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이상하의 허락 없이 다음 자료를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 필립스 곡선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 없이는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또 미래에 대한 예측은 현재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상적인 경험에 대한 장기적 학습 효과에 바탕을 둔 예측은 거시적 차원에서의 집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더욱이 그러한 예측에 근거한 선택은 단기적으로 실효성을 가지는 경제 정책 등이 장기적으로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실례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의 상충 관계를 다룬 필립스 곡선을 들 수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경제학자 필립스(A.W.H. Phillips)는 1958년 영국의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필립스의 논문에 따르면, 실업률이 높을 때에는 임금이 하락하고, 역으로 실업률이 낮을 때에는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인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에 상충 관계가 성립함을 뜻한다. 즉, 실업률이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율은 낮고, 실업률이 낮을수록 인플레이션율은 높다는 것이다. 곧이어 다른 경제학자들도 여러 국가의 자료를 이용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률 사이에 마이너스의 상관관계가 성립함을 증명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 마이너스의 상관관계가 성립함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지출을 늘리거나 조세를 감면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단기 총공급에 비해 총수요가 증가하므로 물가 수준은 상승해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진다. 반대로 정부가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조세를 늘린다고 해보자. 이 경우, 단기 총공급에 비해 총수요가 감소하므로 물가 수준은 낮아지지만 생산량 저하로 인해 실업률은 늘어난다. 이러한 논리를 장기 경제 정책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필립스가 논문을 발표한 때는 1958년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1960년대 초까지 세계 경제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현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 경제학자나 경제 정책가는 원래의 필립스 곡선을 가지고 실업률을 조정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원래의 필립스 곡선은 물가 수준의 변동 기간이나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예상 인플레이션율 등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얻어진 것이다. 그런데 경기 호황으로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인플레이션이 여러 해 지속되었고, 1970년대에는 유가 파동으로 인해 높은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동시에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만(M. Friedman)과 펠프스(E. Phelps)는 1968년 미래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측이 현재의 인플레이션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을 제외한다면 예상 인플레이션율이 실제 인플레이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 동의한다. 이 때문에, 예상 인플레이션의 변화가 실업과 인플레이션 간의 단기적 상충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필립스 곡선을 이동시킨다는 사실이 현대 거시 경제학의 중요한 발견으로 여겨진다. 그러한 이동 때문에, 원래의 필립스 곡선이 보여주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의 상충 관계는 장기 경제 정책을 마련할 때 큰 도움을 줄 수 없다. 장기 정책을 마련하는 경우, 원래의 필립스 곡선이 아닌 또 다른 필립스 곡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널리 퍼진 이후, 경제학자들은 원래의 필립스 곡선을 ‘단기 필립스 곡선’으로, 그리고 예상 인플레이션율이 현재의 인플레이션율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고려한 경우에 해당하는 필립스 곡선을 ‘장기 필립스 곡선’이라 부른다. 이렇게 단기 필립스 곡선과 장기 필립스 곡선의 구분이 생겨난 과정에는 ‘장기적 학습 효과에 바탕을 둔 미래에 대한 예측이 현재의 실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인식이 도사리고 있다.
[퀴즈 1] 실업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충 관계를 그래프로 그려 본다면?
[퀴즈 2] 다음 두 그래프를 비교하여 총수요 곡선의 이동이 실업률 하락과 인플레이션율 증가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설명해 본다면?
[퀴즈 3] 다음 그래프를 이용하여 장기 경제 정책을 마련할 때 실제 인플레이션율과 예상 인플레이션율이 일치할 수 있을 만큼 실업률을 추정해야 함을 논해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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