이러이러한 초기 조건이 주어지면 반드시 이러이러한 결과가 나오도록 물질의 세계는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때 우연성은 물질계(物質界)의 인과 관계에 종속되지 않는 것으로 가정된 자유 의지(free will)와 같은 것에 기인하거나, 인간의 무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우연성은 물질계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과 맞물린 개념이다. 반면에 물질계를 포함한 우주가 부분적으로는 규칙적인 인과 관계를 보여주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비결정론적 양상을 띤다는 입장도 있다. 이때 우연성은 인간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 된다. 따라서 기회는 인간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우연성에 기인한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우연성에 기인한다는 입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