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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agle Huntress 독수리를 조련하는 소녀(교육에서의 위험성 수용)

착한왕 이상하 2018. 2. 22. 13:09



몽골에는 독수리를 훈련시켜 사냥하는 전통이 남아 있다. 겨울철에 2인 1조가 되어 한 명은 여우를 몰고, 또 다른 한 명은 독수리를 날려 여우를 잡는다. 여우의 모피는 몽골인들이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을 준다. 7년 동안 사냥에 봉사한 독수리는 자유의 몸이 된다.


카즈흐스탄 몽골 알타이 산맥 지역에는 매년 황금 독수리 페스티벌(Goplden Eagle Festival)이 열린다. 이 페스티벌에 참가해 최연소 우승을 한 13세 소녀가 있다. 아이솔판(Aisholpan)이라는 소녀이다. 영국 미국 카즈흐스탄 제작 다큐멘터리 <독수리를 조련하는 소녀(The Eagle Huntress)>는 아이솔판이 독수리 조련사가 되어 황금 독수리 페스티벌에서 우승하고 겨울 여우 사냥에 성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로 유명해진 아이솔판은 옥스포드, 캠브리지 등 유명 대학에서 의대 입학과 제정 지원을 약속받은 상태라고 한다. 그녀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다음은 이 다큐멘터리의 사운드트랙이다.


Angel by the Wings performed by SIA


이 다큐멘터리는 교육적으로 두 가지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1) 페미니즘

(2) 위험성 수용


국내외 기사나 블로그들을 보면, <독수리를 조련하는 소녀>를 페미니즘과 관련시켜 소개하는 것이 전부이다. 독수리 사냥은 몽골 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있었는데, 그 금기를 아이솔판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깼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 화두가 된 현재, 이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은 누구나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관계 및 아동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독수리를 조련하는 소녀>에 함축된 또 다른 주제는 '교육에서의 위험성 수용'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위험한 장면들이 몇 군 데 등장한다. 가파른 낭떠러지에서 새끼 독수리를 포획하는 장면, 겨울 여우 사냥 장면을 들 수 있다. 특히 겨울 여우 사냥 장면은 누가 봐도 위험하다. 물론 위험한 행위에는 노련한 독수리 사냥꾼 아버지가 안전하게 아이솔판을 안내한다.


'위험성 수용'은 현대 아동 교육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아이들은 호기심만으로 위험성을 감수하기도 한다. 위험한 놀이를 통해 타인과 교류하는 법, 난제를 극복하는 전략 짜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성의 범위, 실패에 적응하는 방법 등을 배운다. 치명적 부상을 동반할 수 있는 위험한 놀이들이 잇기 때문에, 위험성 수용은 아이들의 결정 사항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의 상호 협동을 요구한다. 그러한 상호 협동을 통해 두 모임 사이의 유대감이 형성되고,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적절한 위험성 수용은 아이들의 인지 발달에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부모들 상당수는 위험성 수용에서 이중성을 보인다. 성적만 최고라고 여겨 아이들이 약간 위험한 놀이를 하는 경우, 말리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자식의 키를 키우겠다고 척추를 늘리는 수술이나 운동을 감행시키는 부모들이 있다. 자식의 성장과 향후 생활에 해가 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짓이다. 이러한 사례는 일부 부모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식들을 일종의 '사회적 과시 상품'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언젠가부터 큰 키가 출세에 유리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형성되었고, 일부 부모들은 자식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아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수술, 치료법, 얄팍한 교육법 등에 현혹당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아이들의 놀이가 조금만 위험해 보여도 금지시키려는 이중성을 보인다.


<독수리를 조련하는 소녀>를 페미니즘 시각뿐만 아니라 위험성 수용의 시각에서 본다면,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생각해 보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알타이 산맥 몽골 유목민 전통에서 여성 사냥꾼이 다큐멘터리 내용대로 엄격히 금기시 되었다면, 아이솔판이 황금 독수리 페스티벌에 참가햇을 때 예상치 못한 해프닝과 같은 것이 일어났어야 하지 않을까? 실례로 여성은 참가 등록을 할 수 없다든가, 노인네들이 화를 내는 장면 등 말이다. 하지만 페스티벌 참가 남성들은 아이솔판을 그저 호기심 있게 바라 보았을 뿐 금기시하는 인상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몽골 전통에서 여성 독수리 사냥꾼이 희소한 것은 맞지만 과연 금기시되었던 것일까?


찾아 보니, 몽골 역사에서 꽤 유명한 여성 독수리 사냥꾼들이 있었다. 다만 몽골 사회에서 당연시되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렇다. 황금 독수리 페스티벌이 생긴 이래 아이솔판은 최초의 여성 참가자이며, 첫 번째 참가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다만 다큐멘터리는 몇몇 노인들의 인터뷰만 가지고 여성 독수리 사냥꾼이 몽골 전통에서 금기시되었던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의구심은 몇몇 장면이 사전 스토리에 따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의구심 때문에, <독수리를 조련하는 소녀>는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후보로 올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아주 흥미롭고 교육적 가치가 높은 다큐멘터리이다.



* 덧글

몽골 유목민들도 자식이 유목민이 되는 것을 반기지는 않는  듯하다. 현대식 교육에 매우 열성적이다. 국내 다큐멘터리 몇 개를 보면, '자연 친화성'이라는 애매모호한 명분 아래 유목 생활을 낭만화시키는 경향을 보이지만, 그 생활이 어디 쉬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