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진보의 시작

내부고발을 둘러싼 다섯 가지 오해

착한왕 이상하 2019. 1. 3. 22:03

* 다음은 <상황윤리: 현실세계 속의 공학담론(이상하 2007, 철학과 현실사)> 404-413쪽 내용이다. 아예 새로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특히 (4)(5)의 분량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시간을 내기 귀찮아 그냥 원문 그대로 올린다. 일부 문장만 약간 고쳤다. 이 글을 올린 동기는 최근 신재민 기재부 전 사무관 사건과 관련된다. 해당 사건에 대한 나의 개인적 입장을 알고 싶은 사람은 댓글을 참조하라.

 

 

내부고발을 둘러싼 다섯 가지 오해

 

피고용자가 고용자에게 호루라기를 분다는 어원적 의미를 갖고 있는 내부고발은 조직체계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견 차이와 무관할 수 없다. 하나의 조직체계는 더 이상 단일 직업군으로 구성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의견 차이는 직업적 판단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여러 직업적 가치체계들에 의해 규정되는 생활양식의 충돌이기도 하다. 내부고발이 조직체계의 권위에 위협을 가하는 경우, 조직체계 내에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동료의 시선은 따가울 수도 있다. 다양한 조직체계가 기능하는 사회에서 내부고발에 대한 완전한 의견의 일치는 힘들다. 하지만 내부고발을 둘러싼 다섯 가지 오해들은 내부고발에 대한 편향된 규정 방식을 드러내 준다.

 

(1) 좁은 공익 개념에 근거한 오해

내부고발을 둘러싼 첫 번째 오해는 이렇다. 조직체계의 권력이 법적으로 명시된 것을 위반할 때, 이것을 폭로하는 것이 내부고발이다. 만약 그러한 폭로만이 내부고발이라면, 이를 위해 선결되어야 할 전제가 있다. 그것은 공익이라는 것이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명시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다. 아니면 공익이라는 목차는 점진적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만 우리는 공익에 반하는 행위를 잠정적으로 법체계 속에 귀속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탄력적으로 사용되는 공익 개념은 상황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명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준칙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해쳐도 되는 예외 상황에 대한 공적 기준이며, 어느 곳 어느 시대에나 통용 가능한 그러한 기준은 없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 일상적 공감대로서의 상식과 다양한 가치체계의 역동적 결합 방식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공익은 고정된 특정 이론에 근거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익의 실천적 규정 방식이다. 그러한 실천적 규정 방식으로서 상태 지향적 공익의 관점을 들 수 있다. 상태 지향적 공익 관점은 상식과 가치체계의 긍정적 결합을 도모함으로써 생활세계의 개선을 지향한다(<상황윤리: 현실세계 속의 공학담론> 132절 참조). 상태 지향적 공익의 관점에서 가치체계의 선별에 대한 보편적 기준은 전제되지 않는다. 실천적 문제 해결은 상황적 특수성에 근거한 개연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상태 지향적 공익을 꾀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현실 문제를 진단하겠다는 실천 정신이다.

 

생활세계의 상태에 대한 실제적 합의는 어떤 보편적 이론에 근거하지 않는다. 그것은 특정 시기, 지역의 집단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에 근거한다. 따라서 공익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항상 법이라는 규칙 속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현행법을 위반한 사례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의 방식은 복잡한 분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요한 내부고발의 사례는 오히려 책임자를 현행법으로 쉽게 처벌할 수 없는 경우다. 그런 경우의 내부고발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조직체계와 사회의 이상 기능(malfunction)에 대한 단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의 내부고발에서 공익에 반하는 것의 범위는 법에 반하는 것의 범위에 귀속되지 않는다. 내부고발 사건에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제도 및 정책의 개선을 꾀할 수 있다. 만약 내부고발 행위가 정책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조직체계와 사회의 이상 기능을 발견해도 침묵하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우리 정부의 내부고발 정책 속에는 공익에 반하는 것을 법에 반하는 것과 일치시키는 좁은 공익 개념에 근거한 오해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정책 관련 연구보고서들은 2001년에 설치된 부패방지 위원회금융감독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고발자 포상제를 내부고발 정책의 훌륭한 본보기로 미화시키고 있다. 그러한 위원회, 금전적 포상제와 시민단체의 활동을 열거하면서 내부고발 정책에서는 우리가 아시아의 본보기임을 강조한다. 이렇게 강조하는 이들에게 부패방지 위원회 설치 후 200238건에 다다랐던 내부고발 건수가 2005년에는 4건으로 줄었다는 사실은 위원회의 업적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그러나 부패방지 위원회와 금융감독 위원회의 활동은 주로 공직자와 공공기관에 국한되며, 위원회가 다루는 부패는 법적으로 명시된 위법 사항들과 관련된 것들이다. 위법 사항은 실제적으로는 현행법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며, 내부고발 건수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내부고발자 개인을 보호할 수 없는 장치의 부재를 뜻할 수 있다. 또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갖는 내부고발의 대부분은 그들의 이념에 부합하거나 사회적 주목 거리가 될 수 있는 것에 국한되어 있다. 조직체계와 사회의 이상 기능을 진단하는 자료로서 내부고발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태도는 정부와 시민단체 양자에게 결여되어 있다.

 

 

(2) 내부고발 대상의 범위를 축소시킴으로써 벌어지는 오해

좁은 공익 개념에 근거한 오해는 내부고발을 둘러싼 두 번째 오해로 귀결된다. 내부고발 대상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내부고발 대상은 현행법에 반하는 것 외에도 정보의 왜곡, 조직체계의 구성 방식 및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까지 포함한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회사는 정부로부터 새로운 미사일 개발 계획을 따냈다. 주변 국제 정세의 변화로 1년 후 초기 개발 예산이 급격히 삭감되었다. 회사 경영진은 경비 절감을 하려고 일단 미사일 개발을 완성한 후에 테스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공학자 A는 이에 반대했다. 수만 개의 기능 단위(modules)로 이루어진 로켓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기능 단위별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이 A의 이유였다. 회사가 A의 의견을 무시하자, A는 대중 과학기술 잡지에 그 위험성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경영진으로부터 미움을 산 A는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현행법으로는 회사의 경영진을 처벌할 수 없다. 위 사례의 쟁점은 확실히 예측 가능한 결과가 아니라 잠재적 위험성을 둘러싼 두 집단 간의 판단 차이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A의 행위는 사회의 안전을 위한 내부고발의 방식으로 여겨질 수 있다. A에 의해 이질적인 두 분야, 즉 경영과 공학의 의사소통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고, 정부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고려할 기회를 얻는다. 이것은 A의 사례가 긍정적으로 사회에 수용된 경우다. 반대로 A의 항변이 단순한 두 집단 간의 심리적 갈등으로 취급됨으로써 A가 복직에 실패한다고 하자.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이질적 집단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관심을 끌 수 없게 되고, 전문 지식의 부적절한 합성은 커다란 재난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그러한 불씨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도 내부고발 대상의 범위를 법적인 테두리 속에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완전한 법체계라는 것은 없다.

 

 

(3) 동기의 관점에 근거한 오해

셋째 오해는 사람들이 내부고발을 개인적 동기의 차원에서 이해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다. 내부고발자의 동기를 따지는 것은 내부고발 방식의 분류에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내부고발의 규정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동일시하는 경우, 조직체계의 기능에서 직업적 판단 차이는 내부고발의 규정에 반영될 수 없다. 내부고발을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이분법 관점 속에서 이타적 동기에 국한시키는 규정 방식을 들여다보자. 내부고발을 포함한 모든 행위의 궁극적 원인을 심리적 차원에서 찾는 사람은 행위의 목적을 동기에서 찾기 때문에, 내부고발의 도덕적 위상은 심리적 차원으로 귀속된다. 어떤 행위의 동기가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자발적이며, 3자의 관점에서 좋은 결과를 지향할 때, 그것은 이타적이다. 내부고발을 이러한 이타적 행위에 국한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비현실적이다.

 

내부고발의 동기가 반드시 타인의 이득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한, 심지어 복수를 위한 내부고발도 그것이 조직체계의 이상 기능을 반영한다면 무시될 수 없다. 그 누구도 상사에 대한 개인적 복수심이 사회적 책임 의식을 촉발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내부고발자 보호 정책의 중심축은 우선적으로 내부고발자의 직업적 보호 장치와 관련되어야 하는 것이지 금전적 포상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금전적 포상제는 공금횡령과 같은 위법 행위에 대해서만 실질적 효과를 가질뿐더러,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포상금을 노린 내부고발의 남발은 장려할만한 것이 아니다.

 

행위에 담긴 동기가 이타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나를 제외한 모든 타인을 위한 순수한 이타적 동기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주변만을 우선시하는 순수한 이기적 동기라는 것은 실제로는 없다. 동기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철학적 이분법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내부고발의 규정은 우선적으로 특정 사건의 정황 판단에서 벌어지는 의견 차이에 근거해야 한다. 내부고발의 분류에서 필요한 개인적 동기 문제를 내부고발의 규정에서 본질적인 것으로 삼는다면, 남는 것은 내부고발자의 인성을 둘러싼 여론의 잡음밖에 없다.

 

자발성의 일상적 의미가 철학적 자율성 개념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외적 압력의 부재 속에서 이뤄지는 행위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자발성은 무제약적인 의지와 같은 것 혹은 어떤 심리적 해방감과 같은 것이 아니다. 직업 활동 속에서 해당 직업의 미덕들이 체득된 개인에게 자발성은 가급적 외부의 강요 없이 이루어진 행위의 동기와 관련된다. 순수한 이타적 동기와 이기적 동기의 이분법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고발에서 자발적 행위의 동기가 순수한 이타적인 것은 될 수 없다. 자발적 행위로 분류되는 내부고발은 암묵적 의무계산, 곧 해당 직업의 미덕들을 직업 활동 속에 고려하는 것이 가급적 외부의 강요 없이 행위로 옮겨진 경우이다. 이러한 점에서 살펴본 사례의 공학자 A의 내부고발은 자발적인 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내부고발이 자발적 행위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A가 서로 상이한 두 조직체계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혹은 제 3 세력의 정치적 압력을 받는 경우, A의 내부고발은 자발적 행위로 분류되기 힘들 수도 있다.

 

행위 시점의 동기에 함축된 미래의 결과가 제 3자의 관점에서 선을 지향할 때, 그러한 동기가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의 예측은 실제적으로는 과거 경험에 근거한 개연적 판단의 일종이다. 좋다는 것은 공익에 대한 어떤 보편적 규정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통해 생활세계를 개선하겠다는 상태 지향적 공익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좋다는 것은 당면한 문제의 인식에 근거한다. 그러한 인식에서 완전한 의견의 불일치라는 것은 없듯이 완전한 의견의 일치라는 것도 없다. 문제의 인식과 해결에 필요한 복잡한 상황적 변수들을 제어하는 것은 집단적 차원에서 동질화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고발을 둘러싼 갈등 상황에서 내부고발자만 제 3자 관점에서 좋은 결과를 지향하고 반대쪽 입장은 아니라는 식의 단순 논리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한 단순 논리를 펴는 사람은 경영에서의 이윤 추구는 도덕적 가치와 무관한 것으로 결론내리기 쉽다. 그는 사회적 문제의 윤리적 접근에서 목적과 수단의 전도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윤리적 정당화의 구조에서 목적과 수단의 범주적 구분은 필요하지만, 상황 맥락과 무관하게 목적과 수단의 각 범주에 들어갈 것들이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사회 속에서 기능하는 경영 및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윤리적 제어론자(ethical controller)’ 혹은 타인을 교화 대상으로 여기는 도덕 경찰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다른 분야 종사자들을 그 자신의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삼음으로써 실천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장본인이다.

 

여전히 동기의 관점에 근거해 어떤 철학적 이론 틀 속에서 내부고발을 규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부고발에 대한 그러한 사람들의 서술 방식이 제아무리 세밀한 개념 분석으로 무장해보았자, 그것은 현실세계의 실천적 문제의 진단과 해결에는 무용지물이다. 그것은 특정 시기의 시대적 고민을 담은 염원으로서의 이론과 현실을 혼돈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혼돈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은 동기에 근거한 내부고발 방식의 분류만 가지고 내부고발의 고정된 규정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며, 전자가 후자를 대체할 수 없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내부고발의 규정은 다양한 현상 속에 내재하는 규칙성(regularity) 혹은 상수(constant)를 찾아내는 작업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 완벽한 내부고발의 규정은 불가능하다. 진행형 방식의 내부고발 규정 작업은 실제 사례 분석에 근거한 다양한 분류법과 양립할 수 있는 그러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4) 내부고발 시점을 둘러싼 오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상황적 제약 속에서 살아간다. 이 점은 상황적 제약을 억지로 부정하거나, 그러한 제약을 극복하려고 할 때, 개인이 받는 심리적 압박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러한 심리적 압박을 해소하는 하나의 효과적인 전략은 특정 동기를 유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기와 행위의 시점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상적 사실이다. 그 행위가 가져올 예측하기 힘든 결과는 한 개인에게 행위의 원래 의도를 다른 것으로 대체시키는 사후 합리화 전략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한 사후 합리화 전략이 반드시 의도적으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기의 관점에만 근거해 내부고발을 이해하는 방식의 한계가 또 다시 드러나게 된다.

 

동기와 행위 시점의 불일치를 고려하지 않고 내부고발을 규정한다면, 내부고발은 사건이 터진 시점에 국한해 규정되기 쉽다. 모든 내부고발의 행위가 사건 당시에 의도된 것은 아니다. 로켓 개발 과정에서 부적절한 테스트 방식을 대중 과학기술 잡지에 기고한 A는 내부고발을 의도한 것일까? 조직체계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 양상을 함축한 직업적 판단의 차이가 내부고발로 번질 때에는 조직체계 내에서 그러한 갈등이 해소될 수 없는 경우이다. A가 부적절한 테스트 방식이 불러올 잠재적 위험성을 잡지에 기고한 시점이 곧 내부고발의 시점이라는 결론은 성립할 수 없다. A의 사례와 달리, 3자의 관점에서 행위 시점이 아니라 사후에 내부고발로 분류되는 명백한 경우가 있다. 전혀 내부고발을 의도하지 않은 행위가 사후에 터진 재난 혹은 참사에 의해 내부고발의 한 방식으로 분류되는 사례들도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질문은 각 직업의 사회적 위치 진단하지 않고서는 대답될 수 없다..

 

(5) 갈등의 심리적 이해에 근거한 오해

동기의 관점에서 내부고발을 접근할 때 내부고발에 함축된 갈등은 심리적 차원에 귀속되기 쉽다. 내부고발이 조직체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직업적 판단의 차이를 함축하기 때문에, 내부고발에 함축된 갈등은 분명히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집단, 집단 대 개인 혹은 집단 사이의 심리적 줄다리기이기도 하다. 그 갈등은 또한 조직체계의 의사결정 구조에 잠재된 이상 기능을 반영한다. 연구 대상으로서 실질적 의미를 갖는 내부고발은 그러한 이상 기능을 반영해 주는 것들이다. 내부고발에 대한 연구와 정책은 조직체계 및 조직체계들의 연결망에 잠재된 이상 기능을 진단함으로써 생활세계의 부정적 요인들을 제어하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을 두어야 한다. 내부고발에 함축된 갈등이 심리적 차원에서만 이해된다면, 사회적 차원에서 내부고발의 실질적 의미는 선과 악 혹은 배반과 집단 결속력의 이분법 논쟁 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그러한 논쟁 속에서 내부고발에 함축된 갈등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단은 도외시되고,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집단간 마녀 사냥의 전쟁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