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어를 사용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속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사회에서도 공식석상이 아니라면 속어의 사용은 허용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사용하게 되는 속어로 다음을 들 수 있다.
• 엿 같다.
• 앗싸.
‘엿 같다’다는 속어는 ‘앗싸’보다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엿 같다’는 욕과 같은 비어로 분류하기 힘들다. ‘엿 같다’는 표현이 남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특정 부류만 이해할 수 있는 은어도 아니다. ‘앗싸’ 역시 욕과 같은 비어가 아니다. ‘앗싸’는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 통용되던 은어가 대중에게 퍼진 속어이다. ‘엿 같다’가 사용되는 맥락과 ‘앗싸’가 사용되는 맥락을 비교해 보면, 그 두 맥락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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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맥락 |
엿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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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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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도표의 빈 칸에 들어갈 내용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생각해 보는 것은 ‘엿 같다’와 ‘앗싸’라는 두 속어의 사용법이 보여주는 맥락상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빈 칸에 들어갈 세부 항목은 각자 채워보자. 이때 ‘엿 같다’는 속어는 주로 ‘일이 꼬일 때’, 그리고 ‘앗싸’라는 표현은 ‘일이 풀릴 때’ 사용됨을 알 수 있다. 당구를 치는 경우, 친 공이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목표 지점을 피해나가면 ‘엿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반면에 친 공이 목적한대로 들어가거나, 소위 ‘뽀록구’로 들어가면 ‘앗싸’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엿 같다’라는 속어가 사용되는 맥락과 ‘앗싸’라는 속어가 사용되는 맥락은 서로 대립 관계를 맺을 정도로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엿 같다’라는 속어와 ‘앗싸’라는 속어의 사용 맥락을 살펴보면, 두 속어는 ‘암시적 공통점’을 갖는다. 두 속어는 어떤 일에 대한 평가와 관련되어 있다. ‘엿 같다’는 일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반면에 ‘앗싸’는 긍정적 평가에 사용된다. 이때 두 속어 모두 ‘각각의 사용 맥락이 일과 관련 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한 일이란 대부분 개인에게 주어지거나 스스로 만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과업이다.
일생 동안 ‘엿 같다’라는 속어만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또 ‘앗싸’라는 속어만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두 속어의 사용 빈도수는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누구나 두 속어를 반복해서 사용하게 된다. 이에 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일생 동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는 사소하고, 어떤 문제는 중요하다. 어떤 문제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풀리며, 어떤 문제는 단기적으로 접근해야 풀린다. 또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자마자 이어지게 될 문제는 매우 복잡한 경우도 있으며,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엿 같다’와 ‘앗싸’라는 속어의 사용법을 살펴보면, 삶은 ‘끊임없는 문제 해결 과정’이라는 데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죽음은 ‘문제를 남기는 것’이다. 왜냐하면 삶이 ‘해결할 문제가 남지 않게 되는 상황에 도달하는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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