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온실 가스만 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대기권 형성에 필수적인 지구자기의 변화도 온난화와 관련되어 있다. 실례로 남극 오존홀이 생기는 원인을 규명하려면, 온실 가스 성격을 다루는 화학자들과 대류 현상을 다루는 기상학자들의 공동협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책의 <47. 남극 오존홀 논쟁: 접근법의 차이>를 보라.
이상하(2008), <생각의 기차 1. 과학적 발견의 연결>, 궁리.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지구자기 혹은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강조하는 연구 논문들이 늘고 있다. 지구 자기장의 약화가 온난화의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북극과 남극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20-30만년 주기로 역전 현상을 보여 왔다. 마지막 역전은 78년 전에 일어났다. 통상 역전 주기를 이미 벗어난 것이다. 지구 자기장 약화의 지속성이 북극과 남극 역전 가능성의 증후군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러한 역전 없이 지구 자기장이 계속 약화되는 것이다. 이는 대기권의 상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북극과 남극 역전 가능성에 관한 보도는 다음을 참조하라.
Scientists say the Earth's magnetic field could be about to flip upside down
지구 자기장 200년 간 15% 약화..N·S극 반전 임박?
다음은 과거 황희성(현 삼성전자 연구원)과 만든 평범한 과학 에세이이다. 손을 보지 않은 원래 버전이다. 수정된 버전 <38. 지구자기 역전: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생각의 기차 1. 과학적 발견의 연결>을 보라.
38. 지구자기 역전(Geomagnetic Reversals)
컴퓨터 시뮬레이션
자연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과학자들이 항상 그러한 원인들을 직접 다루는 것은 아니다. 지구자기의 원인으로 가정된 여러 힘과 지구 외핵의 유동 운동은 현재 과학기술의 수준으로는 직접 다룰 수 없다. 이렇게 원인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직접 조작하거나 다룰 수 없는 경우, 여러 변수들을 컴퓨터에 입력해 시뮬레이션해보는 방법이 동원되곤 한다.
지구자기
항상 일정한 방향을 향하는 성질을 가진 자석에 관한 기록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세기 경,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귀곡자(鬼谷子)의 문헌에는 자석의 성질이 기록되어 있다. 중국에서 나침반을 사용한 시기는 11세기로 추정된다. 중국의 나침반은 14세기 무렵 아랍을 통해 유럽으로 흘러들어가 항해 도구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영국의 의사이자 자연철학자인 길버트(William Gilbert, 1544~1603)는 <자석과 자성체 그리고 거대한 자석 지구에 대하여(De magnete, magneticisque corporibus, et de magno magnete tellure)>에서 지구 자체가 거대한 자석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항상 북쪽을 향하는 자석의 성질을 북극성이나 지구 북극의 거대한 자석 때문이라고 본 것과 달리, 길버트는 지구 자체를 자석으로 본 것이다.
지구자기의 생성 원인은 무엇일까? 지구 내부를 파고들어가 연구할 수 없는 현재 다이나모 이론(dynamo theory)이 가장 설득력을 갖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지구 자체가 거대한 자석이라는 길버트의 가설은 받아들여 질 수 없게 되었다. 지진파를 이용한 지구 내부 연구는 지구의 외핵이 액체 상태임을 밝혀냈다. 지구 외핵 속에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유동성 철과 니켈의 대류 현상이 지구의 자전과 겹쳐져 유도 전류가 발생하고, 그러한 유도 전류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함께 발생시킬 것이다. 지구 자기를 지구 외핵의 대류 현상과 자전 운동에 연관지어 설명하는 것이 다이나모 이론이다.
지구자기 역전의 발견
프랑스의 물리학자 브륀(Bernard Brunhes, 1867~1910)은 1906년 화산암 지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암석의 잔류자기가 현재의 지구자기장과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브륀은 이를 지구자기가 과거에 역전되었던 흔적이라고 결론지었다. 브륀의 지구자기 역전 가설은 당시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암석의 잔류자기와 암석의 생성시기를 연관지어볼 증거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슈발리에(R. Chevallier)가 1925년 에트나 화산(Mount Etna) 용암 흔적을 조사하면서 밝혀진다. 에트나 화산의 경우 매 폭발마다 그 기록이 자세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암석의 잔류자기와 생성시기 사이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쉽게 연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자성(磁性)을 가진 물질(ferromagnetic material)은 일정 온도 이상의 열을 받으면 그 자성을 잃고 외부 자기장에 의해 유도된 자성만을 가지는 물질(paramagnetic material)로 변환된다. 그 온도를 ‘퀴리 온도’(Curie temperature)라 한다. 자성을 띤 물질은 화성암이나 변성암의 생성 과정에서 퀴리 온도에 도달하여 자성을 잃게 되며, 외부 자기장과 평행한 방향으로 늘어선 상태로 암석이 된다. 또 퇴적 과정 중 이미 유도된 자성을 획득한 물질들이 지구 자기장과 평행한 방향으로 배열하게 되는데, 이러한 암석 및 퇴적암의 배열 방식과 잔류자기는 과거 지구자기의 정보를 알려주는 지문(fingerprint)과 같은 것으로서 고지자기학(paleomagnetism)의 중요한 분석 자료가 된다.
암석의 잔류자기와 생성시기 사이의 상관관계가 규명됨으로써 브륀의 지구자기 역전 가설은 학계에서 재조명되게 되었다. 지구의 자기장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지구자기의 역전이 일어난 시기에 만들어진 암석은 모두 잔류자기가 역전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 암석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면, 그 역전 시기를 밝혀 지구자기 역사를 흔히 말하는 편년체로 서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마츠야마 모토노리(Motonori Matsuyama, 1884~1958)는 지구자기 역전 흔적에 근거해 지구 역사를 서술했다. 그는 1926년 효고현의 겐부도(玄武洞) 동굴에 있는 현무암의 잔류자기를 측정해 현재의 지구자기와는 역전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마츠야마는 일본 열도, 한반도, 만주 등 36개 장소에서 현무암의 잔류자기를 측정하고 그 분출 시대를 조사했다. 그는 1929년 이를 정리하여 일본의 학회지에 발표했는데, 지구자기가 현재의 방향과 반대로 된 것은 250만년 전이며, 지금의 방향으로 돌아온 것은 약 100만년 전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마츠야마의 연구 결과와 더불어 지구자기 역전에 대한 관심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잊혀졌다.
마츠야마 모토노리
지구자기 역전에 대한 관심은 1950년대가 저물어갈 무렵 되살아났다. 미국의 지구물리학자 도엘(Richard R. Doell, 1923~), 댈림플(Brent G. Dalrymple, 1937~), 콕스(Allan V. Cox, 1926~)는 마츠야마가 발견한 약 100만년 전의 지구자기 역전이 전 지구적 현상이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들은 1959년부터 1964년까지 알래스카, 하와이, 아이다호, 캘리포니아, 뉴맥시코의 화산암들을 연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며, 추가적인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마츠야마가 확인한 역전 시기, 곧 후에 ‘마츠야마 역전 시기’(Matuyama reversed epoch)로 명명된 시기 안에도 작은 역전시기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지구자기가 역전되는 것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며, 지구자기 자체가 매우 역동적인 모습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구자기 역전의 원인
도엘과 댈림플, 콕스가 열심히 돌을 깨고 돌아다니던 1963년, 캠브리지 대학의 매튜스(Drummond H. Matthews, 1931~1997)와 바인(Frederick J. Vine, 1939~)은 지각의 판 생성에 관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당시 미국의 헤스(Harry H. Hess, 1906~1969)에 의해 제시된 판 생성과 이동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대양 가운데의 중앙 해령에서 분출된 마그마가 바닷물에 의해 식어 새롭게 판에 더해지며, 계속해서 분출되는 마그마들에 의해 판이 밀려나게 된다는 것이었다. 헤스의 이론이 맞고, 지구자기 역전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면, 해저 암석의 나이와 잔류자기는 중앙해령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인 매튜스의 가설(Vine-Matthews hypothesis)이다. 그 가설을 보여 주는 다음 도식에서 흰색 부분은 지구자기 역전 발생 시기에 형성된 시기에 형성된 해저 암석층을 나타낸다.
다국적 조사 결과, 바인 매튜스 가설은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바인 매튜스 가설은 지구자기의 역전이 전 지구적 현상이라는 도엘, 댈림플, 콕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며, 또 한편으로는 대륙 이동설이 현대적 모습을 갖추는 데 막중한 역할을 담당했다. 비로소 지구자기 역전은 정확한 사실로 과학계에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지구자기 역전의 원인은 무엇인가? 지구자기에 대한 다이나모 이론이 정말 신뢰할 만하다면 다른 가설 및 이론과의 공조 속에서 지구자기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이나모 이론에는 난점이 뒤따른다. 다이나모 이론에 따르면, 지구자기는 다양한 힘들이 작용하는 복잡한 유동 운동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만큼 지구자기 역전 현상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힘들어진다. 컴퓨터를 이용한 최근 연구 결과는 약 3만 6천 년간을 시뮬레이션 할 경우 지구자기 역전 현상이 약 천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나며, 또 이에 따라 측정된 자기장의 세기 변화 역시 실제로 측정된 지구자기의 변화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이나모 이론의 신뢰 수준이 만족할만한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다이나모 이론에 근거한 지구자기 역전 시기의 추정은 아직 신뢰할만한 오차 범위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생각해볼 것:
1. 마츠야마의 동굴 현무암 조사 동기와 도엘, 댈림플, 콕스의 화산암 조사 동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2. 바인 매튜스 가설을 가지고 지구자기 역전 현상에 대한 원인을 설명할 수 있을까? 바인 매튜스 가설로 밝혀진 사실은 무엇인가? (바인 매튜스 가설에 의해 설명된 것이 무엇인가에 주목하자.)
3. 병리학자는 특정 질병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세균을 배양하고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다. 이러한 종류의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실험의 차이는 무엇인가? (원인으로 여겨지는 것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구분하여 따져보자.)
4. 기상학 이론에 근거해 기후 변동의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상학 이론의 신뢰 수준은 다이나모 이론의 그것에 비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해보자.
더 읽어볼 것:
Campbell, W.H.(2003), Introduction to Geomagnetic Fields, Cambridge University.
Cox, A., Dalrymple, G.B. & Doell, R.R.(1967), "Reversals of the Earth's Magnetic Field", Scientific America 216.
Krisjánsson, L.(2006), "Paleomagnetism and Geomagnetism", University of Island 지구과학 연구소 교육자료.
관련 글: 대륙이동설, 전자기유도, 지구 구조, 지구 내핵, 층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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