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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무선 통신, 과연 세계 최초 타이틀 걸고 신속히 구축해야 하는 것일까?

착한왕 이상하 2018. 12. 2. 17:14

"길게는 10년 이상"··· 5G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http://www.ciokorea.com/news/39735/#csidx38ceaad23abbabcb7b79c56548452f0 

 

최근 5G 무선 통신이 산업용에 국한해 출발했는데, 어디까지나 지극히 협소한 특정 지역에 한정된 시도입니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로 상징되는 5G 무선 통신망의 신속한 구축으로 마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미래의 먹거리가 확보되는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기술의 저변 확대는 항상 잠재적 장점과 함께 단점도 거론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정착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위에 링크한 Mike Elgan의 컬럼은 읽어볼 만합니다. 

 

개인적으로 5G 세대 무선 통신을 점차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에 목숨 걸듯이 5G의 장점만 극대화한 채 화려한 미래를 떠들어대는 것은 그리 반갑지 만은 않은 현상입니다. 더욱이 새로운 기술을 선점한다는 것이 반드시 엄청난 경제적 부의 창출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시스템 반도체,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는데, 둘 모두 우리가 앞서 개발하고 선점했던 것은 아닙니다.

 

5G는 극초단파(Very High Frequencies VHF)를 이용하는데, VHF 기반 무선 네트워크 기반 환경은 아직 인간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인간도 생물이며, 모든 생물의 유기적 형태와 작용은 과거 환경에 적응된 것입니다. 변이가 계속 일어난다고 하지만 진화는 항상 그런 변이를 제어하는 보수적 기제에 근거합니다. 이 점에서 진화는 환경이 갑자기 변화하지 않는다면 '과거 적응적'입니다. 인간의 몸은 VHF로 꽉 찬 환경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5G 세대 무선 통신과 관련하여 건강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5G 신속 구축 옹호자들은 당장 반론을 펼칩니다. 그 반론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복사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온화 복사파이고 다른 하나는 비이온화 복사파이다. 이온화 복사파는 자외선보다 파장이 큰 복사파로 자외선, x-선, 감마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이온화 복사파는 주변 분자들을 이온화시켜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체의 DNA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다. 이온화 복사파는 인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유해하다. 반면에 파장이 자외선보더 훨씬 긴 비온화 복사파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G VHF는 당연히 비이온화 복사파의 일종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높은 열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인체를 투과하여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그것이 직접 뇌를 뚫고 지나갈 수 있어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결여한 것입니다. 그런데 VHF를 발생시키거나 송수신하려면 전자기장 요동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요동에 의해 '펄스파(Pulse Wave)가 발생합니다. 바로 RF-EMF(Radio Frequency Electro Magnetic Filed)라는 것입니다. 소위 '유해 전자기파'라는 것이 이 놈입니다. 따라서 비이온화 복사파가 안전해도. 현 무선 통신 기술은 인체에 유해한 EMF 펄스파 발생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5G 무선 통신망 신속 구축 옹호자들은 다음과 같은 반론을 펼칩니다.

 

무선 통신을 구축하고 시행한 지 거의 30년이 지났지만, 무선 통신이 인간의 건강을 헤쳤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 물론 EMF 펄스파의 생물학적 유해성은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리고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경고만 가지고 삶의 환경 개선이 가져오는 이득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그러한 경고가 무조건 일상 생활에서 현실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경고를 고려하여 인체에 유해한 정도를 계산하여 무선 통신망이 기술적으로 구축되었고, 실제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위 반론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4세대 무선 통신과 5G 무선 통신은 다릅니다. 5G VHF 파장은 4세대 것보다 훨씬 짧습니다. 파장이 짧을수록 전파 거리는 줄어듭니다. 따라서 5G 무선 통신망이 전국적으로 갖춰지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기지국 혹은 트랜서미터들이 건설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트랜서미터들이 EMF 펄스파를 가장 많이 발생시킵니다. 어느 정도 많은 트랜서미터들이 건설되어야 할까? 과학자, 엔지니어들의 추정에 따르면, 가정집들의 경우 10-12세대 단위로 트랜서미터들이 건설되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각 단지마다 적어도 1개의 트랜서미터들이 건설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5G 무선 통신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유해한 EMF 펄스파들을 발생시키는 트랜서미터들로 전국을 뒤덮는 것입니다. 아직 기지국을 줄이는 방법, EMF 펄스파를 약화시키는 방법 등은 연구 중입니다. 그래서 유럽 연합 EU의 경우, 180명의 과학자들과 통신 관련 엔지니어들이 2017년 5G 무선 통신망의 신속한 구축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EU 사무국에 제출한 것입니다. 이 제출서는 다음을 참조하세요.

 

Scientists warn of potential serious health effects of 5G

https://ehtrust.org/wp-content/uploads/Scientist-5G-appeal-2017.pdf

 

국내에서는 연세대 분자생물학과 송기원, 아주대 신경외과 안영환이 성명서에 동의했더군요. 또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경우, 아예 5G 무선 통신망 구축을 금지시킨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서 5G 무선 통신망 신속 구축 옹호자들은 다음과 같은 반론을 펼칩니다.

 

(i) 5G VHF는 비이온화 복사파이기에 인체에 치명적일 정도로 유해하지 않다.

(ii) 180명은 너무나 작은 수이다. 또 그들 대부분은 생물학이나 의학 쪽 종사자들이다.

(iii) 5G 무선 통신이 가져올 이득을 무시하고 있다.

 

(i)은 논점을 비켜간 것입니다. 5G 무선 통신망의 신속한 구축에 반대하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 모두 VHF가 비이온화 복사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 기술로 5세대 통신망을 신속히 구축하게 되면, 전국은 EMF 펄스파를 발생시키는 트랜서미터들로 뒤덮히게 됩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과연 유해한 EMF 펄스파를 안정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을까? 5G 무선 통신망의 신속한 구축에 반대하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이 물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규모 집적화된 트랜스미터들에서 발생하는 EMF 펄스파 영향을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실험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5G 무선 통신망 구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ii)와 관련해 180명은 분명히 작은 수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180명 대부분이 생물학이나 의학 쪽 종사들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많는 통신 관련 연구자들이 속해 있습니다. 더욱이 180명 대부분은 유럽 지역 대학이나 대규모 IT 연구소 소속 인물들입니다. 그러한 대학들 및 대규모 IT 연구소 소속 인원수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전 세계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 총수를 기준으로 180명이 작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iii)과 관련해 5G 무선 통신망 신속 구축에 반대하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5G 무선 통신 구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구축 속도를 늦추자는 것입니다. 4세대보다 5G 무선 통신 구축은 더욱더 다양한 기술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방식입니다. EMF 펄스파를 줄이는 좀 더 확실한 연구를 병행하면서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더욱이 새로운 기술 확산에 의한 영향 평가는 해당 기술 종사들만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5G 무선 통신망 구축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 구축을 신중하게 진행하자는 것입니다. 현 기술 수준에 비추어 전국이 트랜서미터로 뒤덮히는 상황에서 발생할 문제점들도 고민하면서 진행하지는 것입니다. 더욱이 통신망 구축만으로 자율 주행이나 VR 기술이 발전하는 것도 아니며, 고용이 늘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좀 더 민감한 센서 개발, 그리고 실시간 반응이 가능한 소형 AI 기술, 즉 딥러닝 기반의 거대 AI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개발 등이 뒤따라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분위기는 5G 무선 통신망 구축을 4세대 통신망의 다음 단계 수준으로 단순화시켜 너무나 장밋빛 미래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려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복잡한 다양한 기술들이 동원되는 복잡계 성격을 갖는 5G 무선 통신망 구축은 2, 3, 4세대 무선 통신망 구축의 단계와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5G 무선 통신 구축에 필요한 기술들을 개선시키면서 느긋하게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 부 창출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당장 우리가 일본에 비해 뒤쳐진 센서 기술 역량을 진일보시키는 데 5G 무선 통신망 구축 과정은 기여할 수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기술들, 새롭게 개발되어야 할 기술들을 내버려둔 채 무리하게 현 기술들로만 5G 무선 통신망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빨라야 2025년 정도 잡고 좀 더 복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면 하는 바랩입니다.

 

자율 자동차 개발에 효과적인 AI는 알파고의 딥러닝 기반의 거대 AI가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세요.

 

<직관: 알파고를 둘러싼 잡음들>

http://blog.daum.net/goodking/741

 

아마도 정부는 거대한 중앙 데이터망을 구축하고 좀 더 빠른 실시간 무선 통신 구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떠드는 집단의 말에 현혹당한 것 같습니다. 그러한 거대한 중앙 데이터망 기반의 빠른 실시간 통신 시대의 문제점들은 고민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또 지나치게 통신망에만 의존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기술들이 오히려 정체될 수 있고, 거대 데이터 및 통신망 기반의 경제만으로는 고용 창출을 극대화시킬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5G 무선 통신망 구축 과정을 단순히 '빠름', '실시간', '신속성'의 통신 관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 체계들의 그물망을 한 단계 진보시킬 수 있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GDP 4만불 시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나 산자부, 과기부 등 행정부에 복잡한 기술들의 연계망을 파악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복합체를 생성시키면서도 단기적으로 경제적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량을 가진 집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은 발굴되지 않도록 교묘하게 고착화된 시스템의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