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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언어 현대시 <보기>가 중요한 이유

착한왕 이상하 2015. 10. 27. 21:22

 

 

수능 언어 현대시 45<보기>가 중요한 이유

 

요새 수능 언어 현대시는 주로 마지막에 분포되어 있다. 과거와 달리 두 개의 시만 사용해 난도를 약화시켰다. 그럼에도 평소에 접하지 못한 시가 등장하면,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애를 먹는다. 시에 담긴 저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두 시의 내용적 차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 현대시 마지막 문제 <보기>에 주목하라. <보기>()()의 해석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지막 문제의 <보기>를 먼저 읽고 ()()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5년 수능 언어 마지막 45번 문제를 살펴보자.

 

[43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고향 가차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잰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오장환, 고향 앞에서-

 

()

귀향이라는 말을 매우 어설퍼하며 마당에 들어서니 다리를 저는 오리 한 마리 유난히 허둥대며 두엄자리로 도망간다. 나의 부모인 농부 내외와 그들의 딸이 사는 슬레이트 흙담집, 겨울 해어름의 집 안엔 아무도 없고 방바닥은 선뜩한 냉돌이다. 여덟 자 방구석엔 고구마 뒤주가 여전하며 벽에 메주가 매달려 서로 박치기한다. 허리 굽은 어머니는 냇가 빨래터에서 오셔서 콩깍지로 군불을 피우고 동생은 면에 있는 중학교에서 돌아와 반가워한다. 닭똥으로 비료를 만드는 공장에 나가 일당 서울 광주 간 차비 정도를 버는 아버지는 한참 어두워서야 귀가해 장남의 절을 받고, 가을에 이웃의 텃밭에 나갔다 팔매질당한 다리병신 오리를 잡는다.

- 최두석, 낡은 집-

 

45. <보기>를 참고하여, ()()를 감상한 학생들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보기>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고향을 각박하고 차가운 현실과 대비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곳으로 복귀하려는 것을 귀향의식이라고 한다. 이때 고향은 공동체의 인정과 가족애가 살아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표상된다. 이들의 기억 속에서 고향은 평화로운 이상적 공간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고향이 변해 있거나 고향이 고향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 귀향은 미완의 형태로 남게 된다.

 ()에서 주인집 늙은이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을 보니, 화자는 타인과의 조화를 통해서 현실을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 귀향을 완성하려 하겠군.

()에서 전나무가 울창하고 집집마다 술을 빚고 있는 모습으로 고향을 묘사한 것을 보니, 화자의 의식 속에서 고향은 평화로운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겠군.

()에서 고향의 가족들이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본 화자는 현재의 고향을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군.

()에서 어머니가 군불을 피우고 아버지가 오리를 잡아 주는 것을 본 화자는 고향에 와서 가족애를 느낄 수 있겠군.

()에서는 고향을 앞에 두고도 고향 근처 주막에 머물고 있고 ()에서는 고향에 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화자의 귀향이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겠군.

 

<보기>는 두 시에 대한 해석이다. <보기>를 통해 ()()의 공통된 주제는 일단 귀향임을 알 수 있다. <보기>그러나앞부분에서 단락을 나우어 분석해 보자. 그 앞부분은 고향에 대한 인식이 나와 있다면, 뒷부분은 미완의 형태로 남은 귀향이 나와 있다.

 

()3연을 보면, 화자와 주막 주인은 고향 근처에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술을 마시며 슬퍼한다. 화자가 생각하는 고향의 모습은 마지막 연에 나와 있다. ()는 미완의 형태로 남은 귀향을 다루고 있다. 이를 파악한다면, ()에 대한 명백히 잘못된 해석이다. 따라서 답은 이다. ()에는 화자가 타인과의 조화를 통해서 현실을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 귀향을 완성하려는 시도가 나와 있지 않다.

 

어떤 인강 강사가 이 답인 이유는 화자가 주인집 늙은이에 공감한 것이 아니라, 주인집 늙은이가 화자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것이 이 정답인 결정적 이유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공감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렇다. <보기>에 따라 ()의 내용을 파악해 보면, ()는 미완의 형태로 남은 귀향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반면에 은 그 얘기에 상반된다. ~<보기>에 따른 ()()에 대한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