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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와 중소기업의 서러움, 이번 일본 경제 보복에 대한 정치쇼를 보면서

착한왕 이상하 2019. 8. 4. 19:14

 

 

일본의 도가 넘은 경제 보복을 가지고 마치 100년 전 일제 강점기 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정치꾼들이 쇼를 합니다. 아마도 내년 총선 대비용이겠죠. 사실 이 번 아베의 결정에는 미국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며, 이렇게 되기까지의 무능한 외교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이 번 일본의 경제 보복은 정확하게는 15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IMF 터지고 김대중 정권이 일본과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한국 화이트국가 지정의 발판을 마련했고, 노무현 정권 때 한국 화이트국가 지정이 결정된 것입니다. 이 번 사태로 그 결정이 무효화된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게시글 댓글을 이용해 한국 소재 기술 강화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생산한다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에 종속된 노예들입니다. 그 만큼 판매처가 국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사이의 임금 격차가 너무나 큽니다. 심지어 국내 중소기업들은 삼성의 시메스, LG전자의 PRI 등에 통행세를 내어 가면서 물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이렇습니다. 어떤 중소기업이 LG디스플레이에 부품을 납품한다고 할 때, 직접 납품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LG전자의 PRI를 통해야 합니다. 그리고 판매처로 확정되면 일정 통행세를 내야 합니다. 이런 것은 손보지 않고 딱따구리 같이 생긴 어느 양반은 닭체인점 떼려잡기 쇼를 하며 대기업과의 전쟁 코스프레를 하고 있고, 속아넘어 가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막말로 일본 대기업들이 안 사가면 다른 나라 기업들에 팔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원천 소재나 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일본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국내 화학 및 화공학의 저력을 감안할 때 소재 산업은 발달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소재산업 중심으로 개편된다면, 대기업 종속도로 낮아질 것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평균 17년 걸리는 신약 사업의 성격 및 개발 과정의 복잡한 구조도 모르는 것들이 AI 신약 개발, 4차혁명 떠들면서 주식판 키우면 제약 강국될 것처럼 선전했습니다.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한 산업 자본은 완전히 왜곡되었고, 지금 제조 영역 중소기업들은 선행 투자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빠졌습니다. 거기에 전환사채 발행을 이용해 돈을 뒤로 빼먹는 악덕 업주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IMF때 강압적으로 만들어진 금융제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아, 전환사채 거래 관계는 일반인들이 전혀 할 수 없도록 불투명합니다. 악성 공매 세력 앞잡이 최종구는 그 불투명성을 기업 투자 활성화에 필요하다면서 방어막을 쳐주고 있습니다. 최근 라임사 개입시켜 전환사채를 이용해 몇몇 기업들이 뒤로 돈을 챙겼고, 사건이 이리저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당장 조사하지 않겠다고 금감원이 발표했습니다. 이런 제도를 나둔 채 일본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본의 자금은 현재 사채시장에만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 부채가 많다하더라도 국채 대부분을 자국민이 보유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 자금으로 인정받는 것이 엔화입니다. 단순 GDP로 따지면 우리가 양적으로 일본에 거의 따라붙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질적 측면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IMF때 잔존 영향으로 남아 있는 금융제도들을 혁신하지 않은 채 일본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정말 너무나 낙천적입니다.

 

또 3대 4대째 이어지는 재벌 구조는 일본 대기업들에는 없습니다. 자식들은 일정 주식만 물려받습니다. 국내의 경우 황당한 주주의결권 불평등 조건으로 인해 3-5% 주식 지분만 가지고도 개자식들이 기업의 왕들로 군림하는데, 어느 정당이든 이런 기업 세습의 원인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 보시면 모두 아실 겁니다.

 

이 번 사태가 터지자, 정치꾼들과 재벌들의 만남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정말 이 번 사태로 국내 대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쓰려져 한국 경제가 자칫하면 초토화될 것 같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번 사태로 한일 양국 경제 관계는 15년 전으로 후퇴한 것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태가 수출 금지 조약은 아닙니다. 물론 일본의 아베가 이번 결정을 이용해 자국 소재들 수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수출을 일정 조율할 수는 있으나 원천적 금지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실례로 일본 대기업들은 국내 올레드 패널을 수입해 프리미엄 TV를 생산하고 있고, 국내 기업은 일본으로부터 소재 및 장비들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에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데, 올림픽을 이용해 기술 강국 모습을 과시하려는 아베가 대형 LCD로 8K 방송쇼를 할 수는 없지요. 결국 국내 재벌 대기업들과 일본 소재 기업들 사이의 거래는 수출입 서류 양식만 이전보다 복잡해질 뿐 일정 부분 정상화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마치 대만 대기업들과 일본 중소기업들 사이의 거래처럼 말이죠.

 

재벌 대기업에 종속된 중소기업들 대부분은 부품 납품 업체입니다. 실례로 현대차 국산화율 99%라고 하는데, 이것은 완성차의 표면적 기준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현대차 납품하는 중소기업들 상당수는 일본에서 관련 소재나 장비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삼성을 부각시켜 반도체 산업에만 집중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서울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는데, 일본도 도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1960년대 말부터 지역 주민들의 항쟁을 받아들여 유의미한 탈도쿄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결과 우리보다 수도와 지방 사이의 경제적 권력적 차이가 작습니다. 우리는? 대학정책만보더라도 말만 지방대 육성 난무했지 항상 서울 중심이었습니다. 부동산도 서울 중심, 죄다 서울 중심입니다. 일본은 그렇지 않아요. 배울 건 배워야 합니다. 막말로 최근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물학상 일본 수상자들 중 도쿄대나 게이요 대학 나온 인물 없어요. 대부분 출신 지역 지방대입니다. 이번 일본 경제 보복과 관련해 연일 특정 대기업들에 집중된 보도만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각자 살 길이 있어요. 또 정치꾼들이 이재용에게 굽신거리는 장면을 봐야 하나요? 이래서는 극일은 개뿔입니다.

 

저는 이 번 사태 보도 행태 및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서울대건은 크게 보도되고, 지방대건은 무관심에 묻혀버리죠. 그 건이 좋던 나쁘던 말이죠. 지금 사태를 두고 굳이 정치꾼들이 재벌들을 불러모아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할 필요가 있을까요? 재벌들 머릿속에는 각자도생밖에 없어요. 재벌 구조라고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 맷집도 있고 나름대로 전략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재벌넘들 앓는 소리 많이 합니다. 그 소리를 받아주다가는 한국 중소기업들 정말 박살날 수 있습니다. 현대 자동차의 99% 국산화율 선전하기 이 전에, 현대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 일본 수입 의존도부터 체크해야죠.

 

항일 투쟁, 뭐 증오심을 이용한 정치적 전략도 지금은 일정 부분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들 구조 개편입니다. 현 여야 정치사기꾼들은 그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중소기업들 산업 구조 맵(map)을 짜고 그 관계의 어느 부분에 무슨 허브를 심어 투자를 해주어야 맵이 어떻게 바뀔 것이다를 진단할 능력은 현 정치사기꾼들 및 행정 관료들 머릿속에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들 선행 투자를 활성화시켜 줄 수 있는 정책이며, 그 정책은 단순히 매년 1조원 투자, 약간의 대출 연장 등이 될 수 없습니다.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요? 각자 생각해 보세요. 더욱이 매년 1조원 투자, 세제 혜택도 지금 판세를 보면 대기업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며, 결국 대기업과 직접 관련된 몇몇 규모 있는 종소기업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벌 구조의 대기업들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이 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것을 빌미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겁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됩니다. 완성품 생산에 필요한 모듈들은 국내가 아니라 동남아 쪽 OEM 생산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며, 삼성은 벌써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장도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역으로 국내 재벌 구조의 대기업 일본 중소기업 의존도는 더 커지게 됩니다. 대기업 중심으로는 실업률을 줄일 수 없는 구조로 한국도 이미 들어선지라, 향후 한국 경제 상황은 망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 침체기에 빠집니다. 아베가 노리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삼성 메모리 반도체 붕괴시켜 한국 경제 초토화시키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통하지도 않는데, 이 번 사태를 그런 것과 연관시켜 정치꾼들이 재벌들과의 만남을 늘리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국면에 도달한지 사실 오래되었습니다. 일본이 장기 경제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나마 무덤덤하게 지탱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임금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 중심으로 소재산업을 활성화시켜, 종소기업들 판매처를 국내 대기업 종속구조에서 해방시켜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구체적 방안 없이 극일을 외치는 정치사기꾼들의 발언 속에서 여러분은 정말 중소기업들의 변신 가능성을 느낄 수 있습니까? 저는 전혀 느낄 수 없으며, 다음 총선 때 여든 야든 어느 쪽에든 표를 주지말고 정치꾼들에 대한 대규모 불신임 운동에 동참하셨으면 합니다. 저야 당연히 투표 일 집에서 쉽니다. 더 이상 투표 안 합니다. 여든 야든 현재 정치사기꾼 새끼들의 대가리 속에는 '표=권력=돈'밖에 없어요. 차라리 투표율이 유의미하게 낮아져야 그나마 정신차리는 놈들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