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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구출 작전 2-2] 벌거숭이 아인슈타인 2

착한왕 이상하 2010. 1. 17. 17:48

무름이가 거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는 화를 벌컥 냈다.

 

“어딜 싸돌아다니다가, 이제 오는 거니? 재미없다고 하여, 학원도 당분간 쉬라고 허락해줬잖니. 하지만 그냥 놀라고 그렇게 허락해준 것인 아니야. 지금부터 공부하지 않으면, ... .”

 

“여보, 그만 좀 나둬요. 놀 나이에는 놀아야 해.”

 

“누가 몰라요. 저도 이러는 제 자신이 싫어요. 하지만 ... . 그만 둡시다. 무름아, 어서 손씻고 와서 밥 먹으렴.”

 

무름이는 밥을 먹으면서, 아빠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봤다. 아빠는 인터넷으로 장기를 두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 혹시 그거 알어? 방심 상태라는 거 말이야.”

 

무름이는 엄마에게 방심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어디 한 번 아빠가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지는 인간인지 함께 검사해 보자구나. 이거 재미있겠는 걸.”

 

무름이는 엄마와 함께 심리 검사를 위한 설문지를 만들었다.

 

 

 

 

 

<아빠만을 위한 설문지>

 

1. 당신은 한 가지 일에만 오래 집중할 수 있나요?

(O, X, △)

 

2. 당신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나요?

(O, X, △)

 

3. 주간 계획표를 만들면, 그 계획표대로 실천합니까?

(O, X, △)

 

4. 어떤 일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나요?

(O, X, △)

 

5. 주변을 자주 정리합니까?

(O, X, △)

 

 

* ‘O’은 ‘그렇다’, ‘X'는 ’아니다’, 그리고 ‘△’은 ‘잘 모르겠다’를 뜻한다.

 

 

 

 

 

“아빠, 양심을 걸고 정직하게 답하셔야 해요.”

 

“여보, 거짓말하면 안 돼.”

 

“무름아, 그런데 어떤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니? 에이, 나한테 ‘O’가 해당되는 물음은 없는 것 같구나. 그냥 다 ‘X’를 하련다.”

 

“엄마, 아빠 심리 검사 결과입니다. 빨리 와서 보세요.”

 

 

 

<아빠만을 위한 설문 조사 결과>

물음 1

X

물음 2

X

물음 3

X

물음 4

X

물음 5

X

 

 

 

 

무름이는 엘자가 이웃집 할머니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엘자는 아인슈타인 박사가 한 가지 일에만 오래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흠, 이거 골치 아파지는군.”

 

아인슈타인 박사는 아빠만을 위한 설문지에 어떻게 답했을까? 엘자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아인슈타인 박사의 설문 조사 결과>

물음 1

O

물음 2

X

물음 3

X

물음 4

X

물음 5

X

 

 

 

   

설문지는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지는 사람이 지켜야 할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X’를 많이 답한 사람일수록 방심 상태에 더 자주 빠질 것이라고 결론지어야 한다,

 

아빠와 아인슈타인 박사의 설문 조사 결과를 비교하여 보면, 아빠의 것이 ‘X’가 더 많다.

 

“흠, 아빠가 아인슈타인 박사보다 더 자주 방심 상태에 빠지는군. 설문 조사 결과만 보면 그래.”

 

무름이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름이는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지는 것이 아인슈타인 박사의 천재성을 보여준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 천재는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진다.

• 아인슈타인 박사는 천재이다.                              

• 따라서 아인슈타인 박사는 방심상태에 자주 빠진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수학 바보인 아빠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 천재는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진다.

• 아빠도 방심 상태에 자주 빠진다.

• 아빠는 아인슈타인 박사보다 방심 상태에 더 자주 빠진다.  

• 어쩌면 아빠는 아인슈타인 박사보다 더 천재일지도 모른다.

 

수학 바보인 아빠가 아인슈타인 박사보다 더 천재일지도 모른다니, 무름이에게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결론이었다.

 

“무름아 뭘 그렇게 고민하니?”

 

무름이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빠는 천재가 아니야! 아빠는 수학 바보라고!”

 

“아니, 언제 내가 천재라고 한 적이 있니? 무름아 왜 그래? 바보인 아빠를 두어 부끄럽니?”

 

“아빠, 그런 뜻은 아니에요. 다만, 아빠는 천재가 되어서는 안 된단 말이야.”

 

무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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