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시사저널 오늘자 신문기사이다.
<스웨덴, 한국 운전면허 인정하지 않는 까닭은?>
http://v.media.daum.net/v/20170924113003428
기사 내용에 따르면, 1988 올림픽 때 한국에 와 무질서한 교통상황을 본 스웨덴 정부 관계자가 한국 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에서 한국 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 외교 부족에 있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에서 딴지를 걸만 한 곳은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
왜 스웨덴은 운전면허를 따기 어려운 것일까?
위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단다. "역시 선진국, 스웨덴", "한국 사람은 개판 운전 습관 때문에 해외에 나가 사람 쳐죽여". 등 말이다. 한국인의 운전 습관에 문제가 많은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댓글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교육받고 습관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기야 온갖 어중이 떠중이들 기사와 칼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교육 및 복지와 관련해 스웨덴을 천국으로 여기고 있으니 ...
위 물음에 대해 답해보려 할 때, 스웨덴 하면 한국 사람들이 떠올리는 상징물들을 열겨할 필요가 있다. '복지 천국(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것)', '교육 천국(역시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것)', '아바(Abba)', '볼보', '보드카' 등 말이다. 이러한 상징물들 중에서 운전과 관련된 것은 무엇인가?
볼보와 보드카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징물과 함께 여러 하부 질문들을 만들고, 네이버 번역기 및 구글의 도움을 받아 위 물음에 답해 볼 수 있다. 구글 검색 과정에서 영어가 효과적이기 때문에, 나처럼 영작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네이버 번역기가 도움을 준다.
볼보는 튼튼한 차로 유명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웨덴은 험난한 산악지대가 많아 추락사가 상대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더욱이 6개월은 어둡다. 당연히 자동차 사고 빈도수가 높을 수밖에 없어, 차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6개월 동안 밤이니, 또 날씨도 추우니, 독주 문화가 발달했다. 스웨덴에서 보드카가 러시아 못지 않게 유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스웨덴에서 생산된 보드카를 종종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알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심화되어 논쟁이 많이 된 곳이 스웨덴이다. 더욱이 밤이 6개월이다 보니, 스웨덴 운전면허 취득 정책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술값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곳이 스웨덴이다. 사람들이 술을 덜 먹게 하려고 주세를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웨덴에서 알콜 중독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또 술 소비량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많은 스웨덴 사람들은 인근 주변국으로 나가 술을 사며 소비한다. 이를 '스웨덴알콜 정책의 이중성'이라고 한다. 다음 기사를 보자.
<The Swedes and alcohol - about drinking in Sweden>
https://hejsweden.com/en/the-swedes-and-alcohol-about-drinking-in-sweden/
독일과 비교해 스웨덴 술값은 최소 2.5배이다. 음주 문화도 다르다. 독일인들이 매일 자주 마신다면, 스웨덴인들은 주말에 몰아서 폭주를 한다. 6개월 동안 밤에다 험난한 산악지대가 많은 스웨덴, 여기에 스웨덴 특유의 알콜 문화가 겹치면서 까다로운 운전면허 정책이 생겨난 것이다. 또한 알콜 중독, 음주 운전 규정 방식에 대한 연구가 다른 어느 곳보다 오래 전부터 진행된 곳이 스웨덴이다. 실레로 다음 논문을 들 수 있다.
Goldberg, L. "Drunken Drivers in Sweden"
http://www.icadtsinternational.com/files/documents/1953_022.pdf
결론적으로 스웨덴의 까다로운 운전면허 정책은 스웨덴의 지리적 환경, 음주 문화 등과 관련되어 있다. 스웨덴은 선진국이기 때문이다라는 통념이 여기에 끼어들 구석은 없다.
이 글을 통해 다음을 분명히 하고 쉽다.
<단서화에 근거한 문제 해결법>
비판적 사고 능력은 결코 시중 교수들이 떠드는 것처럼 논리학, 논증론, 체계화된 이론 등을 알아야 발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알고 있는 것을 단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서화'한다는 것은 기사나 칼럼 등과 관현해 의문점, 문제 등을 만들고, 알고 있는 것 중 그것들에 답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해결 단서들로 채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검색 능력을 활용하여 단서들과 의문점, 문제 등을 연결시켜 줄 구체적 정보를 찾는 것이다.
위 결론에는 학계의 비판적 사고 교육 방식에 대한 나의 회의론이 담겨 있다. 논리학의 특정 기법, 논증 형식 등의 지식이 비판적 사고 능력에 전제되어 있다고? 웃기지 마라. 그런 것 몰라도 어차피 사람 머리는 어느정도 논리적으로 돌아가게 되어 잇다. 그런 것이 도움을 준다고 해도, 그 도움은 비판적 사고 능력 발휘에서 매우 한정적이다. 미국, 영국 등의 비판적 사고 교육, 그리고 그 교육을 무분별하게 도입한 한국 대학들, 모두 멍청한 학자들의 개장난질에 놀아나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자. 그 학자들이 세계적 석학으로 둔갑해 유명세를 탈지라도 말이다. 그들이 제아무리 전문적인 기법을 가지고 블라블라 해도, 그들의 기법은 '현실 세계에서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큰 도움을 주는 것처럼 과장된 허실이 비판적 사고 능력에 대한 연구를 가로막고 있다. 솔직히 위의 '단서화'에 근거한 단순한 인지 도구가 일상생황에서 더 자주 발견되는 것이다.
각종 비판적 사고 교재에 등장하는 기법들도 단서화와 같은 일상적 인지 도구의 활용 맥락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단서화는 일상적 문제 해결 방식 중 하나인데, 그러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인지 심리학 등의 연구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철학자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략한 것이 소위 이 나라의 비판적 사고라는 분야이다. 학생들이여, 이 점을 받아들이지 않다라도 최소한 염두에 두고 해당 수업에 참가하라. 이렇게 하는 것도 비판적 사고를 발휘해 보려는 의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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