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Academic Info.

루드비히 플레크의 과학 공동체: 쿤과의 차이점

착한왕 이상하 2020. 9. 4. 18:41

루드비히 플레크의 과학 공동체

 

루드비히 플레크(Ludwik Fleck, 1896-1961)는 폴란드 유대인 태생의 미생물학자, 면역학자, 과학철학자, 의철학자이다. 그를 정교하게 다룬 국내 논문이 있는가? 내가 알기론 없다. 만약 내가 계속 대학 주변에 머무르면서 과학철학회 활동을 이어갔더라면, 플레크와 쿤을 비교한 논문 하나는 썼을 것 같다. 플레크를 다룬 논문을 쓸 이유는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의 과학 공동체 개념을 소개하는 가운데 쿤과의 차이점을 간략히 언급하려고 한다. 나를 이렇게 하도록 만든 이유가 있다.

 

플레크의 저작 <과학적 사실의 출현과 발전(Entstehung und Entwicklung einer wissenschaftlichen Tatsache, 1935)> 1979년 영어 번역판 GDSF(Genesis and Development of a Scientific Fact)로 나왔을 때, 토머스 쿤(T. Kuhn)은 자신이 그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이후 과학적 이론 변화를 묘사하는 데 플레크와 쿤의 유사성을 강조하거나, 플레크의 입장을 정교화한 것으로 쿤의 입장을 규정하는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쿤의 위상을 낮추려거나 아니면 플레크를 거쳐 탄생한 쿤으로서 쿤의 위상을 더욱 견고히 하려는 그런 논문들은 더 이상 쉽게 통용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자세한 소개 없이 플레크와 쿤의 유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구를 담은 국내 대중서나 번역서가 너무나 많다. 심지어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다룬 대중서나 논문에도 그런 문구가 담겨 있더라. 아마도 라투르 자신이 플레크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플레크가 라투르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네트워크들의 가변성과 연결성을 고려할 때, 라투르는 쿤과 플레크의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에 주목했을 것이다. 플레크와 쿤의 유사성을 강조하거나, 플레크의 입장을 정교화한 것으로 쿤의 입장을 규정하는 문장이 국내 대중서나 번역서에 툭 튀어나오는 경우, 함부로 그것을 수용하지 말라. 이를 알려 주는 것이 이 짧은 글의 목적이다.

 

쿤과 플레크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것은 쿤의 패러다임을 플레크의 사고 양식(thought style)’, 그리고 쿤의 과학 공동체를 플레크의 사고 집단(thought collective)’에 단순하게 대응시키는 것에 근거한다. 그렇게 대응시키는 것이 정당하다면, 과학 이론 변화에 대한 플레크의 서술 방식도 쿤과 유사해야 한다. 쿤의 그 서술 방식은 과학 발달의 보편적 구조를 전제하고 그 구조를 밝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과학적 지식의 형성 과정에 역사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그의 서술 방식은 비역사적이다. 플레크의 경우 과학적 지식의 형성, 전파 및 변화 과정을 분석하는 일종의 개념틀을 제시하고 있지만, 과학 발달의 보편적 구조와 같은 것은 그의 설명 체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서는 그의 과학 공동체 개념이 갖는 외연적 탄력성에 대해서만 간략히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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