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인지와 경험

동어반복과 추론 형식

착한왕 이상하 2011. 9. 11. 01:42

* 다음은 총 50 장으로 구성된 [사고 훈련 과정]의 한 장이다. 다음 사고 훈련 자료를 저자 이상하의 허락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GCTC 016-9750-5880)

 

 

사고 훈련 22

- 동어 반복과 추론 형식 -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는 두 진술 형식은 진리표 상에서 항상 동일한 진리치를 갖습니다. 실례로 ‘P→Q’와 ‘¬P∨Q’는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습니다. 이러한 논리적 동치 관계에 반대되는 것은 모순 관계입니다. 모순 관계를 맺는 두 진술 형식은 동시에 동일한 진리치를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는 두 진술 형식은 모순 관계를 맺지 않는다. 또 역으로 모순 관계를 맺는 두 진술 형식은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지 않는다. 반면에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지 않는 두 진술 형식이 반드시 모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며, 또한 모순 관계를 맺지 않는 두 진술 형식이 반드시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물음 1] 위 글에 근거해 ‘두 진술이 논리적 반대 관계를 맺는 경우’를 설명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참 또는 거짓이라는 두 진리치만 가정합시다.)

 

① 두 진술이 동시에 참일 수는 없지만 동시에 거짓일 수는 있다.

② 한 진술이 참이면, 다른 진술은 반드시 거짓이다.

③ 두 진술은 동시에 참일 수 있지만 거짓일 수는 없다.

④ 한 진술이 참이면, 다른 진술은 반드시 참이다.

⑤ 두 진술은 동시에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없다.

 

 

[물음 2] 다음 중 잘못된 주장은?

 

① P와 ‘¬P’는 서로 모순 관계를 맺는군.

② ‘¬(P→Q)’는 ‘P∧¬Q’와 논리적 동치이군.

③ ‘P∨¬Q’와 ‘¬∨Q’는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지 않을뿐더러 모순 관계도 맺지 않는군.

④ ‘P→Q’와 ‘Q→P’는 서로 논리적 동치이군.

⑤ ‘P→Q’와 그 역인 ‘Q→P’는 모순 관계를 맺지 않는군.

 

 

[물음 3] 주어진 어떤 진술 형식 A를 부정한 ‘¬A’는 A와 모순 관계를 맺습니다. <보기>를 참조하여 아래 도표의 빈 칸을 채워 본다면?

 

<보기>

(가) ¬P∨¬Q

(나) ¬P

(다) ¬P∧¬Q

(라) P∧(¬P∨¬Q)

 

<도표>

A

A

¬¬P

P∧Q

(      )

P→(P∧Q)

(      )

(      )

P∨Q

(      )

 

 

‘P, Q, R, ...’는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임의의 진술들을 나타냅니다. AB는 ‘P, Q, R, ...’로 구성 가능한 진술 형식들을 나타냅니다. T는 참을, F는 거짓을 나타낸다고 합시다. AB가 서로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는 경우, ‘AB’는 ‘P, Q, R, ...’에 들어갈 진술의 참 거짓 여부와 무관하게 항상 참입니다. 이를 알기 위해 A를 ‘(P→Q)’라고, B를 그것의 대우 형식인 ‘(¬Q→¬P)’라고 해 봅시다. 이때 ‘AB’는 ‘(P→Q)↔(¬Q→¬P)’가 됩니다. ‘(P→Q)↔(¬Q→¬P)’의 진리표를 그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P

Q

P→Q

¬Q

¬P

¬Q→¬P

(P→Q)↔(¬Q→¬P)

T

T

T

T

F

T

F

T

T

F

F

T

 

위 진리표를 보면, P와 Q가 어떻게 판단되든 ‘(P→Q)↔(¬Q→¬P)’는 항상 참입니다. 이 때문에, ‘(P→Q)↔(¬Q→¬P)’는 P와 Q의 참 거짓 여부와 무관하게 항상 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진리표를 그렸을 때 진술의 참 거짓 여부와 무관하게 항상 참인 진술 형식을 ‘동어반복(tautology)’이라고 합니다.

 

 

[물음 4] P와 ‘¬¬P’는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습니다. 진리표를 그려 ‘P↔¬¬P’가 동어반복 형식임을 증명해 본다면?

 

 

[물음 5] ‘P→(Q→R)’와 ‘(P∧Q)→R’은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습니다. 다음은 ‘[P→(Q→R)]↔[(P∧Q)→R]’이 동어반복 형식임을 보여주는 진리표입니다. 빈 칸을 채워 본다면?

 

P

Q

R

Q→R

P→(Q→R)

P∧Q

(P∧Q)→R

[P→(Q→R)]↔[(P∧Q)→R]

T

T

T

T

T

F

T

F

T

T

F

F

F

T

T

F

T

F

F

F

T

F

F

F

 

 

동어반복의 진술 형식은 ‘논리적 참(logical truth)’을 함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명확히 알기 위해 논리적 연결사와 접속사의 차이를 기억해 봅시다.

 

‘그리고’, ‘또는’, ‘... 아니다’, ‘...면, ...다’와 같은 접속사는 진술의 내용을 결합하는 기능을 갖습니다. 반면에 연접 연결사 ‘∧’, 이접 연결사 ‘∨’, 부정 연결사 ‘¬’, 함의 연결사 ‘→’로 대표되는 논리적 연결사들은 진술의 내용을 무시하고 오로지 진술의 진리치 변환 및 결합 방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 방식에 따를 때, 진리표 상에서 항상 참인 진리치만을 갖는 진술 형식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진술 형식들은 동어반복으로 분류됩니다. 실례로 다음과 같은 진술 형식들을 들 수 있습니다.

 

• P→P

• P∨¬P

• (P∧Q)→P

 

위 진술 형식들을 살펴보면, 그것들은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에 따라 P와 Q에 어떤 진술이 들어가든 항상 참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비가 오면 비가 온다.

 

‘비가 온다’는 진술은 비가 오는 경우 참이고, 오지 않는 경우 거짓입니다. 반면에 비가 오던 비가 오지 않던, ‘비가 오면 비가 온다’라는 진술은 함의 연결사의 정의 방식에 따라 항상 참입니다.

 

• 비가 오거나 오지 않는다.

 

‘비가 온다’는 진술은 비가 오는 경우 참이고, 오지 않는 경우 거짓입니다. 하지만 비가 오던 비가 오지 않던, ‘비가 오거나 오지 않는다’라는 진술은 이접 연결사의 정의 방식에 따라 항상 참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동어반복 형의 진술들은 오로지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에 따라 항상 참으로 판단되는 것들입니다. 반면에 동어반복 형에 들어가는 진술들 대부분은 경험에 근거해 참 거짓 판단 가능한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어반복 형의 진술들은 경험에 근거해 참 거짓 판단 가능한 구체적 내용을 결여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한 내용을 가진 진술들이 참인 경우, 그러한 참을 ‘경험적 참(empirical truth)’이라고 합니다. 경험적 참과 달리 동어반복 형의 진술들은 경험적 내용과 무관하게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에 따라 항상 참으로 판단됩니다. 동어반복 형의 진술들에 함축된 참을 ‘논리적 참(logical truth)’이라고 합니다.

 

 

[물음 6] 참 거짓 판단과 관련하여 다음 두 진술 중 동어반복 형 진술을 구분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본다면?

 

• 바람이 분다.

• 낙엽이 떨어진다.

•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면, 바람이 분다.

 

 

[물음 7] 진술의 내용을 구성하는 시제, 양상 및 인과 관계 등을 무시할 때, 다음 진술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동어반복 형식들을 써본다면?

 

진술

동어반복 형식

• 피칸투는 파랑새이거나 파랑새가 아니다.

• 피칸투가 파랑새가 아니라면, 피칸투는 파랑새가 아니다.

• 비가와 땅이 젖는다면, 비가 오지 않았거나 땅이 젖으며, 또 이에 대한 역도 성립한다.

 

 

AB가 서로 논리적 동치인 두 진술 형식을 나타낸다고 할 때, AB를 상호 함의 연결사로 결합한 ‘AB’는 동어반복 형임을 알아보았습니다. 또 논리적 동치 관계에 반대되는 것은 ‘모순 관계’임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CD를 서로 모순 관계를 맺는 두 진술 형식이라고 해 봅시다. 서로 모순 관계를 맺는 두 진술 형식 CD를 연접한 ‘CD’나 상호 함의 연결가로 결합한 ‘CD’의 진리표를 그려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그 결과는 동어반복 형과 달리 항상 거짓이 됩니다.

 

C를 ‘P→Q’, 그리고 D를 ‘P∧¬Q’라고 해 봅시다. ‘(P→Q)∧(P∧¬Q)’와 ‘(P→Q)↔(P∧¬Q)’의 진리표를 그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P

Q

¬Q

P→Q

P∧¬Q

(P→Q)∧(P∧¬Q)

F

F

F

F

P

Q

¬Q

P→Q

P∧¬Q

(P→Q)↔(P∧¬Q)

F

F

F

F

 

‘(P→Q)∧(P∧¬Q)’와 ‘(P→Q)↔(P∧¬Q)’는 진리표 상에서 항상 거짓인 진리치만 갖습니다. 이렇듯 진리표 상에서 항상 거짓인 진술 형식을 ‘모순 형’이라고 합니다.

 

‘P∧¬P’와 ‘P↔¬P’는 모순을 대표하는 형식입니다.

 

 

[물음 8] 위 글의 두 진리표를 완성시켜 본다면?

 

 

[물음 9] ‘P∧¬P’와 ‘P↔¬P’의 진리표를 각각 그려 본다면?

 

 

모든 동어반복 형은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습니다. 또 지금까지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에 따를 때, 동어반복 형을 부정한 것은 모순 형이 됩니다. 역으로 모순 형을 부정한 것은 동어반복 형이 됩니다. 왜냐하면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 방식을 규정할 때 참 또는 거짓이라는 두 진리치만 가정했고, 또 참이 아니면 거짓이라고, 거짓이 아니면 참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물음 10] <보기>의 빈 칸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보기>

AB를 논리적 동치 관계를 맺는 두 진술 형식이라고 하자. 이때 AB는 항상 ( )를 갖는다. 따라서 AB를 상호 함의 연결사로 결합한 ‘AB’는 AB를 구성하는 진술들의 ()와 무관하게 항상 참이 된다. 즉, ‘AB’는 () 형이다.

 

           (가)                 (나)              (다)         

① 동일한 진리치           형식           동어반복

② 동일한 진리치           내용              모순

③ 동일한 진리치           내용           동어반복

④  다른 진리치             내용           동어반복

⑤  다른 진리치             형식              모순

 

 

[물음 11] [물음 10]의 <보기>를 만족하는 AB로 짝 지워진 것은?

         A                               B               

①      P↔Q                         Q→P

② (P∧Q)→Q               ¬Q→¬(P∨Q)

③ (P∨Q)→R              (P→R)∧(Q→R)

④ ¬(P∧¬Q)                  ¬P∨¬Q

⑤ (P∧Q)→R               (¬P∨¬Q)∧R

 

 

[물음 12] <보기>의 빈 칸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보기>

C를 ()라고 하자. 이때 C를 구성하는 진술들의 참 거짓 여부와 무관하게 C는 진리표 상에서 항상 ()이다. ()의 정의 방식에 따를 때, C를 부정한 것은 진리표 상에서 항상 거짓이다. 따라서 동어반복 형을 부정한 것은 () 형이 된다.

 

(가)                                        

(나)                                        

(다)                                        

(라)                                         

 

 

[물음 13] [물음 13]의 <보기>를 만족하지 않는 것은?

       C                               C의 부정               

①   P∨¬P                          ¬P∧P

②    P→P                             P∧¬P

③ P→(P∨Q)                     P∧¬(P∨Q)

④ P→(P∨Q)                    P∧(¬P∧¬Q)

⑤ ¬(P∧Q)                        ¬P∨¬Q

 

 

한때 동어반복 형은 ‘사고의 법칙’처럼 여겨졌습니다. 즉, 인간의 추론 과정에는 동어반복 형과 같은 형식이 담겨져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동어반복 형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진술의 내용을 무시하고, 접속사들의 기능을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으로 대체시켜 얻어졌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을 살펴보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제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시제는 진술의 내용을 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가능성, 필연성, 당위성과 같은 양상도 진술의 내용을 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을 살펴보면, 가능성, 필연성, 당위성과 같은 양상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 방식은 내용을 무시하고 정의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 방식은 조건문에 함축된 인과 관계 등과도 무관한 것으로 정의되었습니다.

 

인간의 실제 추론 과정은 진술들의 내용에 의존적입니다. 따라서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에만 근거해 얻어진 동어반복 형들이 인간의 실제 추론 과정을 나타낸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동어반복 형들은 단지 인간의 실제 추론 과정을 모방한 것으로 여겨져야 합니다. 그러한 모방은 무조건적이 아니라 특정 조건 아래에서만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왜 한때 동어반복 형과 같은 것들이 사고의 법칙처럼 여겨졌을까요? 이에 대해 알아봅시다.

 

 

[물음 14] <보기>에서 ㉠에 해당하는 것을 모두 고른다면?

 

<보기>

(가) 논리적 연결사들은 시제 및 양상과 무관한 것으로 가정되었군.

(나) 논리적 연결사들은 진술의 진리치를 변환하거나 결합하는 기능을 갖고 있군.

(다) 논리적 연결사는 기능의 측면에서 접속사와 동일한 것이군.

① (가)   ② (나)   ③ (다)   ④ (가), (나)   ⑤ (나), (다)

 

 

[물음 15] 다음 대화 중 잘못된 것은?

 

① ‘번개가 치면 천둥소리가 난다’라는 진술에는 사건 사이의 인과 관계가 함축되어 있군.

② 그 진술은 번개가 치는 상황에서는 참으로 판단되지.

③ 그 진술에 함축된 인과 관계는 함의 연결사의 정의 방식에서는 무시되었지.

④ 함의 연결사로 결합된 조건문 형식은 전건이 거짓이고 후건이 거짓인 경우에 거짓으로 판단되지.

⑤ ‘번개가 치면 번개가 친다’라는 진술에는 경험과 무관하게 항상 참인 동어반복 형식이 숨어 있군.

 

 

내용적으로 타당한 주장은 ‘전제들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그 결론을 부정하기 힘든 주장’입니다. 내용적으로 타당한 주장이 항상 반박에 대해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전제들이 정말 참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타당한 주장이 반박에 대해 자유로운 경우’는 ‘전제들이 정말 참이라고 합의 가능한 경우’입니다. 다음 주장을 살펴봅시다.

 

<피칸투 1>

• 피칸투는 파랑새이다.

• 피칸투는 일찍 일어난다.

• 피칸투가 일찍 일어나면 다른 파랑새들보다 빨리 벌레를 잡아먹는다.

• 피칸투는 다른 파랑새들보다 빨리 벌레를 잡아먹는다.

 

피칸투는 파랑새라는 전제는 위 주장 <피칸투 1>의 맥락을 구성하는 틀처럼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 맥락을 구성하는 전제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 위 주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논증 형식은 무엇일까요? 그 형식은 다음과 같은 <전건 긍정 형식>입니다.

 

<전건 긍정 형식>

P

P→Q

Q

 

위와 같은 논증 형식을 보면, 결론에 대한 근거가 되는 전제들과 결론 사이에 밑줄 ‘-’이 그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밑줄은 ‘전제들을 근거로 하여 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혹은 ‘전제들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냈다’를 뜻합니다.

 

논증 형식에서 전제들과 결론 사이에 위치하는 밑줄을 함의 연결사처럼 취급하는 경우, 그 밑줄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전제들이 참이면, 결론도 참이다.

 

위처럼 전제들과 결론 사이에 위치하는 밑줄을 함의 연결사처럼 취급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를 남깁니다. 밑줄을 그렇게 취급할 수 있다고 합시다. 이때 <전건 긍정 형식>은 ‘PPQ가 참이면 Q도 참이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건 긍정 형식>은 다음의 진술 형식에 대응합니다.

 

• [P∧(PQ)]→Q

 

위 진술 형식은 동어반복 형입니다. 즉, 진리표에서 항상 참인 진리치만 갖는 진술 형식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굳이 진리표를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위 진술 형식이 동어반복 형이 아니라면, 거짓이 되는 경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경우가 불가능함을 보인다면, 위 진술 형식은 동어반복 형이라고 해야 하겠죠. 이러한 증명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P∧(P→Q)]→Q’가 거짓인 경우가 있다고 하자.

• 논리적 연결사 ‘→’의 정의에 따라 그러한 경우는 전건 [P∧(P→Q)]가 참일 때 후건 Q가 거짓인 경우이다. 즉, [P∧(P→Q)]가 T일 때 Q는 F인 경우이다.

• ‘∧’의 정의에 따라 P와 P→Q 모두 T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는 불가능하다. P가 T일 때 P→Q는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 따라서 ‘[P∧(P→Q)]→Q’가 거짓인 경우는 없다. 즉. ‘[P∧(P→Q)]→Q’는 동어반복 형이다.

 

‘[P∧(P→Q)]→Q’와 같은 형식이 인간의 추론 과정을 모방하는 데에는 도움을 주지만, 인간이 그 형식에 따라 추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추론은 그러한 형식에 진술을 집어넣은 것에 불과하겠죠.

 

‘[P∧(P→Q)]→Q’의 형식에 대응하는 논증 형식은 <전건 긍정 형식>입니다.

 

<전건 긍정 형식>

P

P→Q

Q

 

위와 같은 형식으로만은 실제 주장의 맥락을 구성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고려하지 맙시다. 진술의 내용을 무시하는 경우, P에 ‘피칸투는 일찍 일어난다’를, Q에 ‘엄마는 나를 낳아주셨다’를 집어넣어도 됩니다. 이때 아무런 내용적 연결성도 없는 다음과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옵니다.

 

<피칸투 2>

• 피칸투는 일찍 일어난다.

• 피칸투가 일찍 일어난다면, 엄마는 나를 낳아주셨다.

• 엄마는 나를 낳아주셨다.

 

더욱이 ‘[P∧(P→Q)]→Q’가 내용을 무시하고 얻어진 까닭에 과거, 현재, 미래와 같은 시제도 무시되었습니다. 다음 주장 <피칸투 3>은 ‘[P∧(P→Q)]→Q’에 대응하는 <전건 긍정 형식>을 만족하고 있지만, 그 결론은 예외를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지 않습니다. 즉 <피칸투 3>은 내용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피칸투 3>

• 피칸투는 일찍 일어난다.

• 피칸투가 일찍 일어나면, 지금까지 다른 파랑새들보다 먼저 벌레를 잡아먹었다.                                                                         

• 피칸투는 다른 파랑새들보다 먼저 벌레를 잡아먹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피칸투가 지금까지 다른 파랑새들보다 먼저 벌레를 잡아먹었다고 합시다. 이로부터 오늘도 피칸투가 다른 파랑새들보다 먼저 벌레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주장할 수 없습니다. 전제들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인 반면, 결론은 오늘 일어날 일을 예측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시제는 우리가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의 정의 방식에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용을 무시한 그러한 정의 방식을 따르는 경우, <피칸투 1>과 <피칸투 3>에는 동일한 논증 형식이 함축되어 있다고 해야 합니다. 이때 그 형식에서 발견되는 추론 형식은 ‘[P∧(P→Q)]→Q’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피칸투 1>과 <피칸투 3>은 내용적으로 다른 주장입니다.

 

• 참 거짓 판단에서 <피칸투 1>은 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피칸투 3>은 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차이는 우리가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을 따를 때 구별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 정의는 진술들의 내용을 무시하고, 오로지 진리치들의 변환 및 결합 방식만 고려하여 얻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정의 아래 얻어진 동어반복 형들이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다거나, 혹은 실제 추론 과정에 담긴 프로그램과 같은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동어반복 형들은 ‘내용 의존적인 인간의 실제 추론 과정’을 모방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물음 16] 다음은 서로 논리적 동치인 진술 형식들입니다.

 

• (P∧Q)→R, P→(Q→R)

 

서로 논리적 동치인 위 진술 형식들을 고려하여 ‘[P∧(P→Q)]→Q’와 논리적 동치인 진술 형식을 써 본다면?

 

 

[물음 17] 다음 도표의 빈 칸을 채워 본다면?

 

논증 형식

동어반복 형의 추론 형식

P→P

¬¬P→P

(P∧Q)→P

P→(P∨Q)

P∨Q

¬P

Q

[P∧(P→Q)]→Q

P→Q

Q→R

P→R

P∨Q

P→R

Q→R

R

P∨Q

P→R

Q→S

R∨S

 

 

[물음 17]의 도표를 살펴보면, 타당한 각 형식에 대해 동어반복 형의 추론 형식이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앞서 살펴본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에 따라 타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각 논증 형식에 대응하는 동어반복 형식이 있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습니다.

 

• 각 동어반복 형식에는 항상 타당한 논증 형식이 대응하는 것일까?

 

위 질문에 대해서는 긍정할 수 없습니다. 이를 알기 위해 다음과 같은 동어반복 형식을 살펴봅시다.

 

• (P∧¬P)→Q

 

 

[물음 18] 다음 진리표를 완성시켜 본다면?

 

P

Q

¬P

P∧¬P

(P∧¬P)→Q

T

T

T

F

F

T

F

F

 

 

위 동어반복 형식 ‘(P∧¬P)→Q’를 살펴보면, 모순 형식인 ‘P∧¬P’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순 형은 진리표 상에서 항상 거짓인 진리치만을 갖습니다. 이때 함의 연결사의 정의 방식에 따라 ‘(P∧¬P)→Q’는 Q의 참 거짓 여부와 무관하게 항상 참이 됩니다. 이는 무엇을 뜻할까요? 모순 형을 받아들이거나 가정하는 경우, 모순 형으로부터 아무 진술이나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동어반복 형식 ‘(P∧¬P)→Q’에 대응하는 논증 형식을 분석해 봅시다.

 

P

¬P

Q

 

위 논증 형식의 두 전제들은 모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전제들과 결론 사이의 연결 관계를 함의 연결사의 전건과 후건 사이의 관계처럼 취급하는 경우, 모순 관계를 맺는 두 전제들로부터 아무 진술이나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모순 형을 전제로 가정하는 한, 나는 신이다. 어떠한 진술이든 그것을 참으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순 관계를 맺는 두 진술을 전제로 삼는 논증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타당한 논증이란 무엇입니까? 전제들을 모두 참으로 받아들일 때 결론을 부정하기 힘든 논증입니다. 따라서 타당한 논증을 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서로 모순적인 진술들을 전제들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P∧¬P)→Q’에 대응되는 논증 형식은 타당한 것으로 여겨질 수 없습니다.

 

 

[물음 19] <보기> 중 위 글에 근거한 판단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가) 각 타당한 형식에 대응되는 동어반복 형이 있으며, 그러한 동어반복 형을 사고의 법칙으로 여긴 사람들이 한때 있었군.

(나) 각 동어반복 형에 해당하는 논증 형식은 항상 타당한 형식이군.

(다) 타당한 논증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모순 관계를 맺는 두 진술을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되는군.

 

① (가)   ② (나)   ③ (다)   ④ (가), (나)   ⑤ (가), (나)

 

 

모든 동어반복 형식은 서로 논리적 동치입니다. 몇 개의 동어반복 형식에 특정 규칙들을 더하여 나머지 모든 동어반복 형들을 이끌어 내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것도 논리적 연결사의 기능 방식을 규정해 주는 진리표와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고 동어반복 형들을 이끌어 내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러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진술 논리의 공리화’라고 합니다.

 

몇 개의 동어반복 형식에 특정 규칙들을 더한 것을 ‘진술 논리의 공리 체계’라고 합니다. 성공적인 공리 체계는 모순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만약 어떤 공리 체계가 ‘P∧¬P’와 같은 모순 형을 발생시킨다면, 그 공리 체계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리 체계는 다음 두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 주어진 공리들에 규칙을 적용하여 얻어진 진술 형식은 진리표 상에서 항상 참이어야 한다.

• 역으로 진리표 상에서 항상 참인 진술 형식은 공리이거나 공리들에 규칙을 적용하여 얻어질 수 있어야 한다.

 

위 두 조건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위 두 조건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형식 논리와 그 경계 조건들]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공리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술 논리의 공리 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학습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 [사고 훈련] 과정을 마치고 난 후에 진술 논리의 공리 체계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어반복 형에 함축된 ‘논리적 참’을 ‘경험적 참’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험적 진술은 경험에 근거해 참 또는 거짓으로 판단 가능한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에 동어반복 형식의 진술은 논리적 연결사들의 기능 방식에 의해 항상 참으로 판단됩니다. 논리적 참과 경험적 참이 서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가지고 논리적 판단과 경험적 판단은 아무런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논리적 연결사들의 정의 방식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논리적 판단과 경험적 판단이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 차이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물음 20] 모든 동어반복 형식이 서로 논리적 동치인 이유를 설명해 본다면?

 

 

[물음 21] 경험에 근거해 참 또는 거짓으로 판단되는 진술 하나를 가지고 동어반복 형의 진술을 만들어 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