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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사건. 반미, 친미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야

착한왕 이상하 2019. 8. 12. 15:36

 

 

최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의 미국 대사 사건으로 말이 많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32&aid=0002956601

 

이를 두고 친여권 성향의 일부 정치꾼은 미국의 국정농단, 미국의 내정간섭 운운했는데, 이러한 운운은 공론화 불가능한 것이다. 강대국 미국의 횡포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미국 대사 임명은 비엔나 협역에 따라 미국에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러한 사전 동의는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 해당한다. 대사를 파견하려는 국가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막말로 극한 반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 특정인을 일본이 한국 대사로 지명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그것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친여권 성향의 일부 정치사기꾼들과 달리, 야당 정치사기꾼들은 문정인 특보를 반미주의자로 몰면서 그의 해임건을 주장하며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대사를 반미 성향의 인사로 지명하면,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다. 그런데 여기서 정작 흥미로은 질문은 다음이다.

 

만약 문정인 특보가 친미 성향의 인물이었다면, 미국 대사 임명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미국은 한국,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듯 한국이 미국을 외교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문정권의 외교는 미국에게는 오히려 북한을 지원하는 듯 모습으로 비추어질 여러 원인을 제공했다. 이 문제는 논외로 하자. 4자 회담이 아니라 북한과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이 문정인 통일회교안보 특보를 미국 대사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그가 적극적 친미주의자라고 가정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미국 대사로 수용하면, 이것은 북미 회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미국에게 방해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의 단순 양도 형태의 논증이 성립한다.

 

외교안보 대통령 특보 문정인은 반미 아니면 친미 성향의 인물이다.

문정인이 반미 성형의 인물이라면, 미국은 그를 미국 대사로 수용하기 어렵다.

문정인이 친미 성향의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북한과 직접 협상을 추진하는 미국은 그를 미국 대사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그 어떤 경우에나, 미국은 외교안보 대통령 특부 문정인을 미국 대사로 수용하기 어렵다.

 

미국에 대한 문정인 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위 논증은 현 정부가 외교적 상황 판단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북미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교안보 특보를 미국 대사로 파견하자는 발상 자체가 외교적 상황 판단 능력 결여를 보여 준다. 그러한 발상은 자칫하면 미국 정치권에는 한국의 압력 행사로 비추어질 수 있다. 그러한 압력으로 우리가 얻을 것이 있다면, 그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현 국제 정세 상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의 최근 형태는 일단 '통미봉남' 전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북미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교안보 대통령 특보를 미국 대사로 파견하자는 황당한 발상은 도대체 어느 돌대가리에게서 나온 것인가? 문이 제대로 일하려면, 주변에 그런 돌대가리들을 잘라 내어야 하는데, 도대체 본인 스스로 주변에 그런 돌대가리들을 점점 더 모으고 있으니 ... 쯧쯧.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일을 진행하면, 후대에 '386 특정 세력 기득권화를 시도하다 폭망한자'로 불리겠다. 이에 대한 이유는 생략한다.

 

* 문정인 특보가 영리하다면, 그는 당연히 정부의 미국 대사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가 미국에게 반미주의자로 비추어지든 친미주의자로 비추어지든, 그 어떤 경우에도 그의 미국 대사 임명은 미국에게는 달갑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4자 회담이 아니라 북한과 직접 협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정인 자신이 정부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가정하는 경우, 문정인 특보 스스로 '자신의 미국 대사 파견안은 현 국제 정세에서 황당한 것이다'라고 발설하기도 힘들다. 그러한 발설은 현 정부에 부담을 주어 반대 세력에 힘을 실어 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정말 문정인 스스로 미국 대사 임명안을 미국이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문정인 스스로 수용하지 않은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밝혀질 것이다. 솔직히 현 정부가 문정인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지도 의심스럽다. 어쩌면 문정인 스스로 특보직에서 사퇴하는 뉴스가 나중에 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