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ke 3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7. 다수의 행복, 정부와 시간

기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성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로크처럼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힘들다. 로크는 기억의 의미 있는 대상을 관념, 즉 명제적 판단의 의미적 구성 단위들로 간주함으로써 이미지의 역할을 사소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기억을 통해 과거를 추적할 때, 심적 이미지들은 판단의 증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한 특정 판단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특정 대상을 표상하는 이미지는 그 대상과 분리되어 있다. 머리 근처에 떠올린 사과, 나무 등의 이미지들은 사과, 나무 등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표상한다. 그런데 이미지가 두뇌 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심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 영상, 그림, 이모티콘 등 인공 이미지들 역시 심적 이미지와 마찬가..

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3. 관념(Idea)

관념이란 무엇인가? ‘관념’이라는 단어는 21세기 사람들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의 근대적 사용 방식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 사용법은 경험과 사고 작용의 내용이 발생하는 장소로서 마음을 이해하는 관점의 형성 과정에서 굳어졌다. 현상을 설명하려고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을 단순히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하고 객관적인 것을 마음 외적인 것으로 규정할 때, 마음은 주관적인 것의 반경과 같다. 마음에 대한 이러한 근대의 특이한 이해 방식에 따를 때, 관념은 마음에서 발생하는 이미지, 표상, 내용 등을 총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념에 대한 근대 철학자들 각자의 이해 방식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항상 논란거리를 남길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일이다. 로크의 관념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후 구원의 논리: 기독교편 3 잠든 영혼, 의식, 육체

사후 구원의 매개물로 영혼을 간주하는 것에 대한 개신교 세력의 비판 동기는 주로 정치적이다. 육체와 분리 가능한 영혼 개념은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아 왔다. 특히 감각 작용의 생리적 기능이 점차 밝혀지면서, 충동 및 지각 현상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가톨릭 세력은 이러한 도전에 맞서 ‘철학에 대한 신앙의 우위성’을 강조했다. ‘실체적 영혼’은 합리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철학은 이에 대한 반박 성격을 갖는다. 데카르트는 실체적 영혼을 ‘생각하는 실체(thinking substance)’로 규정했다. 여기서 ‘생각한다’는 것은 ‘합리적 판단 능력’과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 능력’을 총칭하는 은유이다. 영혼의 기능은 지적 능력 및 의지에 국한되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