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인지와 경험

논리학의 여러 측면들

착한왕 이상하 2011. 12. 2. 21:39

* 다음은 총 50 장으로 구성된 <사고 훈련 과정>의 한 장이다. 다음 사고 훈련 자료를 저자 이상하의 허락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GK 비판적 사고 031-381-2282)

 

 

사고 훈련 23

- 논리학의 여러 측면들 -

 

‘땡칠이’이라 불리는 강아지가 있다고 합시다. 땡칠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다는 것은 개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개념에 대해 안다는 것은 그 개념에 해당하는 대상들과 그 대상들과 다른 대상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는 사람은 ‘세계에 대해 구조화된 지식 체계’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의 개념에 대해 안다는 것은 세계에 대해 구조화된 지식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답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는 능력을 추리 능력이라고 할 때, 추리는 ‘세계에 대해 구조화된 지식 체계’를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또 추리를 통해 그러한 지식 체계가 변화하기도 합니다. 세계에 대해 구조화된 지식 체계와 추리 사이의 역동적 관계는 아주 중요한 연구 주제입니다. 그 역동적 관계를 여기서 다룰 수는 없습니다. 아직 제 운이 다하지 않았다면, 그 역동적 관계를 다룬 연구서를 보게 될 수도 있겠죠.

 

개념의 범주들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를 따지거나, 특정 대상이 어떤 개념에 해당하는가를 따지는 것에는 참 거짓 판단이 개입합니다. 개념과 개념의 관계, 대상과 개념의 관계는 상징 기호들로 구성된 진술에 함축되기 때문에, 진술을 참`거짓의 판단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여도, 다음 두 가지는 반드시 명심하고 있어야 합니다.

 

•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참 거짓 판단은 진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관점은 하나의 진술에 함축될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관점도 참 거짓 판단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술을 참 거짓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할 때, 참 거짓 판단이 진술 영역에만 국한된 것으로 이해하여서는 안 된다.

 

• 맥락에서 단절된 진술에 대하여 참 거짓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세상에 대해 구조화된 지식 체계가 개입하게 마련이다. 그러한 진술에 대해 합의 가능한 이유는 그런 체계가 경험의 제한 속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학습 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 체계들이 사람들에게 분포되기 때문에, 전문 지식을 함축한 진술에 대한 참 거짓 판단은 맥락과 분리되어서는 합의하기가 힘들어진다.

 

참 거짓 판단의 대상을 진술 영역으로 국한시키는 경우, 당연히 진술들을 분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진술에는 여러 가지 양상(modality)이 함축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양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다음을 들 수 있습니다.

 

• 가능성과 필연성

• 특정 행위의 허용 여부에 관한 당위성

• 과거, 현재, 미래 등의 시제

 

가능성과 필연성을 따지는 논리학의 분과가 일명 ‘양상 논리(modal logic)’로 불리지만, 양상은 위 세 종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도 하나의 양상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양상을 함축한 진술들을 일률적으로 다루기란 매우 힘듭니다.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진술에 함축된 양상을 무시하고 참 거짓을 판단하는 방식’과 ‘양상과 맞물린 참 거짓을 판단하는 방식’을 분리하여 다루는 것입니다.

 

 

[물음 1] 과거에 일어났던 것, 현재 존재하거나 발생하는 것을 기준으로 참 거짓 판단 여부가 명백한 진술은 사실을 묘사한 것으로 취급됩니다. 하나의 의견은 사실이나 다른 의견에 근거해 참으로 믿을 만하다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확실히 단언할 수 없지만 과거에 이러이러한 사건이 일어났었을 것이라는 진단 성격의 진술, 현재 사실에 비추어 이러이러한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추정 성격의 진술,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 성격의 진술 등은 의견을 함축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보기> 중 잘못된 것을 모두 고른다면?

 

<보기>

 

(가) 의견은 100% 합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나) 사실과 의견 모두 참, 거짓 판단의 대상이 된다.

(다) 의견은 참, 거짓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라) 의견의 경우, 그 신빙성이 토론 거리가 될 수 있다.

(마) 지나간 과거 사건은 사실에 속한다.

(바) 의견은 어떤 사실에 근거해 주장될 수 없는 것이다.

 

① (가), (바) ② (나), (마) ③ (다), (바) ④ (라), (마) ⑤ (나), (다), (라)

 

    

[물음 2] 역사적 사실이나 현재 과학의 수준에 비추어 의심하기 힘든 것들은 특별한 가상의 상황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논지 약화 및 반박의 표적이 되기 힘듭니다. <보기>에서 논지 약화나 반박의 표적이 되기가 가장 쉬운 것은? (<보기>에 등장하는 정의나 규정 등은 그대로 인정하고,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은 모두 참으로 가정합시다.)

 

<보기> 

 

(가) 나쁜 형질을 가진 사람은 사회에서 도태되어야 하며, 또 우수한 혈통을 가진 엘리트 집단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관점이 우생학의 핵심이다. (나) 아인슈타인의 둘째 아들 에두아드는 정신 질환을 앓았다. (다) 에두아드는 아버지의 보살핌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서 죽었고, (라) 첫째 아들 한스는 그의 부인의 할머니가 정신 질환을 앓았다는 이유로 자식을 낳지 말라는 아버지의 압박에 시달렸다. (마) 이러한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우생학의 관점을 가진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주장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시제 및 가능성 등의 양상을 무시하는 경우, 명제적 판단이 진술에 함축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명제적 판단이란 실제 발생하는 사건 및 사실, 혹은 합의된 어떤 절차에 근거하여 참 거짓 판단이 가능함을 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명제(proposition)는 양상을 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술에 함축된 참 거짓 판단 가능한 내용을 뜻합니다. ‘양상 명제(modal proposition)’란 이에 대비되어 가능성 및 필연성 등 양상을 함축한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진술의 내용을 뜻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논리학에서의 명제적 판단은 양상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술에 함축된 내용에 대한 참 거짓 판단을 일컫습니다. 명제적 판단을 함축한 진술이라 해도 그 참 거짓 판단에는 세상에 대해 구조화된 지식 체계가 개입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그런 진술을 다른 진술들과 의미적으로 단절된 어떤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논리학을 소박하게 참 거짓 판단 방식을 다루는 분야로 소박하게 정의해 봅시다. 양상을 고려한 경우와 고려하지 않은 경우를 기준으로 진술들을 구분할 때, 논리학은 다음 도식처럼 분류 가능합니다.

 

 

• 진술 논리는 명제적 판단을 함축한 진술들을 다룬다. 이때 어느 진술이 가능성, 필연성, 시제 등 양상을 함축하고 있다면, 그러한 양상은 진술 논리에서는 무시된다.

 

• 양상 논리(modal logic)는 가능성과 필연성을 함축한 진술들을 다룬다. 양상에는 당위성, 시제 등도 있으나, ‘양상 논리’라 불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능성과 필연성을 함축한 진술을 다루는 논리학의 분과를 뜻한다.

 

• 의무 논리(deontic logic)는 특정 행위의 허용 가능성, 당위성 등을 함축한 진술들을 다룬다.

 

• 시제 논리(temporal logic)는 사건 발생 시점을 함축한 진술들을 다룬다.

 

위 정사면체의 도식은 진술의 참 거짓 판단 방식의 형식을 다루는 논리학 분과들에 국한된 것입니다. 실제 진술의 분류도 단순 진술, 복합 진술, 전칭, 특칭 등을 포괄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진술을 주어와 술어로 구성된 것으로 간주하고 진술들을 논리적 연결사로 결합하는 방식은 진술들의 진리치를 변환하거나 결합하는 계산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반면에 논리적 연결사가 모방하는 접속사들의 의미는 진술들의 내용에 의존적입니다. 진술에 등장하는 부정 방식은 맥락에 따라 진술 전체를, 아니면 진술의 일부분을 부정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또는’이라는 접속사도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배타적 또는’, 아니면 ‘포괄적 또는’을 뜻합니다. ‘그리고’라는 접속사가 사용되는 방식을 살펴보면, 그 의미는 진술들의 내용적 결합 순서에 의존적입니다. 접속사들의 의미는 진술들의 내용을 구성하는 인과 관계나 시제 등에 의존적입니다. ‘...면, ...이다’의 사용법을 살펴보면, 사건들 사이의 인과 관계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인과 관계는 진술의 참 거짓만을 판단 대상으로 삼는 논리학의 영역에서는 다루질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논리학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알아야지만 명확해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고 훈련 과정을 충실히 따라온 사람이라면, ‘서양 논리학은 진술들의 내용 및 내용적 연관성이 아니라 참 거짓 판단 방식의 형식을 다룬다’라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음 3] <보기> 중 그 내용이 거짓이면서 ‘양상 명제’로 분류되는 것은?

(시제는 무시하고 생각합시다.)

 

<보기>

 

(가) 달은 아침에 뜬다.

(나) 인간은 걸어서 달나라에 갈수 없다.

(다) 둥글면서 동시에 사각형인 도형에 대응하는 그림을 상상할 수 있다.

 
 

① (가) ② (나) ③ (다) ④ (가), (나) ⑤ (나), (다)

 

 

[물음 4] <보기> 중 ‘또는’이 ‘배타적 또는’을 뜻하는 것을 모두 고른다면?

 

<보기>

 

(가) 3≥1+1

(나) 모든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수컷 아니면 암컷이다. 따라서 지수는 남자이거나 여자이다.

(다) 어떤 원소 a는 집합 X에 속하거나 집합 Y에 속한다.

 
 

① (가) ② (나) ③ (다) ④ (가), (다) ⑤ (나), (다)

 

 

[물음 5] 논리적 연결사인 부정 연결사, 연접 연결사, 이접 연결사, 함의 연결사의 기능 방식을 진리표로 나타내 본다면?

 

   

[물음 6] ‘P→Q’ 형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함의 연결사의 기능 방식에 따라 참이지만, 일상 경험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복합 진술을 만들어 본다면?

 

  

[물음 7] <보기>의 빈 칸 (A)와 (B)를 채워 본다면?

 

<보기> 

 

순식이는 대학교 교양 과목으로 ‘진술 논리 입문’을 수강했다. 임의의 두 진술 P와 Q를 연접 연결사로 연결한 ‘∧’의 참 거짓 판단 방식은 다음과 같다.

 

• (                                   A                                        )

 

‘P∧Q’의 참 거짓 판단 방식에 대한 위 정의에 따르면, ‘P∧Q’와 ‘Q∧P’는 동일한 것으로 간주된다. ‘∧’는 접속사 ‘그리고’의 기능을 모방한 논리적 연결사이다. 그런데 두 진술의 내용을 결합하는 기능을 갖는 접속사 ‘그리고’의 의미는 ‘∧’의 기능 방식으로만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논리학적으로는 ‘P∧Q’와 ‘Q∧P’의 형식을 빌려 표현 가능한 두 진술이 내용적으로 다를뿐더러 둘 중 하나만 참인 경우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에 대한 실례로 다음 두 진술을 들 수 있다.

 

• (                                  B                                         )

• (                                  C                                         )

 

위 진술을 형식적으로 나타내면, (B)는 ‘P∧Q’로, (C)는 ‘Q∧P’로 표현 가능하다. 그런데 일상 경험에 비추어 (B)는 참이지만, (C)는 거짓이다.

   

 

 

진술을 양상을 고려하지 않은 명제적 판단만 함축한 것 그리고 양상까지도 함축한 것으로 이분시켰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 실제 가능할까요? 언뜻 보기에 이 물음은 우매한 질문으로 비춰질 것입니다. 특히 영어나 독어를 포함한 인도유럽어족에 속한 논리학자의 눈에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이유를 먼저 알아봅시다.

 

개념의 범주화와 관련하여 많은 개념이 대상들의 모임으로 표현 가능함을 살펴보았습니다. 분류와 관련된 범주화가 개념과 대상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명제적 판단을 함축한 진술은 대상의 상태, 대상들의 조합 방식 등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가능성, 당위성, 시제와 같은 양상도 범주의 일종으로 여긴다면, ‘가능한 것’, ‘필연적인 것’, ‘해야만 하는 것’, ‘앞으로 발생할 것’ 등에 속하는 대상의 상태, 대상들의 조합 등을 논할 수 있습니다. 인도유럽어족의 경우, 양상을 포함한 진술들이 이에 부합하도록 재처리될 수 있습니다. P를 양상을 제거시킨 진술이라 할 때, 다음과 같은 재처리 방식이 가능합니다.

 

• It is the case that P (진술 논리와 관련된 기본 표현 형태)

• It is possible that P (양상 논리와 관련된 기본 표현 형태)

• It is obligatory that P (의무 논리와 관련된 기본 표현 형태)

• It will be the case that P (시제 논리와 관련된 기본 표현 형태)

 

위에서 첫 번째는 P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고, 두 번째는 가능성, 세 번째는 당위성, 그리고 네 번째는 미래 시제라는 양상을 나타낸 것으로 간주됩니다. 여기서 원래 진술에 함축된 양상들은 P 자체의 내용과 독립적으로 에 적용 가능한 연산자처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때 P에 함축된 대상의 상태나 대상들의 조합은 ‘가능한 것’, ‘해야만 하는 것’ 등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 점은 위의 네 가지 재처리 방식의 P에 명제적 판단을 함축한 임의의 진술이 들어가도 무방하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박쥐는 날 수 있다’는 것과 ‘박쥐가 난다는 것은 가능하다’가 단지 어감에서만 차이를 보일 뿐 내용적으로 동일한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전자의 진술의 경우, 가능성은 주어에 함축된 대상, 즉 박쥐의 능력과 연관되어 있어 해당 대상과 분리시켜 다루기 힘든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날 수 있다’라는 표현이 사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비행기 자체에 그러한 능력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재처리 방식을 우리말에 직접 적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단지 진술들에 함축된 양상들을 진술들에서 제거한 후에 해당 양상들을 마치 연산자처럼 취급한다는 조건 아래 그러한 재처리 방식을 일상적 진술들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양상도 P의 내용과 무관하게 P의 진리치, 곧 참 거짓 판단 방식에 국한시켜야 하며, ‘박쥐가 난다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은 ‘박쥐가 난다는 것은 참일 가능성이 있다’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논리학에서 양상을 연산자처럼 다룰 때, 그런 연산자를 진술의 내용을 구성하는 실제 양상과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서양 논리학이 내용이 아닌 참 거짓 판단 방식의 형식을 다루는 분과임을 보여 줍니다. 인간의 실제 참 거짓 판단이 그러한 형식에 따라 진행된다고 섣불리 결론지어서는 안 되며, 또 내용의 정합성과 주장의 근거를 따지는 것에 치우친 일상적 의미에서의 ‘논리적이라는 것’은 논리학의 아래 성격보다 폭 넓게 이해되어야 합니다.

 

• 서양 논리학은 진술의 내용 및 내용적 연관성이 아닌 참 거짓 판단 방식의 형식을 다룬다.

 

그런데 누군가 이런 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양상을 재처리한 표현 방식에서 영어를 사용했니? 두 번째와 세 번째에 표현 방식 대해서는 ‘... 는 가능한 것이다’, ‘... 는 해야만 하는 것이다’와 같은 우리말 표현을 대응시킬 수 있어도, 네 번째에 대응하는 적절한 표현을 찾기 힘듭니다. 우리말에는 엄격한 의미의 분사형도 없거니와 미래 시제 대부분은 발생적 의미를 함께 띠고 있는 경우가 많아, “It will be the case that P”에 해당하는 적절한 표현을 찾기 힘듭니다. 논리학을 참 거짓 판단의 형식을 다루는 분야로 간주해도, 이는 양상의 분류와 이에 따른 범주가 어족(語族)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음 8] <보기> 중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보기> 

 

(가) 양상 논리는 가능성과 필연성을 따지기 때문에, 당위성이나 시제 등은 양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나) 논리학에서 ‘새가 우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은 새의 우는 능력을 전제하고 있다.

(다) 논리학은 참 거짓 판단 방식의 형식을 따지기 때문에, 진술의 내용 및 내용적 연관성은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하다.

 

① (가) ② (가), (나) ③ (가), (다) ④ (나), (다) ⑤ (가), (나), (다)

 

 

[물음 9~1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불(George Boole, 1815~1864)의 논리 대수는 논리학의 추론 형식들이 수학의 한 분과, 특히 대수학에 귀속될 수 있다고 여긴 학풍 속에서 탄생했다. 그의 논리 대수는 현재 컴퓨터 하드웨어의 기본이 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microprocessor) 속에 구현되어 있다.

 

현대 정보론(theory of information)의 개척자인 섀넌(Claude Elwood Shannon, 1916~2001)은 1937년 석사학위 논문에서 ‘전기 스위치(electric switch)’들로 구성된 연산 장치를 다뤘다. 여기서 연산은 ‘논리 연산’을 의미한다. 논리 연산은 ‘연접(AND)’, ‘이접(OR)’, ‘부정(NOT)’과 같은 논리적 연결사 혹은 연산자들이 작동하는 방법을 다룬다. 주어진 입력에 대해 연산자들의 작동법이 기계적으로 구현된 경우, 논리 연산은 입력 상태를 변화시켜 출력 상태를 얻는 작동법이다. ‘논리 게이트’는 그러한 여러 작동법을 이진법에 근거한 ‘디지털 회로(digital circuit)’로 구현한 것이다. 

위 도식은 두 개의 입력과 하나의 출력으로 구성된 단순한 논리 게이트의 일반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각 입력은 ‘스위치가 켜진 상태’와 ‘꺼진 상태’라는 두 상태를 갖는다. 출력 역시 그러한 두 상태를 갖는다. 출력 상태는 작동기에 의해 입력 상태가 변환된 것이다. 작동기가 특정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경우, 논리 게이트는 불 논리 대수의 기계적 모델로 간주될 수 있다.

 

불은 구두 수선공인 아버지와 하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과학과 수학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 덕에 불은 일찍이 과학과 수학을 접했다. 부모는 아들의 교육에 열성적이었다. 불은 어린 나이에 가정교사의 도움으로 라틴어를 익히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의 교육열도 가난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직업학교를 다닌 것이 불이 받은 정규 교육의 전부였다. 직업학교의 교과 내용과 수준은 불을 만족시켜줄 수 없었다. 그는 독학으로 고대 그리스어, 프랑스어, 독어 등 여러 언어와 수학의 각 분야를 습득해 나갔다. 불은 부모와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19세부터 직접 학원을 운영했다.

 

불 논리 대수에 담긴 동기는 추론 형식을 대수학의 분과로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그 논리 대수는 연접, 이접, 부정과 같은 연산자의 작동 방법을 규정하는 대수 체계이다. 정수론이라는 대수 체계의 연산자들이 더하기, 빼기 등의 셈과 관련된 것이라면, 불 논리대수의 연산자들은 추론 형식의 논리 연산과 관련된 것이다.

 

불 논리 대수를 만족하는 모델들은 여러 가지다. 그 중 많이 알려진 것 세 개만을 언급한다면, 첫 번째는 집합론적 모델이다. 이 경우, 연접은 ‘교집합을 구성하는 것’, 이접은 ‘합집합을 구성하는 것’, 그리고 부정은 ‘여집합을 구성하는 것’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논리 연산을 직관적으로 공간화시킨 모델, 곧 벤(John Venn, 1834~1923)에 의해 체계화된 벤다이어그램(Venn diagram) 기법에 근거한 모델이다. 세 번째는 논리 연산을 0과 1, 참과 거짓 혹은 높은 전압과 낮은 전압 등 단 2개의 불연속적인 값만으로 구성한 모델이다. 논리 게이트는 이 세 번째 모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다.

AND

입력 1

입력 2

출력

1

1

1

1

0

0

0

1

0

0

0

0

OR

입력 1

입력 2

출력

1

1

1

1

0

1

0

1

1

0

0

0

NOT

입력

출력

1

0

0

1

 

논리 게이트와 관련해 1을 ‘스위치가 켜진 상태’에, 0을 ‘스위치가 꺼진 상태’에 연관시켜보자. 연접 연산자 ‘AND’는 두 입력 상태 모두가 1일 때에만 출력을 1로 만들어주는 작동 방식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의 입력 상태에 대해서 출력은 0이 된다. 이접 연산자 ‘OR’는 두 입력 상태 모두가 0일 때에만 출력을 0으로 만들어주는 작동 방식이다. 두 입력 상태 중 적어도 하나가 1이라면, 출력도 1이 된다. 부정 연산자 ‘NOT’은 입력 상태 0을 1로, 입력 상태 1을 0으로 만들어주는 작동 방식이다.

 

불 논리 대수의 논리 게이트 모델이 입력 상태를 변환시키는 다양한 작동법과 연관된다면, 전기적 스위치 회로는 논리 연산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컴퓨터 하드웨어의 각종 마이크로프로세서, 곧 극소 연산 처리 장치는 이러한 섀넌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것이다.

 

정말 인간의 사고는 불 논리 대수에 따라 진행되는 것일까? 정말 인간의 두뇌에는 불의 논리 대수를 실현한 하드웨어와 같은 것이 담겨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불의 논리 대수에서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은 진술의 내용과 무관하다. 즉, 그것들은 진리치의 변환과 결합만 다룬다. 반면에 논리적 연결사에 대응하는 실제 접속사들은 진술들의 내용적 결합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실제 판단은 내용 의존적이지만, 불 논리 대수는 아니다. 아직 인간의 사고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의 논리 대수는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물음 9] 다음 도표의 빈 칸을 채워 봅시다.

 

IF

입력 1

입력 2

출력

1

 

 

1

 

 

0

 

 

0

 

 

 

[물음 10] 글 [1]을 보면, 논리 게이트의 일반 구조를 나타낸 그림이 있습니다. IF가 거짓이 되는 경우를 그려 봅시다.

  

 

[물음 11] 만약 입력이 3개라고 합시다. 이때 OR가 참이 되는 경우를 그려 봅시다.

 

  

[물음 12] 특정 논리 게이트를 나타내는 다음 도식을 봅시다.

 

검은색 선은 입력 상태 1과 관련된 것이고, 회색 선은 입력 상태 0과 관련된 것입니다. 도식의 논리 게이트에서 ‘AND’와 ‘NOT’ 사이의 점선, 그리고 ‘OR’와 ‘AND’ 사이의 점선은 각각 어떤 색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최종 출력 ‘?’은 0과 1의 상태 중 무엇일까?

 

 

  

지금까지 진술들의 분류에 따른 논리학의 종류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논리학의 여러 분과들이 반드시 진술들의 분류 방식에 따른 것은 아닙니다. 참 거짓 판단 방식의 형식을 다루는 논리학에서 진리치는 반드시 참과 거짓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불확실한 경우도 있습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불확실한 경우에 대해 참도 거짓도 아닌 새로운 진리치 ‘U(uncertain)’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3치 논리란 참과 거짓을 나타내는 진리치 T, F와 U를 다루는 논리학의 분과입니다. 또 참 거짓 판단을 마치 ‘연속 스펙트럼(continual spectrum)’여기는 논리학의 분과도 있습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여러 색으로 나뉘고, 그러한 색들이 연결된 띠는 연속 스펙트럼을 대표합니다. 참 거짓 판단을 그러한 스펙트럼 띠처럼 간주할 때, 참과 거짓은 스펙트럼의 양 끝에, 참에 가까운 판단은 진리치 참에 가까운 부분에, 그리고 거짓에 가까운 판단은 진리치 거짓에 가까운 부분에 위치하게 됩니다. 진리치가 세 개 이상의 경우를 다루는 논리학의 분과들은 이어지는 사고 훈련에서 살펴볼 것입니다.

 

진술들의 분류 방식에 따라 논리학의 종류들을 살펴보는 경우, ‘모든’ 혹은 ‘어떤’과 같은 양화를 다룰 수 없습니다. 이미 살펴본 범주 삼단논법은 그러한 양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범주 삼단 논법에서 참 거짓 판단의 단위는 범주 개념들입니다. 또한 범주 삼단 논법은 개념이 아닌 고유 명사가 주어로 등장하는 ‘단칭 진술’뿐만 아니라 대소 관계 등도 다룰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범주 삼단 논법의 형식들은 진술 논리의 타당한 형식이나 추론 형식과는 어울리기 힘든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술어 논리(predicate logic)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논리학의 분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 개 이상의 진리치를 다루는 논리학의 분과들에 대해 살펴보고 나서, 술어 논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