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GCTC 청소년 교육

<창의적 맥락 구성: 동물 이야기 만들어 보기> 머리말과 목차

착한왕 이상하 2017. 4. 3. 00:02


* 다음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실험적인 책' 시리즈의 1권에 해당하는 <창의적 맥락 구성: 동물 이야기 만들어 보기> 원고의 머리말과 목차이다. 일단 끝낸 원고를 한 번 손 볼 예정이다. 아직 출판사와 접촉을 하지 않은 상태라 출판 여부는 모른다. 좀 쉬었다 책 <수학적 표현과 사고>, <철학자들의 행복> 원고 가속화 ..



머리말


  거실 테이블에서는 게임을 하지 마라. 부엌 식탁에서도 게임을 하지 마라. 주의를 받은 아이는 거실에서 부엌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누워 게임을 합니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는 엄마와의 약속을 다 지켰다고 반박합니다. 아이가 누워 게임을 한 곳은 거실 테이블도, 부엌 식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질 법한 이러한 일은 무엇을 반영해 줄까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은 무조건 마음대로 생각하고 말을 지어 내거나 어떤 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 능력은 문제의 조건들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그것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은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뛰어납니다. 이를 보여 주는 문제 하나를 살펴보죠.


• 영어 철자 M과 O를 가지고 ‘특정 동물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다’라는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그림을 디자인해 보세요.


  어른들에게 이 문제를 풀도록 해 보면 끙끙거리며 고민을 합니다. M과 O를 가지고 특정 동물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데에도 쩔쩔 맵니다. 반면에 어린 아이들은 특정 동물이 처한 상황을 너무나도 쉽게 디자인해 냅니다. 다음은 어떤 아이가 M과 O를 가지고 ‘특정 동물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다’라는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그림을 디자인한 것입니다.




여기서 어른들은 하나의 딜레마를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주는 데 부모, 선생, 삼촌, 숙모 등 우리 어른이 할 일은 별로 없어. 어차피 아이들의 능력이 더 뛰어나니까. 우린 뭘 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아이들의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주는 데 어른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의 놀라운 창의력의 비밀은 적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정보, 지식, 어휘의 수, 추리의 단계 등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정보, 지식, 어휘의 수, 추리의 단계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것들을 결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쉽습니다. 물론 문제가 복잡하지 않다면 그렇습니다.


지식, 어휘의 선별, 근거 갖추기, 추리, 조건에 맞아떨어지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 상상력 등은 창의적 문제 해결 과정에 필요한 요소들입니다. 어떤 문제 해결의 결과물이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평가할 때, 그러한 요소들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기발한 아이디어 얻기, 상상력에서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더라도, 그것들만 가지고 모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문제를 살펴보죠.

 

2차원 평면 세계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곳 동물의 구조를 입, 소화 기관, 항문을 중심으로 그려 보고 설명하시오.

 

위 문제를 해결하려면, 2차원, 3차원 공간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2차원 평면 세계 동물의 경우, , 소화 기관, 항문이 우리 인간처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추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린 동물 구조를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데 적합한 어휘를 선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 그런지는 이 책의 본문에서 알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습니다. 제아무리 기괴하고 독창적인 동물 그림일지라도, 입과 항문을 연결시킨 동물 그림은 창의적인 것으로 평가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동물은 2차원 평면 세계에서는 아예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은 다양한 능력들의 결합 방식에 근거합니다. 문제가 복잡해질수록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은 지식, 추리, 어휘 선별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창의력을 무조건 암기, 어휘력, 추리력 등과 대립시키는 방식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답니다. 이를 받아들이면, 국어와 수학은 인공지능의 몫이라면서 별도의 창의력 교육을 강조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창의적 문제 해결에 무지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창의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어휘력과 추리력을 기르는 데 국어와 수학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알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창의적 맥락 구성에서 중요한 근거 확보, 근거 확보에 필요한 추리 및 적절한 어휘 선택 등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중에서도 아이들의 창의적 이야기 혹은 맥락 구성능력을 키워 주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맥락 구성 능력은 적은 양의 정보와 지식, 어휘의 수, 추리 단계의 범위 내에서 잘 발휘됩니다. 어른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그 능력을 자연스럽게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험적인 책입니다.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사방에서 외치지만, 아이들의 창의적 맥락 구성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콘텐츠는 많지 않습니다. 그것도 어른들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반드시 아이와 함께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와 대화를 한다고 가정하고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은 두뇌를 좀 더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글을 깨우친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과 대화를 한다고 가정하고 이 책을 읽으면 되겠죠.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좋은 맥락 구성을 평가하는 기준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그 기준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창의적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별도의 두뇌 영역은 없음을 보이려고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창의적 디자인, 이야기, 인공물 등은 신비한 창의력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다양한 능력들의 결합 방식에 의존적입니다. 그래서 어떤 맥락이 창의적인지를 평가하는 요소들도 여러 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요소들로 근거 갖추기, 적절한 추리 및 어휘 선택, 조건에 맞아 떨어지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좋은 맥락 구성을 평가하는 기준들이 무엇인지 한 번 따져본다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접근하면 됩니다.


두 번째 부분은 창의적 맥락 구성을 위한 사고 훈련입니다. 창의적 맥락 구성 능력은 무조건적이 아니라 특정 조건들 아래에서 잘 발휘됩니다. 특정 조건들에 맞아떨어지는 창의적 맥락을 구성해 보려면, 먼저 주어진 맥락에서 그러한 조건들을 이끌어 내는 훈련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적 맥락 구성을 위한 사고 훈련은 2차원 평면 세계 호수 속과 바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과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을 성적 올리기에 도움을 주는 학습 문제들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것들은 각 이야기의 조건들을 이끌어 내 보면서 맥락 구성 방식, 창의적 디자인 등을 파악해 보도록 해 주는 소통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소통 공간에서 부모와 아이는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부분은 주어진 조건들을 고려하여 창의적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이야기는 동물에 관한 것입니다. 살아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분류하는 것은 아이들의 인지 발달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도 주어진 조건들을 고려하여 동물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구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맥락 구성 능력은 어른들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구성에 필요한 각 동물의 습성, 특징들은 별도로 서술해 놓았습니다. 이야기를 만들기 전에 각 동물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죠. 스스로 만든 이야기와 제가 만든 이야기를 비교해 보세요. 제가 만든 이야기들의 아이디어는 19세기 여성 작가 라우라 엘리자베스 리처즈(Laura Elizabeth Richards)의 책 <네 발 가진 것, 두 발 가진 것, 그리고 발 없는 것(Four Feet, Two Feet, and No Feet)>에서 얻었습니다. 이 여성 작가에 대한 소개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볼 수 있는데, 그곳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차례

 

머리말

좋은 맥락 구성이란

평면 세계

세계란

3차원 공간

2차원 평면 세계

2차원 평면 세계 호수 속의 방울들

입과 똥꼬

말미잘

불평등한 방울들의 세계

심방울과 청방울 부녀

돌연변이

옛날 옛적에

날방울들의 사회

공학자 청방울

잠수함

그 이후  

동물 이야기 만들어 보기

/ 영이와 큰발이

고양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고양이

진흙 거북이/ 진흙 거북의 결혼 상대

병아리/ 노랑이의 첫 알

거위/ 헬리콥터에 매달린 거위

앵무새/ 착하게 살자

누에/ 비단실을 만드는 과정

생쥐/ 쥐새끼 삼형제

박쥐/ 날개달린 쥐

비버/ 비버기 오두막을 만드는 과정

우산새/ 우산새의 자기 자랑

펠리컨/ 펠리컨의 바구니

황소개구리/ 황소개구리 교수님의 복수

피파 두꺼비/ 피파 두꺼비 부인과 개구리 부인

낙타/ 낙타의 식사 예절

프레리도그/ 배불뚝이 신사

도마뱀/ 모자 안의 도마뱀

카멜레온/ 파리 잡이 카멜레온

뱀장어/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기뱀장어 잡기

개미/ 개미들의 농장

여치/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

영장류/ 악몽

라우라 엘리자베스 리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