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택시 파업으로 말이 많습니다. 공유경제라는 허울 좋은 명목 아래 카풀제를 허용할 모양인데, 교통 사고로 죽을 번 한 저 같은 사람은 현행 카풀제는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종합보험처리가 애매모호한 카풀 이용 시 교통 사고가 난다면? 또 공유제가 좋게 들리지만, 카카오가 자동차 한 대도 보유하지 않고 단지 연결 서비스 제공으로만 수수료 20%를 뜯어가는 현행 카풀제는 또 다른 착취만 발생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카풀 참여자들은 십시일반 용돈 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특정 기업 배만 불리는 꼴 날수 있습니다. 미국, 유럽 등은 상대적으로 택시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택시 영업 시장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해도 여전히 택시 수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택시들을 확 줄일 수도 없지요.
택시 서비스를 높이면서 기존 택시 운송 체제를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는 결론은 당연합니다. IT 기술과 결합한 우버 시스템을 택시 연결망에 장착시키는 것은 분명히 고려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택시 임금체제 개선입니다.
1990년 대 정착한 현 사납금 제도는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일정 이상 수입을 업주에게 직접 납입하고 남은 돈을 가져 가는 방식으로는 택시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없습니다. 업주는 택시 이용자를 직접적으로 신경쓸 필요가 없으며, 택시 기사들은 일단 회사에 입금할 돈부터 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사남급제를 폐지하고 완전 월급제로 전환시키겠답니다. 논의를 이어가기 전에 사납금제가 택시 서비스 질을 저하시키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압축됨을 분명히 합니다.
첫째, 택시 시장 축소 시 사납금제는 기사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발생시킬 수 있어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시키기 힘들다.
둘째, 사납금제에서는 아무리 선량한 택시 회사 업주라도 기사들만 직접 관리하면 그만이며 그러한 관리는 기사들의 손님 서비스와 무관하기 때문에, 택시 서비스 질 문제는 회사 운영에서 도외시 되기 쉽다.
정부 관련 책임자들, 즉 죄다 행정 경험 없는 정치권 단세포들은 택시 서비스 질과 관련해 두 번째 이유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택시 기사들의 처우만 개선시키면 택시 서비스 질도 자연스럽게 향상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기사들 처우야 당연히 개선되어야 하지만, 택시 서비스 질 문제가 단순히 기사들 처우 개선 문제로 해결될까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공무원들 월급을 지금보다 더 올리면 서비스 질이 대폭 개선되겠네요. 택시 회사의 매출과 영업 이익은 버스 회사와 달리 기사들 개인 활동량과 역량에 더욱 의존적입니다. 택시 서비스 질을 높이는 임금 체계는 회사 측도 매출 및 영업 이익 향상을 위해 고객 만족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완전 월급제는 총수입 중 일정 부분을 기사들에게 월급으로 나누어 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총수입 관리 하의 임금제에는 완전 월급 방식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당장 '기본급+성과급' 제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택시 임금제 개선안과 관련된 여러 연구 보고서들을 검토해 최소한 완전 월급제와 '기본급+성과급' 임금제 중 무엇이 택시 서비스 질과 함께 택시 기사들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는지를 놓고 고민했어야 합니다. 과거나 현재나 정치꾼들의 아마추어 정책 사기질이 난무하는 나라라 긴 말 할 필요 없고, 몇 가지 검토 사항들만 언급하겠습니다.
<검토 사항들>
사납금제를 폐지하는 경우, 택시 운송 체제의 현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과연 완전 월급제가 효과적인 대안일까? 완전 월급제를 하면, 택시 기사들의 삶도 나아지고 택시 서비스 질도 훨씬 높아질까?
1. 택시 운송 체제와 버스 운송 체제는 다르다. 특정 구간을 일정 시간 범위 내에서 이동하는 버스의 경우, 회사가 기사들의 이동 거리와 노동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택시는 다르다. 버스와는 다른 성격의 택시 운송 체제에 대해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얼마나 되는가? 있다면, 그러한 나라의 택시 수와 이용자 수는 어떻게 되는가?
2. 사납금제는 택시 회사 사장만 배불리는 제도라는 소리가 있다. 그런데 업주들이 사납금제로 많은 이득을 얻었다고 한들, 과연 현 국내 택시 회사들이 완전 월급제를 감당할 수준의 규모인가?
3. 만약 아니라면, 결국 택시의 완전 월급제는 상당 부분의 정부 지원금이 충당되어야 시행 가능하다. 그 지원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각종 꼼수성의 이중 과세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 국민들 다수가 택시 완전 지급제 정부 보조금 정책에 찬성할까?
4. 택시 수가 전 국토에 걸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우리나라에서 우버 시스템을 택시 운영 체제에 장착한다고 해서, 과연 대다수 택시 회사들이 수입이 대폭 늘어나 정부 보조금 없이 완전 월급제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게 될까?
5. 정부 보조금 없이 택시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는 경우, 많은 택시 회사들이 없어질 수 있다. 이때 더욱 비싸질 택시비를 국민들은 감당해야 한다. 또 택시 부족에 따른 카풀 이용 비용도 상승하게 되어 있다. 당신은 미국과 같은 이러한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6. 버스 기사들은 월급제 시행 후 처우 개선만으로 택시 기사들보다 손님 서비스에 더 신경쓰는 것일까? 혹시 직업 특성상 버스 기사들은 일일이 시민들과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어서 '불친절 논란'에서 택시 기사들보다 자유로운 것 아닐까? 불친절한 택시 기사들이 많다고 하는데, 과연 대부분 택시 기사들은 손님을 무시하는 사람들인가?
7.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면, 과연 택시 서비스는 정말 지금보다 대폭 향상될 것인가? 공공 서비스 향상이라는 것은 불행히도 해당 서비스의 직접 제공자들에 대한 관리, 인센티브, 경우에 따라서는 통제가 필요하다. 과연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면, 다수 택시 기사들의 삶이 나아져 택시 서비스가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위 검토 사항 1-7과 관련된 통계적 연구들은 많습니다. 그러한 검토 사항들을 고려할 때, 사납금제 폐지는 찬성하지만 완전 월급제를 택시 운송 체제에 적용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입니다. 위 검토 사항들을 고려한 다른 입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사납금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임금 체제에서 총수익 관리제를 택한다는 것이며, 그러한 총수익 관리제 아래 여러 구체적 임금제들이 가능합니다. 완전 월급제는 그러한 임금제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따라서 사납금제를 폐지하는 경우, 완전 월급제 외에도 '기본급+성과급' 임금제를 포함한 다른 대안들도 구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임금제는 해당 직업의 성격, 종사들의 성향,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여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지, 특정 이념으로 단순하게 결정될 문제가 아닙니다. 임금제를 탁상공론 식으로 함부로 정하는 것은 자칫하면 시장 전체에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러한 부작용이 심각하면 좋은 이념도 무용지물이에요. 아무튼 택시 운송 체제에서 현행 방식의 사납금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택시 시장 축소와 함께 부작용이 컸는데 너무나 오래 방치한 임금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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