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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황당한 개폐기 사진

착한왕 이상하 2019. 4. 5. 16:15

 

 

매년 4월이 되면 강원도 동해안에서 강한 바람과 함께 산불이 발생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강한 바람으로 인한 화재는 어느 곳이나 완전히 제어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구체적 방지책이 없어 보인다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아직까지도 산악 지대 요지에 감시 카메라를 장착한 타워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한 바람이 부는 산악 지대에는 그러한 타워들을 설치하는 게 기본입니다. 재난 방송을 봐도 화재 현상만 부각시킬 뿐, '화재 경로 현황 지도'와 같은 것은 나오지도 않습니다. 무조건 소방인력 늘리고 헬기 늘린다고 강한 바람에 의한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바람이 약해지면서 화재가 누그러지고 있습니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까지 불확실합니다. 방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현재 특정 전신주에 설치된 개폐기를 발화지점으로 규정한 일부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일보를 비롯해 여러 신문사의 기레기들이 엉뚱한 사진을 올려 사람들을 혼선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국가재난 부른 산불 원인은 300만원짜리 전신주 개폐기(중앙일보)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5&aid=0002897218

 

기사 제목이 아주 단정적입니다. 300백만원짜리 전신주 개폐기가 정말 저질 저가형 개폐기일까요? 그리고 정말 개폐기 폭발이 이번 대형 화재의 원인이었을까요? 이런 문제가 아직 조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일보는 다음과 같은 사진을 기사에 실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친절하게도 사진 하단부에 불에탄 흔적의 개폐기라는 설명도 달았습니다. 그런 설명과 함께 사진을 본 사람들은 흥분합니다. 개폐기에 보호막이라도 씌웠으면, 화재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 그런데 저 사진이 개폐기일까요?

 

한전 발표에 따르면, 해당 전신주에 설치된 개폐기는 '진공개폐기'라고 합니다. 진공, 글자그대로 공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사진처럼 공기 중에 노출된 진공개폐기는 엄청난 지능을 가진 외계인에게도 만들기 불가능한 것입니다. 공기 중에 노출된 진공개폐기라는 것은 사각형이면서 동시에 둥근 형태처럼 논리적 모순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전신주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찾아 봤더니, 하얀 박스의 진공개폐기는 사진 부분의 위에 붙어 있습니다. 화재에도 형태는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구요. 다만 개폐기와 연결된 외부 전깃줄 하나가 탔습니다.

 

진공 상태에서는 산소도 없을 테니 개폐기가 잘 타지 않겠죠. 그래서 강한 바람에 노출된 곳에는 진공개폐기를 설치하는 것이겠죠. 진공개폐기가 자체적으로 터질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구글에서 '한전 개폐기'를 검색한 결과, 전신주에 사용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개폐기들은 밀폐 박스형입니다. 해당 전신주가 정말 발화지점이라면, 차라리 노후한 절연 애자나 개폐기 인입선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한전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한전 정책, 성과급 잔치를 증오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직 화재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엉뚱한 사진 하나 올려놓고 3백만원짜리 저질 개폐기 운운하는 중앙일보 기사야말로 저질 중에 저질입니다.

 

다음 사진은 방금 뜬 기사에 실린 것인데, 이번 화재로 유명해진 개폐기를 한전 직원이 수거하는 장면입니다.

 

 

 

중앙일보 기레기 씨, 공기 중에 노출된 진공개폐기가 정말 있다면 그 가치는 3백만원이 아니라 3조도 모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