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행복: 로크 7. 다수의 행복, 정부와 시간

기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성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로크처럼 이 물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힘들다. 로크는 기억의 의미 있는 대상을 관념, 즉 명제적 판단의 의미적 구성 단위들로 간주함으로써 이미지의 역할을 사소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기억을 통해 과거를 추적할 때, 심적 이미지들은 판단의 증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한 특정 판단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특정 대상을 표상하는 이미지는 그 대상과 분리되어 있다. 머리 근처에 떠올린 사과, 나무 등의 이미지들은 사과, 나무 등과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표상한다. 그런데 이미지가 두뇌 활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심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 영상, 그림, 이모티콘 등 인공 이미지들 역시 심적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그것들이 표상하는 대상들과 분리되어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과거를 추적하는 데 인공 이미지들을 동원시킨다면, 과거를 추적하는 것이 개인 차원의 기억에 종속될 이유는 없다. 더욱이 특정 개인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에는 기록 등의 흔적도 동원된다. 어느 누가 살인을 저지른 후 사고로 기억을 상실했다고 하자. 그의 살인 행위를 확인해 주는 인공 이미지 및 기록들을 증거로 들이된다면, 그도 자신의 살인 행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 보기 -> https://blog.naver.com/goodking_ct/222809317799

로크, 다수 행복론으로서의 통치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