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ang 2

SF 코미디 추리: 실험실 우주 1. 특이점, 질점, 수학적 모형과 실재

이게 정말 블랙홀 이미지일까? 블랙홀 주변 현상 혹은 그림자를 관측했다는 이번 발견 과정을 살펴보면, 물리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간접 측정도 아니다. 블랙홀 존재를 함축한 특정 이론을 참으로 전제한 알고리듬을 돌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로 얻어진 이미지이다. 이러한 이미지가 전파 망원경을 통해 얻어진 우주 노이즈 데이터 자체에 함축된 사실을 표상한다고 할 수 없다. 위 이미지에 무엇이 대응한다고 할 때, 그 무엇이 블랙홀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중력파에 이어 블랙홀까지 발견했다고 난리를 치니, 내년에는 웜홀 사진이 기사화될 것 같다. 이 글의 목적은 이번 블랙홀 관측 과정을 검토하고 그 신빙성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빅사이언스의 우주론 연구는 나의 관심사 밖이다. 우주론은 아직까지는 ‘자르고 던지고 합..

이론의 두 가지 사용법: 빅뱅 가설의 도그마화와 과학의 퇴보

* 다음 주제의 글을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마음이 없다. 글을 가급적 간략히 하기 위해 긴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괄호 속에 정보를 암시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 글이 너무나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땅의 과학과 기술이 발달해 공동체에 득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실현 불가능한 희망일 수 있지만 말이다. 2007년 그 잘난 대한민국 철학계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이후 ‘철학 박사’라는 타이틀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글에 그 타이틀을 명시하는 이유가 있다. ‘과학이 진행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과학자들만의 몫은 아님을 명시하기 위해서이다. 근대 과학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프란시스 베이컨은 과학자가 아니었다. ‘과학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