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위를 평가할 때 실용적 목적 외에도 도덕적 목적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 둘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대국이 자국 내 갈등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혹은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약소국을 침략한 경우, 그러한 목적은 실용적 관점에서는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실용적 관점에서 이해할만한 목적이 도덕적 관점에서도 항상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약한 집단을 식민지로 만든 강한 집단이 그렇게 주장하려면, 전제들이 필요하다. 첫째, 오로지 특정 지역의 사람들만이 도덕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지성적이며, 그들의 신중한 도덕적 판단은 틀릴 수가 없다. 이를 만족하는 주의를 ‘도덕불과오설’(moral infallibilism)이라고 하자. 약한 집단의 역사에 강한 집단이 개입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도덕불과오설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도덕적 판단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는 집단은 타집단의 역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도덕간섭주의’(moral paternalism)가 요청된다. 도덕불과오설과 도덕간섭주의로 구성된 ‘도덕제국주의’(moral imperialism)는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억압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자주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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