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 비판적 사고/쓰레기 입시 논술, 면접, 수능언어

서울시립대 11.18 논술고사 시행방식 유감

착한왕 이상하 2014. 11. 19. 22:12

 

 

현행 논술 고사 문제들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수준이다. 특히 서울시립대 문제가 그러한데, 이것은 논외로 하자. 개인적으로 아는 학생 한 명이 어제 2014년 11월 18일 서울시립대에서 논술을 보았다. 이 학생만큼은 100% 합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황당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논술 시험 문제를 작성하던 중 신분증 검사에서 퇴실 조치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학생증에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 학교에서는 문제가 되냐고 항의하자,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강제 퇴실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그 잘난 학교 규정은 다음과 같다.

 

* 수험생은 고사 시작 30분 전에 입실완료하여야 함

* 신분증 인증 범위: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임시주민등록증, 청소년증, 학생증, 학교생활기록부/ 학생증의 경우 성명, 생년월일, 사진, 학교장 직인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 학교생활기록부의 경우 사진이 있고 원본대조필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

* 신분증 미지참자는 퇴실조치합니다.

 

1. 고3 대부분의 학생은 주민등록증이나 임시주민등록증보다는 학생증을 가지고 다닌다. 해당 학생도 학생증을 가지고 다니며, 다른 학교 논술 고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 학생증에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립대 입시 방침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고3 대부분 학생이 학생증을 가지고 다닌다는 관행을 고려한다면, '생년월일'이 적혀 있지 않았다는 점은 해당 학생보다는 해당 학생의 고등학교가 시립대 입시 방침을 어긴 것이다.

 

2. 고등학교들 중에는 생년월일을 기재하지 않은 학생증을 발급한 학교들이 꽤 있다. 고3에게는 관행적으로 학생증이 주민등록증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시립대는 고등학교 학생증들을 반영하여 성명,'사진이 있는고 학교장 직인이 있는 학생증만 인정함'으로 규정을 마련해야 했어야 옳다. 성명, 사진, 학교장 직인은 모든 학교 학생증에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 번 문제가 비화되면, 학생증 양식 통일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번 사건으로 피해본 학생들은 사회적 시스템의 희생양들이라고 할 수 있다.

 

3. 시립대 입시 규장도 모호하다. 성명, 생년월일, 사진, 학교장 직인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한다고 했다. 물론 '...,'를 '그리고'로 읽는 것은 일종의 언어관습이다. 하지만 법적 문구 규칙에 따른다면, '성명, 생년월일, 사진, 학교장 직인 모두 있는 학생증만 인정'으로 제시했어야 마땅하다. (추측컨데 현행 고3 학생들의 학생증 양식은 일괄적으로 생년월일이 적혀 있다고 시립대 당국이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그냥 교육부 방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4. 오늘 수능시험 시간에 감독관 휴대폰 진동음 소리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고 자살을 예고한 학생의 이야기가 신문기사로 떴다. 시립대가 정상적으로 논술 고사를 시행했었다면, 입실 과정에서 신분증 고사가 진행되었어야 마땅하다. 논술고사 시험 시작과 함께 신분증을 검사했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행정착오이다. 첫 번째나 마지막으로 신분증 검사를 받은 학생은 논술 작성에 방해를 받지 안핬겠지만, 중간에 신분증 검사를 받은 학생들은 신분증 검사로 인해 논술 작성에 방해를 받았을 수밖에 없다. 논술 시험 작성 기간 중 신분증 검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명백한 행정상 과실이며, 학생들에게 부여된 기회균등의 원칙을 어긴 것이다.

 

5. 만약 시험 시작 전 신분증 검사가 완료되었다면, 시립대 대학에도 있는 예외 규정에 따라 택배 등을 이용해 생년월일이 적혀 있지 않은 학생증 소지 학생들은 주민등록증 등을 택배 등을 이용해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6.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름과 얼굴을 확인할 수 있으면 본인을 확인한 것으로 인정한다. 사실 시립대 입시 규정은 교육부 방침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다른 학교도 거의 비슷한 규정 방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이미 논술이 끝난 성균대의 경우, 시립대와 동일한 규정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즉, 학생증의 경우 성명, 생년월일, 사진, 학교장 직인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생년월일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학생증을 소지한 학생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시험을 보고 왔다는 것이며, 해당 학생도 학생증을 제시하고 성대 논술을 무사히 마치고 왔다. 시립대가 다른 대학보다 더 정확히 규정을 지켰다면, 그리고 그 규정이 교육부 방침이라면, 교육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년월일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학생증 소지 학생들의 논술 답안지는 모두 무효화해야 할 것이다. 누가 이 결론에 동의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