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비판적 사고

논리적 집합

착한왕 이상하 2016. 10. 26. 22:55

  (5) 논리적 집합

논리적 집합을 살펴보기 위해 문제 하나를 풀어 봅시다. 다음 중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진술은 무엇일까요?

 

(1) 정수 x      (2) 1+2      (3) 0x3      ( 4) 043

(5) 임의의 정수 x에 대해 ‘0x3’이 성립한다.

(6) 어떤 정수 x에 대해 ‘0x3’가 성립한다.

 

답은 (4), (5), (6)입니다. (1)에서 x는 정수가 들어갈 변수라는 항입니다. 만약 x1을 집어넣어도,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진술은 나오지 않습니다. (2)는 참 거짓 판단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라는 표현은 개들을 뜻할 뿐 참 거짓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3)을 말로 풀면, ‘x0보다 크고 3보다 작다입니다. 혹은 ‘0x는 대소 관계 를 만족하고, x3도 대소 관계 를 만족한다입니다. 수학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표현 방식이 선호되는데, 이유는 관계 놀이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3)의 변수에 적절한 대상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3)자체는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진술은 아닙니다. (3)의 변수 x1이나 2을 집어넣은 결과 013023은 각각 참인 진술이 되겠죠. 반면에 (4)는 거짓 진술입니다 40보다 크지만 3보다 작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는등 접속사가 수학에서 사용되는 방식은 집합론적 의미론에서 살펴볼 것입니다.

 

‘임의의 x’라는 양화사는 ‘모든 x’와 동일한 표현입니다. 모든 정수에 대해 ‘0<x<3’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5)는 거짓 진술입니다. 양화사 ‘어떤 x’가 등장하는 진술은 ‘...를 만족하는 x가 존재한다’로 바꾸어도 됩니다. 따라서 (6)을 ‘‘0<x<3’를 만족하는 정수 x가 있다’로 바꾸어도 됩니다. ‘0<x<3’를 만족하는 정수가 적어도 하나가 있으면, (6)은 참입니다. 1과 2 두 개나 있으니, (6)은 참입니다. 항과 진술의 구분, 항들과 관계로 구성되는 수학의 진술들, 그리고 양화사가 붙은 진술들의 구성 방식은 이 작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분명해질 것입니다.
   

논리적 집합을 아는 데 중요한 것은 (3)과 같은 표현입니다. (3)은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완전한 진술이 아닙니다. 하지만 변수에 특정 정수를 집어넣으면 참 거짓 판단 가능한 완전한 진술로 변환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3)과 같은 진술을 ‘진술 스키마(sentence-schema)’라고 합시다. (3)에 대해 다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정수들의 집합을 Z라고 하자. Z의 원소들 중 ‘0<x<3’을 만족하는 집합이 있다.

 

(*)에서 ‘0<x<3’을 만족하는 정수들의 집합을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 {x∈Z|0<x<3}

 

위 집합은 1과 2로 구성된 집합과 같음의 관계를 맺습니다.

 

• {x∈Z|0<x<3}={1, 2}

 

{1, 2}와 같음의 관계를 맞는 집합은 {x∈Z|0<x<3}외에도 많습니다. 몇 가지 보기들을 들어보죠.

 

• {x∈Z|x=1 또는 x=2}, {x∈Z|(x-1)(x-2)=0},
      {x∈Z|3(x-1)(x-2)=0}, ...

 

지금까지 논의에서 논리적 집합은 무엇일까요? {1, 2}는 1과 2에 칸토어의 단계적 스키마나 집어넣기 연산자 ‘^’ 스키마를 적용하여 얻어 낼 수 있습니다. {1, 2}를 이렇게 파악하는 경우, {1, 2}는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의 일종이기 때문에 논리적 집합을 대표할 수 없습니다. 논리적 집합은 (*)에서 ‘‘0<x<3’을 만족하는 집합’이라는 표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논리적 집합은 다음과 같은 직관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 진술 스키마 S(x)로 표현 가능한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들의 모임

 

위 직관적 의미는 다음과 같이 나타내기로 합시다.

 

• {x|S(x)}

 

정수들의 모임을 논리적 집합으로 나타내 봅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진술 스키마 S(x)는 ‘x는 정수다’입니다. ‘x는 정수다’를 ‘정수(x)’로 표기합시다. 정수들의 모임을 논리적 집합으로 나타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x|정수(x)}

 

위 집합은 단계적 구성 가능한 집합 {... -3, -2, -1, 0, 1, 2, 3, ...}과 같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Z={x|정수(x)}={... -3, -2, -1, 0, 1, 2, 3, ...}

 

‘정수(x)이고, 0<x<3’라는 진술 스키마를 만족하는 대상들은 ‘정수(x)’와 ‘0<x<3’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들입니다. 그러한 대상들로 구성된 논리적 집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 {x|정수(x)이고 0<x<3}

 

앞서 살펴본 {x∈Z|0<x<3}은 위의 논리적 집합을 다른 방식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여러 수학적 문제들이 공통 대상들을 다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을 다룰 때, ‘x는 정수라고 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개개의 문제마다 x가 정수임을 밝힐 필요가 없게 되니까요. 이러한 경우, {x|정수(x)이고 0<x<3}보다는 {x∈Z|0<x<3}가 선호됩니다. 문제 해결자들이 변수 x가 어떤 대상들인지 알고 있다면, {x|0<x<3}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정수(x)이고, 0<x<3’라는 진술 스키마에 대해 {1, 2}를 대응시키는 경우, {1, 2}도 논리적 집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집합 도입의 맥락에 따라서 {1, 2}는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이나 논리적 집합으로 규정될 수 있습니다.


   이제 집합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이며, 다른 하나는 논리적 집합니다. 논리적 집합에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들의 모임’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은 공집합의 시각적 의미를 배제하지 않는 경우와 배제하는 경우로 나뉩니다. 후자의 경우는 ‘집합이란 생각할 수 있는 대상들을 원소로 갖는 전체’라는 칸토어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과 논리적 집합에 함축된 의미는 동일하지 않다. 두 종류의 집합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집합론 형성 역사를 다룰 때, 칸토어가 집합론의 아버지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집합론의 형성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여러 명이 집합을 수학에 도입했습니다. 집합에 대한 그들의 해석은 다릅니다. 나중에 보게 되듯이, 형식 공리 체계로 발달한 현대 집합론은 위 물음을 표면적으로는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형식 공리 체계로서의 집합론에서 집합과 관계 무정의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들에 따른 집합론 및 논리적 집합에 따른 집합론의 진술들 모두 그러한 체계에서 집합 변수 x, y, z’, ‘과 논리학의 기호들 ’, ‘’, ‘’, ‘’, ‘’, ‘로 구성된 진술들로 대체 가능함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진술들의 증명에서 전제된 것들, 즉 형식 공리 체계의 공리들을 만족하는 해석은 무엇이든 허용됩니다.

 

그러나 현대 집합론을 대표하는 형식 공리 체계는 무()에서 생성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의 형성 과정에는 단계적 구성 집합과 논리적 집합의 의미가 뒤섞여 있습니다. {xZ|0x3}={1, 2}와 같은 진술에서 보듯이, 두 종류의 집합은 서로 배타적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AB가 서로 배타적 관계를 맺는다고 할 때, A를 받아들이면 B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되며, 이에 대한 역도 성립합니다. 서로 배타적 관계를 맺지 않는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과 논리적 집합은 함께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두 종류 집합의 의미에 따른 집합론들을 논리학의 언어로 귀속시키려는 의도가 현대 형식 공리 체계에 담겨 있습니다. 이를 보이면, 그러한 공리 체계 역시 기호 ‘{ }’의 사용 방식에 제한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이 작업의 마지막 부분에서 설득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반문을 할 독자가 있을 것입니다.

 

 

 

논리적 집합이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보다 쓰임새에서 더 포괄적이고 확장적인 것 같다. 임의의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에 대해 여러 논리적 집합이 대응한다면,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논리적 집합과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 각각에는 고유의 문제들이 있습니다. 실례로 논리적 집합은 러셀의 역설(Russell’s paradox)’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러셀의 역설은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에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무한 집합의 크기 문제는 단계적 구성 가능 집합과 직접적으로 관련됩니다. 이러한 사실은 집합론을 본격적으로 살펴보는 곳에서 분명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살펴볼 것들이 꽤 많군요. 이제 내연과 외연의 비대칭성을 두 가지 종류의 집합에 근거해 다루어 본 후, 원과 기호 ‘{ }’의 차이에 대해 알아 볼 것입니다. 그곳에서 다음과 같은 조금은 과감한 주장을 할 것입니다.

 

집합론의 형성시키고 발달시킨 가장 큰 사건은 기호 ‘{ }’의 채택이다.

 

잠깐, 다음의 논리적 집합들은 어떤 집합을 나타낸 것들일까요?

 

‘xx’를 만족하는 정수 x들의 집합, {xZ|xx}

‘xx’를 만족하는 정수 x들의 집합, {xZ|xx}

‘3x=1’을 만족하는 정수 들의 집합, {xZ|3x=1}

 

모두 공집합을 나타냅니다. 진술 스키마 ‘xx’, ‘xx’를 만족하는 수학적 대상은 아예 없습니다. ‘3x=1’을 만족하는 수로 1/3이 있으나, 1/3은 정수가 아닙니다.

     

 

(6) 내연과 외연의 비대칭성    생략

(7) 원과 기호‘{ }’의 차이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