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에세이/잡세상 잡글

나로호 대 누리호

착한왕 이상하 2018. 11. 28. 19:08



오늘 누리호 실험 발사가 성공했다. 이 번 실험 발사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로켓 기술에서 중요한 1단 엔진부도 우리나라 자체 설계이기 때문이다. 나로호 개발 때와 달라진 점은 상업용 로켓 개발 전 단계의 실험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나로호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하게 실험용 로켓에 인공위성을 장착시켜 발사했기 때문에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 실험용 로켓에 인공위성을 장착시켜 발사시겠다는 아이디어는 현장 엔지이너들의 것이 아니다. 1, 2차 나로호 발사 실패에는 '세계 최초' 타이틀로 애국심을 부추켜 세 확장을 꾀하는 정치 권력의 다음과 같은 황당한 논리가 깔려 있었다.


<나로호 1, 2차 실험 발사 때 정치꾼들의 논리>

• 실험용 로켓인 나로호 발사 실험은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 발사 실험이 성공하면, ‘1차 실험 발사에서 인공위성을 올린 인류 최초의 국가’가 된다.

• 발사 실험이 실패하면, 당분간 사회가 시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실패는 곧 잊혀질 것이다.

• 더욱이 검증된 러시아 우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실험 발사인 까닭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 따라서 인공위성을 장착시켜 나로호를 발사시키는 것이 이득이다. 또한 발사 실험이 성공하면, 이것은 국가에게도 이득이다.


로켓 개발에서 엔지니어들이 일반적으로 따르는 논리는 위의 정치꾼 집단의 논리와는 다르다. 엔지니어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엔지니어들의 논리>

        • 로켓 발사 실험은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인공위성을 로켓을 사용해 올리는 것은 단순 발사보다 어렵다.

• 로켓을 사용해 인공위성을 올리고 특정 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은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반복적인 실험 발사 및 장치의 성능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

• 그러한 준비 과정 없이 실험용 로켓에 인공위성을 장착시켜 로켓을 발사하는 경우, 실패는 로켓 손실로 그치지 않는다. 인공위성 손실은 부가적인 혈세 낭비에 해당한다.

• 도박성 실험 실패가 반복된다면, 엄청난 자본이 소모되는 우주 항공 산업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치게 된다.                                                                   

• 따라서 인공위성을 장착시켜 실험용 로켓을 발사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나로호는 2013년 세 번째 발사에 성공하여 위성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성공은 위성 무게를 줄였기에 가능했다. 더욱이 발사체의 핵심인 1단 추진 기관은 러시아 것이다. 결국 나로호 개발은 '실험용->상업용'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과정을 무시하고 진행되었던 것이다. 물론 러시아와 공동 진행한 나로호 개발 계획에서 얻은 수확물도 있다. 페어링, 2단 추진체 기술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위성을 싣지 않고 순수 실험 발사를 진행했더라면, 무리한 과정에서 발생한 재원 낭비 및 사회적 잡음 없이 훨씬 빠른 기간 내에 기술 확보가 가능했다. 그리고 러시아와 합작을 하더라도 1차 추친체 개발에 더 신경쓰면서 시간을 길게 잡고 계획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었다면, 이 번 누리호 실험 발사도 몸체 무게를 늘리고 성공했을 수 있다.


다행히, 누리호 개발은 '실험용->상업용'이라는 정상적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이 번에 자체 개발한 1단 발사체 성능 실험에 성공했다. 2021년, 위성을 장착한 1, 2차 발사 실험 예정이라고 한다.  1, 2차 발사 실험이 성공해도 아직은 로켓 본체나 위성이 작아 상업용 로켓 개발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계속 이런 식으로 순리에 따라 진행한다면, 10년 안에 상업용 로켓 개발은 가능하리라 본다. 정치꾼들이 아가리 닥치고 물러나 있다면 말이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들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다만 무능한 정치꾼들이 문제일 뿐이다. 개잡넘들 ... 


다음은 과거 나로호 2차 발사 시점 때 당시 썼던 글이다. 이 글을 쓴 이틀 후, 실험 단계인 나로호는 상업용 로켓처럼 또 다시 상당히 무게나가는 위성을 싣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다가 지상으로 꼬라박았다. 이 글의 과거 나로호 발사 때 정치꾼들의 논리와 엔지니어들의 논리는 다음 글에서 가져온 것이다.


<나로호는 상업용 로켓?>

http://blog.daum.net/goodking/206


* 누리호 개발 계획에 딴지 하나를 건다. 내가 권력을 가진 항우연 관계자라면, 2, 3차 발사 때 작은 위성 실어 발사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대신에 1단 엔진 성능 향상과 함께 로켓 무게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상업용 로켓 개발 전 단계에 이르면, 무게 좀 나가는 위성 실어 발사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항우연은 현재 1단 엔진 여러 개를 병렬로 묶어 1단 추진체를 늘려 3단으로 만든 것에 무게가 작은 위성을 실어 발사 성공시킨 후, 점차 무게를 늘려 나가려는 듯 하다. 그런데 로켓의 시스템 복잡성 때문에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과연 그렇게 진행하는 것에는 항우연 전문 엔지니어 다수의 동의가 있었는가? 아무튼 잘 진행되기를 바래! 너무 급하게만 가지마라.