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진보의 시작

건강식과 아동 교육

착한왕 이상하 2018. 11. 13. 22:41

*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학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식이다. 건강식은 21세기에 들어와 아동 교육의 중요한 주제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국내 교육 학술지를 뒤져보면, 건강식을 교과 과정과 맞물려 다룬 논문은 거의 없다. 한국 저질 교육 학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일정 부분 개인의 잘못된 식생활에서 비롯된 고도 비만 수술비도 의료보험으로 처리해 주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취학 전 취학 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을 교과 과정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나을까? 이 나라 사회를 개선시켜 보고 싶은 사람은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동 교육에서 건강식의 중요성을 다룬 논문조차 거의 없다는 사실이 한심하여 이 글을 작성했다. 부모들도 신문 방송, 대중서의 들의 세치 혀에 휘둘리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글을 통해 교육에 대한 지식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호흡을 길게 하여 차근차근 읽어보면, 다음 글의 내용은 구누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내가 이런 글을 쓰느라고 시간을 낭비했을까?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건강식과 아동 교육

1. 건강식과 학교 교과 과정

2. 학교 기반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의 삼중 구조 

3. 게임 기반 건강식 수업 모형

4. 건강식에 대한 문화적 영향과 선생의 역할

5. 결론

 

학교가 건강식(healthy eating)을 사회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최근에 와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건강한 식습관은 음식물에 대한 정보만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구체적 경험을 필요로 한다. 왜 취학 전 취학 후 아이들의 교과 과정에서 건강식이 고려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건강식을 교실 교과 과정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지를 소위 전체 학교 접근법(whole school approach)’에서 논의할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1,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기반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따져 볼 것이다. 그러한 교육 프로그램의 게임 기반 수업 모형(game-based teaching model)’은 공식 교과 과정(formal curriculum)과 비공식 교과 과정(informal curriculum)을 연결해 주는 기능을 갖는다.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은 아이들이 건강식을 방해하는 문화적 장벽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선생의 역할은 단순히 지식 전파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를 개선시키는 것까지 포함한다.

 

 

1. 건강식과 학교 교과 과정

개인과 집단의 발달을 건축물에 비유할 때, 영양, 건강, 교육은 그것을 떠받치는 세 기둥과 같다(FOA 2005, p.2). 영양, 건강, 교육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 속에서 중첩되어 있다. 좋은 상태의 영양은 건강한 식습관을 요구하고, 건강한 식습관은 음식물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좋은 상태의 영양과 건강한 식습관은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 개선에도 필수적이다(Millelsen, Rasmussen & Young 2005, p.7). 건강한 식습관은 공식 교과 과정을 중시하는 전통적 아동 교육에서는 무시되었다. 아이들의 식생활은 가정의 몫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공식 교과 과정은 주로 학교 시간대의 수업 및 학습 활동으로 구성되며, 읽기와 쓰기, 과학과 수학이 공식 교과 과정의 핵심 분야로 간주된다. 반면에 비공식 교과 과정은 반과 후, 주말, 야외 활동 등 과외 활동에 국한되어 있었다(Kelly 2009, p.12). 학생들의 과외 활동 참여를 사소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러한 활동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 및 진로 결정에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나름의 특별한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그 어떤 학습 경험도 무언의 혹은 의도하지 않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전파시킨다. 숨겨진 교과 과정(hidden curriculum)이란 그러한 것들을 뜻한다. 실례로 젠더(gender)에 관한 역할, 선생과 학생 사이의 권력 관계, 사회의 위계질서 등을 들 수 있다. 숨겨진 교과 과정은 학습 환경을 매개하여 특정 신념 체계, 행동 패턴 및 사회적 기준 등을 강화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Marsh 2009, p.33). 이 때문에 숨겨진 교과 과정은 사회 개선의 장애물로 기능할 수 있다. 학교 교과 과정을 짤 때, 학교 활동의 공식, 비공식, 숨겨진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주는 것을 학교 교과 과정에서 누락시킬 수 없다.

 

국가 교육 과정(national curriculum)의 정치적 역사는 일반적으로 교육 과정의 전통적인 경제·기술적 관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러한 관점에 따르면, 전문가들에 의해 사전에 계획된 교과 과정의 목적은 주로 지식의 습득과 전파에 집중된다. 선생의 자질도 수업의 효과와 기술로 주로 평가되었다(Menter et al 2010, p.21). 현재 국가 교육 과정이 전통적인 경제 및 기술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해도, 많은 교육학자들은 그 벗어난 정도가 여전히 미약하다고 여긴다. 계층들이 더욱 분화되어 그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사회의 다면적 질서가 그저 정치와 경제의 관계로 해결될 수 없는 현 상황에 비추어 그 벗어난 정도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학교 교과 과정들을 살펴보면, 어느 나라나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 과정들만 학생 및 부모들에 대해 개방성과 탄력성을 갖고 있다(Ward & Eden 2009, p.6). 교과 과정의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때, 아이들의 건강식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선생들과의 상담을 통해 학교에 스며들 수 있는 단계는 취학 전과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이다. 그 과정의 학습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또한 그 과정의 아이들은 언어와 행위를 조화롭게 일치시킬 수 있는 인지적 발달 단계를 밟기 때문에, 선생의 지시에 따른 학습과 토론만으로도 아이들은 음식물과 균형 잡힌 식단에 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게다가 건강한 식습관은 가급적 빨리 어린 나이에 형성되는 것이 좋다.

 

 

2. 학교 기반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의 삼중 구조

학령기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은 필수적이다. 잘 먹지 못한 아이들은 성장이 느리고 놀이와 학습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더욱이 영양 결핍 아이들은 오랜 기간 집중할 수 없어 그들의 학습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FOA 2005, p.33). 그 누구도 건강한 식습관이 아이들의 육체적, 인지적 발달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성인병을 가지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보여 주는 최근 연구 결과들은 많다. 영국 2016년의 경우, 14세 미만 아이들 중 200명 이상이 제 2종 당뇨병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Express, 2016.10.23.). 2종 당뇨병은 주로 50세 이상 성인들에서 발견되는 병인데 성인들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2종 당뇨병을 가진 아이들 중에는 심지어 5세 아이들도 있었다. 의사들은 그 원인 중 하나로 균형이 깨진 식단을 들고 있다. 따라서 건강식은 단순히 가정 차원이 아니라 사회 차원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왜 나는 균형 깨진 식단과 아동 건강의 관계에 대한 사례를 우리나라가 아니라 영국에서 찾았을까? 영국은 21세기 들어와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제화한 곳이다. 영국도 저출산, 저성장 속의 복지 예산 편성 등의 문제를 겪었고 겪고 있는 곳이다. 영국은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여 주려고 아예 취학 전 단계 과정마저 공교육 프로그램 속에 흡수시켜버렸다. 우리나라 연령 계산법에 따를 때, 4-5세 아이들은 각종 기관에서 놀이 기반의 수업을 받는다. 5-7세 아이들은 향후 정규 과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수업을 받는다. 7세 아이들은 학년 말 국가시험을 보고 그 다음 단계인 3학년으로 진학하는데, 해당 국가시험은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자료로만 활용된다. 3학년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재 영국의 초등 교육 과정은 6년제가 아니라 8년제인 셈이다. 4-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놀이 기반의 수업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5-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어떻게 특화시킬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현재 영국 교육학계가 풀어야 할 난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학제 개편을 통해 확실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경제 변동에 따른 지속적인 연금 개혁 등을 통한 초등 교육 과정 확대가 오히려 재정 부담을 줄여 주고 출산율도 높였다는 것이다. 또 부모들의 부담도 대폭 줄었다. 이러한 영국에서 균형 깨진 식단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할 정도니, 우리나라 아이들이 건강식에서 영국 아이들보다 낫다고 장담할 수 없다.

 

어느 나라나 공교육이 제도화되면서, 일정 나이 이상의 아이들은 상당한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학교는 선생, 부모, 지역 시민들이 함께 모여 중요한 사안을 놓고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이다. 건강식이 아동 교육에서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소위 전체 학교 접근법이 교육학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전체 학교 접근법은 공식 교과 과정에만 집중된 접근법이 아니다. 그것은 학교와 부모들 사이의 연결, 학교와 지역 공동체들 사이의 연결, 급식 공급 방식, 학교 환경, 건강식 정책 등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들의 통합을 추구한다(Mikkelson, Rasmussen & Young 2005, p.8). 전체 학교 접근법은 영양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비만, 정서 및 육체적 건강, 행동 패턴 등도 고려하는 접근법이다. 과거에는 이상으로만 남아 있던 이러한 접근법은 자료 수집, 처리 및 분석 기술의 발달, 학교 기능의 확대,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에 의해 실천 가능해진 것이다.

 

전체 학교 접근법에 따라 학교 기반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program of school-based healthy eating education)’을 설계할 때, 세 영역들의 상호 작용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 세 영역들이란 교실 교과 과정(classroom currriculum)’, ‘학교 환경(school environment)’, ‘가정과 학교의 연결 장치들(links between family and school)’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학교 기반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은 삼중 구조를 갖는다. 아이들의 건강식을 고려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양과 나쁜 영양을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한 환경은 아이들의 육체적, 정서적 발달을 도울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아이들 건강을 위한 학교 환경 조성은 부모들과 선생들 사이의 소통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소통 장치들은 가정과 학교를 연결해 주는 기능을 갖는다. 삼중 구조를 갖는 학교 기반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은 교실 교과 과정 구축으로 완성된다. 그러한 교실 교과 과정은 아이들이 균형 잡힌 식단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체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교육 정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의 과정이기 때문에, 학교 기반 건강식 프로그램과 관련된 중요 활동들과 결과들은 기록되어 자료로 보존되어야 한다. 기존 교과 과정들의 문제를 감지하고 그 교과 과정들을 개선시키는 데, 그러한 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

 

 

3. 게임 기반 건강식 수업 모형

아이들을 위한 건강식 교육은 음식물과 균형 잡힌 식단에 관한 지식 제공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들의 육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적 발달에도 도움을 주어야 하며, 아이들이 선택과 행위에 대해 반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 주는 촉매제로 작용해야 한다. 다른 습관들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식습관 역시 관련 대상들과 맞물린 반복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좋은 습관이란 반복적 활동만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의 형성에는 선택과 행위에 대한 비판적 해석과 반성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실 교과 과정이 충족해야 할 다음 세 가지 조건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그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양 상태와 균형 잡힌 식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2) 그것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식물을 경험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3) 그것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으로 반성해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의 건강식을 다룬 많은 안내서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 대부분 유럽이나 북미 교육 기관에서 나온 안내서들이다. 그러한 안내서들을 검토해 보면, 상당수가 좋은 영양 상태와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다. 조건 (1)-(3)을 만족하는 교실 교과 과정은 실제로는 많지 않다. 그러한 교과 과정에서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피아제(J. Piaget)4단계 인지 발달론에 따르면, 취학 전 및 취학 후 저학년 아이들은 2단계와 3단계에 걸쳐 있다(Piaget 1964, pp.177-178). 그들은 대상을 표상하는 상징 기호들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들 자신의 생활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상상할 수 있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구체적 대상들을 다루는 것에 머물러 있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론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환경 요인들을 사소한 것으로 간주했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구체적 대상들을 공유하여 그것들에 관한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놀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생성시키기도 한다. 구체적 대상들은 아이들에게 지식 습득과 생성의 공유 자산과도 같은 것이다. 음식물을 가지고 게임을 해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그들 스스로의 식습관을 생각해 보도록 해 주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그것은 표상 능력 및 상상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음식물은 아이들이 공유하는 구체적 대상들이며, 음식물 게임은 아이들의 인지 능력 발달과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음식물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은 아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할 것이다. 많은 음식물 게임들이 있다. 실례로 채소 추측 가방(the veggie guessing bag)’, ‘주말 편지 선택(choose a letter of the week)’, ‘기괴한 것 골라내기(odd one out)’, ‘채소 인간 만들기(create a vegetable person)’ 등을 들 수 있다(ECS 2017).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은 일반적으로 과업’, ‘결과물’, ‘토론의 구조를 갖고 있다. ‘채소 인간 만들기의 경우, 과업은 실제 채소나 채소 그림들을 가지고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 채소나 채소 그림들을 가지고 만든 인간은 과업에 대한 결과물이다. 선생과 아이들은 그 결과물들을 놓고 채소가 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에서 중요한지 서로 토론할 수 있다. 실제 채소들을 가지고 만든 인간의 경우, 아이들은 그것을 집에 가져가 부모와 함께 요리하여 먹어보면서 대화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4. 건강식에 대한 문화적 영향과 선생의 역할

다른 지역 문화의 음식을 경험하도록 해 주는 여러 게임들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한 게임들을 통해 아이들은 다른 지역 문화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문화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문화적이라는 것은 항상 긍정적, 부정적 양 측면을 갖고 있다. 특정 문화의 전통 음식이라는 것은 해당 지역의 환경적 제한 속에서 생성된 것이다. 많은 전통 음식 문화는 식량과 물자가 부족했던 환경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전통에 무조건 긍정적 태도를 강요하는 교육이 아이들의 건강식에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 역시 반드시 균형 잡힌 식단이라 할 수는 없다. , 김치, 찌개 종류의 음식을 아이들이 1년 내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집에서도 그것들을 주로 먹는데, 학교 급식도 그것들로 구성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이러한 문제들은 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음식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 요인들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문화적 요인들은 생활 환경의 여러 제약들과 맞물려 있다.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부모들의 지식, 종교, 세계관과 맞물린 문화적 요인들은 식생활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파된다. 그러한 전파 과정에서 부모들의 선택권이 아이들의 선택권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모들과 아이들은 서로 합의점을 찾는다. 그 합의점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음식 문화의 모든 요인들이 항상 긍정적 효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부모들 역시 균형 잡힌 식단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식 교육을 그저 가정에 국한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한 교육은 전체 학교 접근법이 암시하듯이 학교, 가정, 지역 공동체의 상호 작용을 요구한다.

 

현재 음식 문화에는 식량과 물자가 부족했던 과거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노동 집약적 산업 구조가 지배적이었던 시절, 육체적으로 강한 아이, 체중이 무거운 아이 등이 사회적으로 장려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는 내 자식만큼은 빠르게 성장시켜 튼튼한 아이를 만들겠다는 부모들의 욕심을 자극했다. 식단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또한 성장기의 개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키가 큼’, ‘체중이 더 나감’, ‘힘이 셈등을 무조건 건강함과 일치시키려는 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식량과 물자가 풍부한 사회에서도 부모들은 그러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한 태도는 비만한 아이들이 늘어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이다(Birch, Jennifer & Ventura 2007, p.3).

 

현대 사회의 음식 문화를 논할 때 빼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대중 매체의 역할이다. 대중 매체는 단순히 기존의 문화적 요인들을 전달하는 기능을 갖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 매체는 문화를 형성하는 기반 중 하나이다. 그러한 형성 과정에서 대중 매체를 완전히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음식 문화에 미치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중 매체는 아이들의 건강식 문제를 부모들에게 환기시켜 주는 기능을 할 수 있으나 부작용도 발생시킨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아이들일수록 건강과 거리가 먼 식습관을 갖고 있음을 보여 주는 연구 논문들은 많다(Jennifer & Bargh 2009, pp.661-662). 과다한 설탕, 소금, 지방 등을 포함한 과자, 식품, 음료수들은 텔레비전 광고를 타고 아이들을 유혹한다. 대중 매체를 통해 알려진 유명인들의 체형을 모방하려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거식증에 걸린 청소년들도 있다. 심지어 근육형 연예인 체형을 이상적으로 여겨 부작용이 뒤따르는 각종 건강 보조제를 사용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건강식을 방해하는 진짜 원인은 부모들의 무관심일 수 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는 과정의 아이들도 자신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판단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한 아이들 상당수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패스트푸드를 경험하게 되며, 또 우리나라의 경우 입시에 매몰된 교육열 탓에 학원 주변을 돌아다니며 군것질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취학 전 및 취학 후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기반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녀들의 빠른 성장에 대한 부모들의 욕심, 아이들을 유혹하는 광고 등은 건강식을 방해하는 문화적 장벽을 형성한다. 지나치게 많은 설탕을 포함한 과자, 패스트푸드, 음료수 등이 건강에 해로운 이유를 아이들에게 알려 주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을 사용하는 교실 교과 과정은 건강식을 방해하는 문화적 장벽으로부터 아이들이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공식 교과 과정과 비공식 교과 과정을 엄격히 이분하는 전통적 관점을 따르는 경우, 건강식은 단지 비공식 교과 과정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 결과, 건강식은 과외 활동의 일종으로 선생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 두지 않았다.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을 교실 수업 과정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공식 교과 과정과 비공식 교과 과정을 엄격히 이분하는 전통적 관점을 허무는 것이며, 그 두 과정을 연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과외 활동으로 여겨졌던 건강식을 교실 내로 포섭시키는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은 선생들에게 아이들의 성취도에 대한 다양한 평가 방식을 실천해 보고, 교과 과정의 초기 동기와 실제 결과물 사이의 관계를 재고려하도록 해 주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기존의 점수 매기기 방식으로는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의 효과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활동, 변화한 태도 등을 관찰하고 다음 수업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선생들의 의무이다.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을 교과 과정에 흡수시킨다는 것은 선생들이 사회 개선에 동참하는 것이기도 하다. 건강식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5. 결론

학교는 아이들의 건강식을 촉진시키는 활동 장소가 될 수 있다. 건강식을 고려한 학교 교과 과정이 어떻게 선택과 행위에서 아이들의 경험 확대와 함께 반성적 사고 능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를 전체 학교 접근법에서 살펴보았다. 그러한 접근법에 따른 학교 기반 건강식 교육 프로그램은 삼중 구조를 갖는다. 교실 교과 과정, 학교 환경, 가정과 학교의 연결장치들 사이의 상호 작용이 그러한 프로그램 구축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프로그램이 갖추어야 할 세 조건들과 함께 공식 교과 과정과 비공식 교과 과정을 연결해 주는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을 살펴보았다. 게임 기반 수업 모형의 사용은 아이들이 건강식을 방해하는 문화적 장벽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생들에게는 사회 개선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게임 기반 수업 모형에 바탕을 둔 교과 과정을 채택하는 경우, 선생의 역할은 지식 전파의 기술과 효율성에 국한될 수 없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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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eas.healthy.vic.gov.au/early-childhood-services/healthy-curriculum-activities/healthy-eating-games-and-activ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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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L.H. and Bargh, J.A. (2009) “Television Viewing and Unhealthy Diet: Implications for Children and Media Interventions”. Health Communication, 24:7 pp.660-673.

Marsh, C.J. (2009). Key Concepts for Understanding Curriculum. Abingdon: Routledge.

Menter, I., Hulme, M., Elliot, D. andLewin, J. (2010) Literature Review on Teacher Education in the 21st Century. Edinburgh: The Scottish Government.

Mikkelsen, B.E., Rasmussen, V. and Young, I. (2005) “The Role of School Food Service in Promoting Healthy Eating at School A Perspective from an Ad Hoc Group on Nutrition in Schools”. Foodservice Technology, 5, pp.7-15.

Piaget, J. (1964), “Part 1 Cognitive Development in Children: Piaget Development and Learning”. Journal of Research in Science Teaching, Vol.2 pp.176-178.

Ward, S. and Eden, C. (2009) Key Issues in Education Policy. London: S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