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설은 신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천체에 지구를 속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지동설의 출현으로 자연에서 인간의 지위도 재해석되어야만 했다. 그러한 재해석 문제를 놓고 ‘진보론’, ‘회의론’, ‘종말론’이 나타났다. 제 4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진보론’은 ‘인간 중심 사상’, ‘확실성 추구의 시대정신’, ‘자율적 인간상’이라는 특징들을 갖는 ‘인간의 천사화 계획’을 태동시킨 모태와 같다. ‘인간의 천사화 계획’의 연장선에 서 있는 계몽주의는 이성과 신앙을 분리하는 관점 속에서 회의론을 극복하고 종말론과 공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몽주의를 둘러싼 여러 상반된 입장들이 ‘우리 유럽’이라는 이념 아래 공존할 수 있도록 해준 실질적 기반은 ‘백색 도덕 제국주의’였다. 백색 도덕 제국주의를 구성하는 세 특징은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