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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선 시대 궁궐' 청와대에 스며든 도선 풍수

착한왕 이상하 2019. 1. 5. 21:43



저는 행정부들에 일대일 대응하는 방식으로 많은 수석실들이 설치된 청와대를 '신조선 시대 궁궐'이라 부릅니다. 그런 방식으로 수석실들을 청와대라는 권력 장소에 배치한 인물은 박정희입니다.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는 문제 공유의 장소가 아니라 권력 집중 장소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권력 집중 장소로 청와대가 기능하는 한, 민주주의에 걸맞는 의사 결정 과정 체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아무튼 최근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 공약 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홍준의 여러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장기적 준비 과정 없이 터져나온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입니다. 광화문 집무실 공약 취소를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공약이 나왔을까? 정말 국민과의 원할한 소통을 고려해 나온 공약일까? 의심스럽습니다.


"유홍준 "대통령 관저, 풍수상 불길해 옮겨야 하는데.." 현실론에 백지화"

https://news.v.daum.net/v/20190104201114699


"유 위원장은 관저와 관련해 “누가 봐도 현재 관저가 갖고 있는 사용상의 불편한 점, 나아가서는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는 옮겨야 한다”면서도 “다 만들어 놓고 다음 대통령에게 ‘여기서 살아라’고 넘겨주는 것은 도리에 맞지도 않기 때문에 일단 (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옮기긴 옮겨야 하는데, 지금 추진해도 실제 관저에 머무는 사람은 다음 대통령이므로 우선 계획을 만들어놓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유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종종 관저 위치가 풍수상 좋지 않다는 점은 언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위치를 놓고 풍수가 거론되는 마당이니, 청와대를 '신조선 시대 궁궐'로 부르는 것이 그리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죠. 유홍준은 신라시대 말 도선국사에서 유래했다는 '도선 풍수'에 푹 빠진 인물이라고 하죠. 그의 베스트셀러에도 도선국사 얘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유독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도선 풍수를 '자생 풍수'라고 부릅니다. 자생 풍수라 ...! 문화적 측면에서 풍수를 연구하고 그것의 세계 이해 방식과 다른 것을 비교해 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풍수를 지리학의 모태로 과장시켜 조화로운 전일적 삶에 필요한 새로운 대안처럼 주장하며 썰을 푸는 것이 과연 지금의 역사학에 필요한 것일까요? 그런 필요성을 강조하는 자가 역사학자로 판칠 수 있는 세태가 황당합니다.


풍수를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풍수를 가지고 돈 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풍수가 정치적 의사결정에 개입되면 안 되죠. 청와대 풍수가 나쁘다는 것이 광화문 개조, 청와대와 경복궁을 연결하는 사업 등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됩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소모성 사업에 반대합니다. 청와대 수석실, 국개의원 보좌관 수 줄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유홍준이 청와대 풍수가 나쁘다고 할 때, 청와대라는 장소의 풍토가 생활 환경으로는 부적합하다거나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청와대에 머문 사람들의 말년이나 후손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나라의 장래에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홍준이 칭찬하는 도선 풍수에 따르면, 굳이 청와대를 옮길 필요가 없습니다. 도선 풍수는 왕족, 가문 등의 길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조작할 수 있다는 발상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 좋지 않은 풍수의 집도 입구에 이런이런 탑을 쌓으면 길한 풍수로 바뀐다, 뭐 이런 식입니다. 도선 풍수에 심취한 유홍준은 빨리 이 나라 최고의 도선사들을 불러 모아 청와대를 조사하고 길흉 제거 목적의 탑 지을 곳을 찾으세요. 이렇게 해도 대책이 없을 정도로 청와대 풍수가 너무나 나쁘다고 유홍준은 판단한 듯 합니다.


행정 조직들의 상부 조직들처럼 기능하도록 온갖 수석실을 만들어 청와대를 '신조선 시대 궁궐'로 만든 박정희, 결국 총맞고 죽었습니다. 이후 그곳을 거친 사람들 중 말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죠. 박정희의 딸은 지금 감옥 생활을 하고 있구요. 유홍준의 눈에는 청와대의 나쁜 풍수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비추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주군인 문가의 안위를 위해서 광화문 집무를 공약으로 제안한 듯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그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되니, 장기적 관점에서 대대적 광화문 개조 사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광화문을 개조해 청와대를 대체할 대규모 집무실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이 촛불 들 장소도 없어지는 군요.


청와대를 거친 인물들 중 여러 명의 말년이 좋지 않았던 궁극적 원인이 과연 청와대의 나쁜 풍수일까요? 민주주의에 걸맞지 않은 청와대 조직 체계였을까요? 뭐 답은 명백하니 제가 할 필요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