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 세계들과의 조우/Lecture 1

인간과 동물 3. 범주 개념과 외연

착한왕 이상하 2015. 7. 16. 00:42

 

 

이 작업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원형적 세계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한 세계들을 다루기 위한 방법론이 필요하다. 그 방법론은 두 범주 개념에 대응하는 느슨한 내연적 공간(loose intensional space)’들 사이의 관계를 따지는 것에 근거한다. 범주 개념이란 무엇인가? 범주 개념에 대응하는 느슨한 내연적 공간이란 무엇인가? 왜 두 범주 개념에 대응하는 외연(extension)들이 아닌 내연적 공간들을 우선시하는가? 먼저 이 물음들에 대해 답해 보자.

 

인간’, ‘동물’, ‘등은 일반 명사로서 개별적 대상들을 지칭한다. 인간이면서 동시에 개인 것이 없다면, ‘인간은 개별적 사람들을 지칭한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동물은 보통 인간 이외의 동물들을 지칭한다. 인간과 동물을 비교하지 않을 때, ‘동물은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을 지칭한다. 이때 인간’, ‘동물’, ‘에 대응하는 대상들의 모임들 사이에 성립하는 포함 관계는 하나의 분류 체계를 이룬다.

 

개별적 대상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물음은 어떤 맥락 속에서만 대답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대상은 너무나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개별적 대상이란 별다른 언급이 없는 한 다음을 뜻한다.

 

우리의 일상경험에 비추어 쉽게 변하지 않아 재확인 가능하고, 그 공간적 경계가 뚜렷하여 셀 수 있는 대상들이다.

 

개별적 대상에 대한 위 규정 방식에 따를 때, 사람들, 개들은 개별적 대상으로 분류된다. 눈덩어리들도 개별적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들 대상들은 일정 기간 동안 갑자기 변하지 않아 재확인 가능하며, 그 공간적 경계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눈 자체는 위 규정 방식에 따라 개별적 대상으로 분류되기 힘들다. 물론 위 규정 방식에 의해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대상들이 개별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명확히 양분되는 것은 아니다. 실례로 우연히 아지랑이 두 개가 생겼다고 하자. 멀리서 그것을 본 사람은 두 개의 아지랑이가 있다고 말할 것이며, 아주 가까이에서 그것을 본 사람은 아지랑이가 생겼다혹은 안개가 자욱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개별적 대상에 대한 위 규정 방식은 인간과 동물들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펼치기에는 충분하다.

 

이 작업에서 개념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우리가 공유하는 믿음들 혹은 알고 있는 것을 묶어 사용하는 데 필요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믿음들 혹은 알고 있는 것을 전기 회로의 전선들에 유비할 때, 개념은 전기가 그 전선들 모두에 통하도록 해 주는 접점과 같은 것이다. 실재하는 개별적 대상들에 대한 개념은 그 대상들에 대한 '기호 사용을 포함한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그 개념과 관련된 믿음들이 경험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신과 같은 추상적 개념은 문화적으로 형성된 믿음 체계에 함축된 것이다. 개념에 대한 이러한 규정 방식은 믿음들이 기호와 대상들을 연결하는 활동에 효과적이다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일반 명사들에 국한된 개념의 범주화는 다음을 뜻한다.

 

<개념의 범주화>

일반 명사를 나타내는 기호 ‘X’와 관련된 개념적 활동이란 ‘‘X’에 특정 개별적 대상들을 연관시키는 활동이다. 그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특정 대상들의 모임을 가정하는 것이 개념의 범주화이다.

 

범주 개념이란 범주화 가능한 개념을 뜻한다. 특정 범주 개념이 나타내는 대상들의 모임을 해당 개념의 외연이라고 하자. 실례로 개라는 범주 개념의 외연은 모든 개들의 모임이다. 각 범주 개념은 특정 일반 명사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개의 외연은 일반 명사 가 지칭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언어 사용에서 개념적 활동은 대상들을 서술하는 경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한 경우 중 가장 특수한 것은 땡칠이는 개다처럼 어떤 개별적 대상을 개념의 외연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이때 ‘...는 개다라는 술어는 그러한 귀속에 필요한 믿음들, 즉 개라는 개념과 관련된다. 이 때문에, 개념은 술어의 의미로 규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 논리학자들이 개념을 그렇게 규정할 때, 그 규정 방식은 주어와 술어의 문법적 구분이 아니라 엄격한 의미에서의 논리적 구분을 전제한다. 또한 그러한 논리적 구분에 따른 존재론을 전제한다. 이 점은 모든 언어에 공통된 것이 아니다. 여기서 규정된 범주 개념과 외연은 주어와 술어의 엄격한 논리적 구분 및 그 구분에 따른 존재론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러한 존재론에 중립적이다. 이에 대해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