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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아이 증후군?

착한왕 이상하 2019. 10. 30. 22:03

좀 전에 전화를 받고 어이가 없어 상대방에게 설명해 주다 이 글을 남긴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 사연인 즉슨 이랬다. 직업이 변호사인 누구가 부인과 함께 어린 여아를 태우고 쇼핑을 했다. 당연히 차를 매우 조심히 몰았다고 한다. 급브레이크, 이런 경우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 눈이 조금 충혈된 것처럼 보이자, 부인이 난리를 쳤다고 한다. 아마도 흔들린 아이 증후군 때문인 것 같다고 말이다.

 

전화를 하면서 구글을 검색해 봤다. 일부 병원 사이트들에서는 흔들린 증후군이 확증된 이론처럼 소개하고 있다. 아이를 심하게 흔들면 사망률이 30%라고 말이다. 국내 유튜브에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위험성이 많이 올라와 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라... 이게 도대체 말이 되냐? 부모가 단순히 아이를 다독이려고 흔들어 준 것이 아니라 가학 행위를 했다면, 아이의 뇌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겠지. 또 아이를 떨어뜨린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저 아이를 차에 태웠다고, 또 흔든다고 아이 뇌가 치명적 손상을 입을까?

 

영어로 구글 검색 결과, 역시나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검증된 가설이 아니다. 검증되지 않았다고 틀린 것은 아니니 그래도 의미 있는 가설일까? 역시 아니다. 찾아보니 1972년 미국의 모 의사의 논문 덕에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 갓난아이를 가진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과의 접촉에서 공포심까지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20초당 40-50번 아이를 흔들면, 아이가 뇌진탕에 걸릴 수 있다는 설도 있다. 그 가설은 어떤 실험 과정을 거쳤을까? 의료 윤리 문제로 실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없다. 침팬지를 대상으로 그런 실험하는 것도 20세기 후반 이후는 금지되어 있다. 어린아이들과 유사한 인형을 만들어 실험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인간과 유사한 인형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직접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다. 더욱이 '흔든다'는 표현은 구체적 상황 맥락을 모르는 경우 매우 모호하다. 20초 내에 40-50번 아이를 흔든다면, 이 행위를 아이에 대한 정상 행위로 볼 수 있는가? 아니다. 부모가 어떤 이유에서 아이에게 해를 가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자기 아이를 20초 내에 40-50번 흔들 정신나간 부모는 없다. 결국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아이에게 이상이 발생했다고 보고된 사례들은 대부분 알고 보면 아이에 대한 가학 행위나 다른 원인에 의한 결과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 의학계나 법학계에서는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라는 용어 대신에 '가학성 혹은 공격성 머리 외상(Abusive Head Trauma)'를 사용한다.

 

끔찍한 얘기 하나를 하자. 5층에서 어른과 갓난아기를 강제로 떨어트리면, 어느 쪽이 더 심하게 다칠까? 당연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어른이다. 더욱이 아이의 신체 조직은 말랑말랑하다. 심한 태풍에도 대나무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소나무가 잘 부러지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차로 갓난 아이를 이동시켰다고 아이가 뇌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는 생리학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흔들린 아이 증후군 가설이 사실이라면, 인류는 진화론적으로 벌써 멸종했을 것이다. 원시시대 양육은 지금처럼 안전하지 못했다. 조금의 흔들림만으로도 뇌진탕을 입는 유기체는 환경에 적응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를 키울 때 부모는 항상 긴장하게 마련이다. 아이가 구토를 하면서 눈이 충혈되고 이마 부위가 파란색을 띤다면 병원에 즉시 데려가야 한다. 병원이 좀 떨어져 있다면, 흔들린 아이 증후군 때문에 아이를 안고 걸어서 가리? 걸어서 아이를 안고 가도, 아이가 흔들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를 이동시킬 것인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왜곡된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물음에 대답하기 힘들다. 국내 인터넷에 떠도는 흔들린 아이 증후군 얘기는 그냥 낭설이다. 아이가 구토를 한다면, 부모는 그냥 차로 잽싸게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면 된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미국 법정에서 한때 논란거리가 되었다. 갓난아이가 사망했다. 경찰은 부모의 가학 행위를 의심한다. 변호사는 가학 행위가 아니라 부모의 무지로 인해 아이가 사망했다면서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언급한다. 이러한 방식의 변호는 지금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밥먹다가 전화받고 이 글을 작성해서, 글에 두서가 없다. 아무튼 어린 아이를 잘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이를 지나친 과잉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말라. 아이의 양육에 좋지 않다. 법학자들과 의사들이 공저한 다음의 긴 논문은 대중적으로 왜곡된 흔들린 아이 증후군 소문이 왜 증거를 결여한 것인지, 또 그것이 생리학적으로나 진화론적으로도 수긍하기 힘든 것인지, 과거 관련 논문들의 통계 분석적 오류들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다루고 있다.

 

Moran,D.A., Findley, K.A., Barnes, P.D. & Squier, W.(2012). "Shaken Baby Syndrome, Abusive Head Trauma, and Actual Innocence: Getting it Right".  Hous. J. Health L. & Policy, pp.209-312.

https://repository.law.umich.edu/cgi/viewcontent.cgi?article=1559&context=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