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공지 사항

소원고 e-book 프로젝트: 통섭

착한왕 이상하 2012. 7. 14. 20:36

 

 

이제 수업을 많이 줄여 일주일에 3일 다섯 반만 운영한다.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한 <세속화>원고를 끝내고, 개인 출판사 등록 후 그 동안 써놓았던 것들을 편집해 e-book 시리즈를 내려고 한다.

 

e-book 시리즈는 100-200 쪽 분량의 소원고들만 다룬다, 따라서 700쪽 가까운 <세속화>나, 최소 다섯 권 이상의 분량인 <사고 훈련>과 같은 원고들은 e-book으로 출간하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그 동안 계획만 잡아 놓은 <자연이라는 책> 원고를 시작하고 싶으나, 당분간은 e-book 시리즈를 위한 원고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당장 낼 수 있는 원고들이 몇 개 있지만, 다음달부터 2개월 동안은 '통섭'에 관한 짧은 원고를 완성시킬 것이다. 그리고 나면 연말에 몇 권이 e-book으로 나올 것이다.

 

통섭에 관한 짧은 분량의 원고를 쓰는 이유는 이렇다. 요새 '통합', '통섭', '융합'과 같은 용어가 신문방송에 난무한다. 심지어 학부 과정에 '융합 학부'가 생겨나는 추세이다. 하지만 도대체 그 용어 사용법의 맥락도 알기 어렵다. 그리고 그 근거가 애매모호한 상징어들로 꽉 찬 온갖 책들이 나오고 있다.

 

통합, 통섭, 융합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다루기 앞서, 각 개념 하나하나를 구체화하는 것이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다. 약 150쪽에 걸쳐 통섭을 다룰 소원고는 적어도 다음의 조건을 만족하는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다.

 

1. 통섭 개념의 기원인 흄과 휴월의 논쟁을 독자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아마도 그들이 논쟁에서 사용했던 사례들보다는 현재 우리에게 친숙한 사례를 선별해야 할 것이다.

 

2. 휴월의 통섭 개념을 정확히 알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지금 과학 분과들에 그 개념을 무차별하게 적용시킬 수 없는 이유도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3. 현대 과학과 기술 등에서 중요한 문제들 중 어떤 문제들이 통섭 개념과 연관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만이 지금 상황에 적합한 통섭 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다.

 

4. 그렇게 구체화된 현대적 통섭 개념으로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명확히 한다. 왜 통합이라는 개념은 통섭 논쟁 이후에야 나왔을까? 그러한 경계 구분을 통해서만이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도 정확히 답할 수 있다.

 

5. 마지막으로 통섭과 관련된 이 땅의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의 이름도 책도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통섭과 관련된 책자들의 내용이 논쟁 대상이 될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내년 말까지 10권 정도의 '원고 e-book 시리즈'내보고, 수요가 있으면 <세속화> 등 (무거운? 분량의) 책들을 인쇄본으로 낼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e-book 시리즈를 만드는 이유는 노동 외 자본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에는 업종 전환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마쳐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소일 거리로 '원고 e-book 시리즈'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 이상 수업을 늘리지 않는다. 다만 입시가 아니라 교육을 위해 자식을 믿고 맡기는 수요에 대해서만 적절히 대응할 것이다.

 

비록 사대주의 개한민국이라고는 하지만 국외 논쟁에 기대어 '상징어' 좀 난발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