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Liberalism)
1.
자유주의는 정치적 이념인 동시에 ‘개인의 자유(individual liberty)’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구성 방식을 논하는 정치이론이다. 여기서 국가 권력을 대리하는 ‘정부’는 ‘개인들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기관’을 뜻하지 않는다. 정부는 ‘개인들로부터 물적, 금전적 자원을 거두어들여 국가를 운영하는 권위’를 합법적으로 부여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정부에 대한 이러한 이해 방식은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에도 해당하는 것이다.
국가 권력의 존재는 자유주의와 양립하기 힘들어 보인다.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려면 국가 권력을 대리하는 정부가 없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주의 옹호자는 ‘자유주의가 국가를 부정하는 아나키즘(anarchism)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당화해야 한다. 즉, 그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권력이 필요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2.
자유주의자들이 국가 권력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방식은 ‘국가 권력을 대리하는 정부가 없다면’이라는 가설에 근거한다. 개인들의 자발적인 합의 과정이 악(惡)을 배제하지 않는 까닭에, 국가의 부재는 개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국가 권력인 정부가 타락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자유 민주주주의 국가의 정부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구성되어야 하며, 또한 법치(法治)에 따라 권력을 행사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민주주의의 정부 형태가 결국 소수 기득권층의 논리에 종속될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그럼에도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권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자유주의 담론의 핵심은 다음 물음으로 귀결된다.
• 개인의 자유를 가급적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구성 방식은 무엇인가?
로크(J. Locke)는 개인을 ‘신의 소유물(God's property)’로 여겼다. 그 대신 인간은 신으로부터 생존을 위한 자연권(natural rights)을 보장받는다. 그러한 자연권으로 소유권, 건강권, 선택권 등을 들 수 있다. 홉스(T. Hobbes)에게 ‘자연 상태’란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황’이다. 그에게 사회 계약은 공포심에 기인한 것이다. 반면에 로크에게 사회 계약은 개인의 자연권을 보호해 주는 장치이다. 로크에게는 자연권이 보호되는 상태가 ‘자연 상태’이며, 국가는 그러한 자연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시장 경제에 근거한 자본주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담 스미스(A. Smith)는 시장 경제가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율된다고 믿었다. 스미스에 따르면, 인간은 이기적이면서도 타인에 대해 동정심을 가질 수 있는 존재이다. 개인들은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사적 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고, 경쟁 과정 속에서 ‘균형 잡힌 사회’기 형성 가능하다.
로크나 스미스의 입장에 따르는 경우, ‘자유’는 생존 및 사적 관심사에 국한된 ‘소극적 자유’를 뜻한다. 국가 권력인 정부는 그러한 소극적 자유를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다른 개인과의 관계 속에서 ‘개인의 삶을 계획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에 근거한 자유, 곧 ‘적극적 자유’ 개념은 독일의 칸트(I. Kant), 훔볼트(W. von Humboldt), 그리고 프랑스의 볼테르(Voltaire), 콩도세(M. de Condorcet) 등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소극적 자유뿐만 아니라 적극적 자유가 나타나는 과정은 ‘자기 보존(self-preservation)’에서 ‘자기 확신(self-assertion)’으로 철학적 관심사가 이동한 과정이이기도 하다. 그러한 관심의 이동은 서양 근대사를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개인의 적극적 자유를 보장하려면, 합당한 의료 정책, 교육 정책 및 연금 정책이 받쳐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개인들의 관계에 근거한 사회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러한 가정은 산업 혁명, 사회 통계의 발달, 그리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상호 작용을 통해 얻어진 인식이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복지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복지 지향 자유주의’ 혹은 ‘새로운 자유주의(new liberalism)’는 19세기 공리주의의 대부 밀(J.S. Mill), 영국의 사회주의자 홉하우스(L. Hobhouse), 그리고 미국의 경제학자 케인즈(M. Keynes) 등에 그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다.
3.
국가는 개인의 소극적 자유만 보호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개인의 적극적 자유까지도 보호해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들은 다음 문제로 귀결된다.
• 국가 권력을 대리하는 정부는 개인들의 관계에 근거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을까?
위 문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복지 지향 자유주의’를 옹호한다. 반면에 위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을 옹호한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경제 위기로 인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원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자유주의를 논하는 곳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 논거들, 그리고 세계화와 함께 불거진 신자유주를 둘러싼 문제들을 살펴볼 것이다.
'과학과 철학 에세이 > 진보의 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부성과 공공재의 비극(Externality and the Tragedy of the Commons) (0) | 2011.11.10 |
---|---|
진보의 시작: 그 목적과 성격 (0) | 2010.08.10 |
세속화(Secularization) (0) | 2010.03.31 |
포퓰리즘(Populism) (0) | 2010.02.18 |
소유권(Property Rights) (0) | 2010.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